"뭐라 할 게 없어, 걱정? 필요도 없다"…명장이 못 박은 '주전' 윤동희,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MD괌]
[마이데일리 = 괌(미국) 박승환 기자] "내가 겪어보진 못했는데, 걱정도 필요가 없을 것 같더라"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은 지난달 3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괌 스프링캠프 출국에 앞서 방송사들과 인터뷰에서 2024년 주전으로 뛸 선수 세 명을 꼽았다. 작년 마무리캠프부터 지휘봉을 잡은 까닭에 선수단을 파악하기까지 제공된 시간이 많지 않았으나, 사령탑은 '캡틴' 전준우와 '안방마님' 유강남을 비롯해 '라이징스타' 윤동희를 못 박았다.
지난해 138경기에 출전해 154안타 17홈런 77타점 80득점 타율 0.312 OPS 0.852로 활약하며 롯데 공격의 핵심 역할을 해냈고, 두 번째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통해 4년 총액 47억원의 계약을 통해 '평생 롯데맨'으로 남기로 결정한 전준우와 2022년 스토브리그에서 4년 총액 80억원의 계약을 맺고, KBO리그에서 가장 수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유강남은 대체가 불가능한 핵심 자원이지만, 윤동희를 세 번째로 꼽은 것은 예상 밖이었다.
윤동희는 지난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24순위로 롯데의 유니폼을 입은 '라이징스타'다. 데뷔 첫 시즌에는 2군에서 불방망이를 휘둘렀음에도 불구하고 1군에서는 단 4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해 잠재력이 '대폭발'했다. 윤동희는 2년 연속 개막전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했는데, 퓨처스리그에서 10경기에 출전하는 동안 무려 타율 0.436으로 무력시위를 펼치며 1군의 부름을 받았다.
사실 윤동희는 콜업 직후에도 1군에서 적극적으로 기회를 받지 못했는데, 주전으로 거듭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윤동희는 5월 19경기에 출전해 18안타 5타점 타율 0.333으로 활약, 당시 지휘봉을 잡고 있던 래리 서튼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6월부터 완벽히 주전으로 도약, 31안타 2홈런 타율 0.307로 펄펄 날았다. 리그 야수들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루키'로 거듭난 윤동희는 기세를 몰아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표팀에 승선하는 기쁨을 맛봤다.
'태극마크'를 단 윤동희는 국제대회에서도 뜨거운 타격감을 뽐냈고, '금메달'을 수확하는데 큰 힘을 보탰다. 그리고 정규시즌 일정이 모두 종료된 후에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에 합류하기도 했다.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실력으로 주전 자리를 꿰차고 두 번의 국제대회에서 활약 등이 눈부셨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KBO리그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 무대를 밟은 김태형 감독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실력은 물론, 윤동희의 '태도'에 있었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1일 미국 괌 데데도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첫 훈련 때부터 윤동희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두산 베어스의 사령탑을 역임하는 등 현역 생활을 마친 뒤 오랜 기간 지도자로 생활을 해왔던 만큼 김태형 감독은 보통 경험이 많지 않은 어린 선수의 칭찬을 지양하는 편이다. 유망주들이 사령탑의 칭찬을 받은 뒤 훈련 등의 태도에서 변화를 보이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동희는 예외적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윤동희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해도 된다. 윤동희는 정말 다르다. 루틴이 딱 정립이 돼 있다. 그라운드에 나오면 루틴이 다 보일 정도다. 훈련에 임하는 태도가 너무 진지하다. 그래서 뭐라고 할 게 없을 것 같다. 그냥 가만히 놔두면 알아서 할 것 같다"고 극찬을 쏟아냈다. 스프링캠프를 출발하기도 전부터 사령탑이 주전으로 윤동희를 못 박은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윤동희는 지난해 두 번의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등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체력적으로도 분명 힘들 수 있는 상황. 이에 김태형 감독은 롯데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지난해 주전으로 뛰었던 대부분의 선수들에게는 마무리캠프가 시작된 일주일 동안 훈련의 '자율성'을 부여했다. 그 누구도 운동을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윤동희는 손성빈, 김민석과 함께 김해 상동구장 실내 훈련장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특히 윤동희는 손성빈의 도움을 받아 '특타'까지 진행했다. 짧게 끝날 것 같은 타격연습은 특타로 이어졌고, 약 한 시간이 넘도록 진행됐다. 이들의 주변에는 그 어떠한 코칭스태프도 없었던 상황이었다. 이후 APBC 대표팀 훈련에서 만난 윤동희는 "매일매일 연습을 할 때마다 타격감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가진 메커니즘은 바뀌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당시 공을 치는데,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감이 올 때까지 계속 쳤던 것 같다"고 배경을 밝혔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자신에게 필요한 훈련을 진행하는 모습은 직접 지켜보지 않았지만 김태형 감독도 모를 리가 없었다. 윤동희가 롯데의 사령탑으로 부임한지 약 네 달도 되지 않은 김태형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배경으로 볼 수 있다. 김태형 감독은 "다만 한 가지 안 좋은 것은 자신의 루틴이 너무 강한 선수들이 부진하면 고민이 깊다. 툭 털어버려야 한다"면서도 "내가 아직 윤동희를 겪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걱정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더라. 그래서 주전 우익수로 이야기를 했는데, 그 정도로 믿음이 간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4일 훈련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윤동희는 사령탑의 칭찬이 쑥스러운 듯했다. 윤동희는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신 게 너무 감사하다. 하지만 아직 나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코치님들께 많은 것을 여쭤보고 있다. 아직 배울 게 많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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