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시리아 지진 1주기…연대는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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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추운 겨울 새벽, 재난은 예고 없이 시리아와 튀르키예를 찾아왔다.
평범했던 삶의 터전은 단 몇 분 만에 고통과 슬픔의 울음소리가 가득한 잿더미로 변했다.
유례없는 재난에 대한 전 세계적인 연대는 놀라웠다.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1주기를 맞이해, 전쟁과 단절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고 반응했던 1년 전 그날을 기억하며 다시금 화합과 연대의 가치를 되새길 것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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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박한영 | 한국월드비전 국제구호취약지역사업팀 과장
1년 전 추운 겨울 새벽, 재난은 예고 없이 시리아와 튀르키예를 찾아왔다. 평범했던 삶의 터전은 단 몇 분 만에 고통과 슬픔의 울음소리가 가득한 잿더미로 변했다. 참혹한 재난 현장의 모습이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자 전 세계는 함께 슬퍼했다. 유례없는 재난에 대한 전 세계적인 연대는 놀라웠다. 각국에서 앞다퉈 구조대와 구호물자를 보냈고, 민간 구호단체들도 속속 도착해 활동을 시작했다. 생존자 발견 소식에 함께 웃고 희생자의 사연에 함께 눈물 흘렸다.
지진 직후, 나 역시 한국월드비전 긴급구호팀으로 튀르키예 안타키아 지역에 파견돼 구호활동을 펼쳤다. 무너진 빌딩 사이에 차린 임시 캠프에서 세계 각국에서 온 구호활동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지내며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들도 서로 고통을 나누며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생업을 내팽개치고 달려온 사람들은 무너진 건물에서 실종자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애썼고, 생존자들에게는 식량과 생필품을 전달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이런 구조대와 구호활동가들을 위한 쉼터와 식사를 준비했다. 국적과 피부색, 종교는 모두 달랐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서로의 언어가 달랐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인류애’라는 공용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세계의 눈길은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갔지만 그날의 아픔은 여전히 선명하다. 지난여름, 나는 구호사업 활동을 위해 다시 튀르키예를 찾았다. 월드비전을 비롯한 많은 구호단체와 후원자들의 도움 덕분에 다행히도 긴급한 상황은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남겨진 사람들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컨테이너로 만든 임시 거처에서 방수포와 합판으로 얼기설기 만든 움막 같은 공간에서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는 사람들의 눈을 바라보면 느낄 수 있었다.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절박함과 무기력함을 말이다. 재난은 이렇게 갑자기 찾아와서 남겨진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머무른다. 초기 긴급구호가 끝난 뒤에도 지원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다. 남겨진 이들의 삶이 다시 희망의 길을 걷기 시작할 때까지, 우리의 연대와 지원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재난은 예측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더 자주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재난은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고,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재난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연대와 지원이 더욱 중요하다.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1주기를 맞이해, 전쟁과 단절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고 반응했던 1년 전 그날을 기억하며 다시금 화합과 연대의 가치를 되새길 것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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