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공룡 노리는 알리·큐텐, 11번가 품을까

김민우 기자 2024. 2. 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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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의 재무적 투자자(FI)인 나인홀딩스컨소시엄이 11번가의 기업가치를 절반으로 낮추면서 매각을 추진하고 나섰다. 협상 대상은 글로벌 직구 플랫폼인 큐텐과 중국 알리바바다. 큐텐과 알리바바 모두 국내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어 국내 오픈마켓 시장점유율 3위 11번가를 인수하면 국내 e커머스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하지만 지난해 한 차례 협상결렬을 경험한 큐텐과 알리바바가 인수 협상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관련기사 ☞2월5일 [단독]11번가 '반값'으로 낮추고...알리·큐텐에 매각 재추진 】

11번가 CI

큐텐·알리, 누가 인수해도 e커머스 시장 지각 변동

알리바바 그룹은 최근 한국시장 진출을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부터 물류를 배송하는 것을 넘어서 올해는 국내에 물류센터 건설까지 고려하고 있다. e커머스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가 상품인데 알리바바는 11번가 인수를 통해 한국 판매자(셀러)와 소비자를 한번에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약 1700만명의 가입자수를 보유한 '11번가 페이'를 통해 한국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빅데이터도 손에 넣을 수 있게 된다. 한국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셈이다.

글로벌 직구 플랫폼 큐텐 역시 이미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를 인수한 상황에서 11번가까지 인수할 경우 산술적으로만 본다면 오픈마켓 시장 점유율이 21.1%(2022년 공정위 기준) 오르게 돼 쿠팡까지 제치고 네이버에 이은 e커머스 시장 2위로 뛰어오를 수 있다.

큐텐은 자사 물류 인프라와 솔루션을 통해 티몬과 위메프 등의 해외 직구(직접구매)와 역직구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11번가까지 인수하면 큐텐의 경쟁력은 더욱 커지게된다.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대표가 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보호 강화를 발표하고 있다. 2023.1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큐텐·알리, 매각 협상 응할까

하지만 알리바바와 큐텐 모두 11번가 인수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알리바바의 경우 국내 기업을 인수하면 우리 정부의 각종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특히 품질 논란과 가품 논란, 소비자 보호 이슈 등의 리스크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정부의 규제의 틀 속으로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금은 해외기업이라는 명목으로 알리익스프레스의 매출조차 제대로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한국 기업을 인수할 경우 한국 정부의 요청에 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쇼핑, 쿠팡 등에서 독립을 꿰하는 제조업체들이 이미 알리익스프레스와 판매제휴를 맺고 있어 11번가 인수 없이도 알리익스프레스가 상품 확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는 지난해말까지는 11번가 인수에는 선을 그은 상황이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11번가 인수와 관련한 아무런 계획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큐텐 역시 당장 인수협상에 응하기는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우선 자금확보가 쉽지 않다. 매각가격이 작년 대비 크게 낮아졌어도 11번가의 FI가 투자금 회수를 목표로 하는 매각이어서 지난해 인수협상 때 처럼 지분교환을 제안할 수 없기 때문이다.

11번가에 대한 구조조정 문제도 인수의 걸림돌로 평가받는다. 11번가는 지난해 인수협상 결렬이후 희망퇴직을 진행했는데 이 기간 퇴직한 직원의 수는 1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11번가가 대기업 SK가 운영하는 업체였기 때문에 다른 e커머스 업계 대비 복지와 처우가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며 "매각 전에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매수자에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11번가가 적자고리를 끊어내고 흑자로 전환하지 않는 이상 시간이 지날수록 11번가의 기업가치는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11번가 입장에서도 매각이 장기화되면 내부 동요를 피할 수 없고 성장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어려워진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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