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7년 만 발언대서도 나라걱정…"북핵·사드, 굴종 보여선 안돼"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을 겪은 지 7년 만에 박근혜(72) 전 대통령이 5일 공개 발언대에 서 '나라 걱정'을 이어갔다. "저는 정치 일선을 떠났다"며 내정(內政)문제에 관해 말을 아꼈지만, 외교·안보 등 외치(外治)와 경제 문제엔 가감없이 방향을 제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구 수성구의 한 호텔에서 가진 '박근혜 회고록: 어둠을 지나 미래로'(총 2권) 출간 계기 북콘서트에서 "제가 재임 중 하지 못했던 일이 아쉽고 누군가 그걸 (이어서) 해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고 밝혔다. 회고록서 언급한 '국민을 위한 역할'에 관해 "정치는 하지 않겠지만 국민께 받은 사랑이 너무 크고 감사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제가 할 일이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해서 보답해드리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앞서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2007),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2021) 등을 출간했지만 2007년 대선 이전 내용이거나 편지글을 모은 것이었다. '2007년 이후 정치'의 소회를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과 2012년 대선 승리, 집권기 북한 핵실험 강행에 따른 개성공단 전면 중단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추진 과정이 회고록에 담겼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북콘서트에서 사회자가 '재임기간 역점 추진 과제와 평가, 아쉬움'을 묻자 "어떻게 표현을 하든 정치의 궁극적 목적은 국민의 삶이 안정되고 평화롭고 행복한 삶"이라며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언급했다. 집권기에 17개 광역시·도 창조경제혁신센터 구축이 이뤄졌는데, 박 전 대통령은 "제 마지막 해였던 2016년 거기에서 지원한 한 업체가 세계 최고의 스타트업 경진대회를 나가 최고상을 받았다"고 떠올렸다.
박 전 대통령은 "제가 중도에 퇴임함으로써 완성치 못한 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털어놨다. 특히 청년일자리 고민이 컸다면서 "젊은이들이 바라는 일자리에 정성을 기울이다 보니 뭘 봐도 그 생각과 연결되더라"라며 "한번은 영화를 봤는데 영화 마지막에 제작자 크레딧이 쭉 올라는 걸 보면서 새삼 '영화산업이 일자리 창출에 엄청 기여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재임 당시 외교·안보 현안에 관한 질문도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당시 아베 일본 총리에게 강하게 촉구하고 국제적으로도 압박했다"며 "'당신 일본인 맞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큰 항의를 받은 아베 총리도 역사적인 큰 결단을 내려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회고했다. 다만 "외교란 건 상대가 있어 100% 이렇게 하겠다 하면 합의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교당국과 실무자 할 것 없이 문구·자구 하나 갖고 전쟁 치르듯이 따지고 싸워서 만들어냈다"고 '최선'을 자평했다.
'탄핵 이후 출범한 문재인 정부를 구치소에서 봤을 때 어떤 심정이었나'란 질문엔 "다음 정부는 외교·안보·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갔다"며 "일본과 지소미아(GSOMIA·군사정보보호협정)의 경우도 우리 안보를 위해 필요했고 동맹국인 미국도 필요성을 우리에게 역설하며 강력히 요청한 것이었다. 오죽하면 제가 탄핵을 앞두고도 소임을 다하려 했다. 그렇게 협정이 맺어지고 제가 감옥에 갔기에 안도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 파기 시도에 대해 "세계가 다 지켜보고 있는데 어렵게 맺어진 합의가 하루아침에 뒤집어진다면 어떤 나라가 한국을 신뢰하겠나. 우리와의 약속 연속성에 대해 큰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더 좋은 '대안'을 낸 것도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또 한중관계 관련 "사드 배치도 중국이 반대했다. 나라 간 관계가 서로 존중하고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국가수호에서 뜻이 부딪히면 우리 뜻을 관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아닌 건 아닌 거다. 내 이 넓지도 않은 어깨에, 지금 5000만 국민의 생명이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우리는 사드 배치를 안 해도 된다. 북한에 핵이 있기 때문에 우리로선 할 수 없이 이게 최소한의 방어조치지 공격용도 아니다'란 의견으로 설득했지만 중국은 생각이 달랐다"면서 "(안보에선) 어디까지나 우리 생각을 견지할 수밖에 없고 이런 데에서 굴종적인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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