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록만 19만쪽' 자존심 상처입은 檢.. 항소하더라도 2심 재판기간은 짧아질 듯 [이재용 '불법승계 혐의' 1심 무죄]

정지우 2024. 2. 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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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1심 무죄 선고를 받아내면서 당분간 사법 리스크를 덜게 됐다.

다만 검찰이 항소할 경우 2심뿐 아니라 대법원 상고심까지 재판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1심 재판 무죄 판결에도 "직권남용 해석에 이의가 있다"며 항소했다.

검찰 내부와 법조계 등 취재를 종합하면 항소심이 진행되더라도 1심에 비해 재판기간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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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모두 무죄"에 檢주장 약화
경제상황·국민정서 등도 부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1심 무죄 선고를 받아내면서 당분간 사법 리스크를 덜게 됐다. 다만 검찰이 항소할 경우 2심뿐 아니라 대법원 상고심까지 재판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항소심이 진행되면 이 회장은 다시 여러 차례 공판에 참석해야 하는 등 동선에는 일부 부담이 생길 수 있다. 다만 항소심과 상고심이 진행되더라도 1심만큼 재판기간이 길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 불복 시 항소심·상고심 등 남아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판결문 검토를 거쳐 항소할 여지가 크다. 검찰은 1심 내용에 이의가 있을 경우 7일 이내에 항소를 결정할 수 있다. 검찰로서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검찰은 이 사건에 20여년 동안 수사기록만 19만쪽을 만들었으나 결국 법원으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했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내부 논의를 거쳐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1심 재판 무죄 판결에도 "직권남용 해석에 이의가 있다"며 항소했다. 다만 재판부가 밝힌 이유 설명에는 이미 공소 내용에 대한 지적이 조목조목 담겨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법리적으로 뒤집을 증거나 주장을 제시해야 하는 부담도 존재한다.

당시 사건의 수사와 기소를 이끌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수사부 부장검사)도 판결이 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금융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 중 한 사람으로서 삼성그룹과 이재용 회장이 이걸 계기로, 경영혁신이나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에 족쇄가 있었다면 심기일전할 기회가 되면 좋지 않겠나 싶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이 회장에 대한 무죄 혹은 일부 무죄 취지의 선고는 같은 날 오전 서초동에서 어느 정도 전망이 됐다.

△문제가 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시장에서 오래전부터 예상하던 시나리오 중 하나라는 점 △합병의 주된 목적이 이 회장의 경영권 강화와 삼성그룹 승계에만 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합리적인 사업상 목적이 존재한 점 △삼성물산 및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된 측면이 있는 점 등이 근거다. 다시 말해 이 회장에게 삼성그룹을 넘기기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추진된 것이라기보다는 합리적인 사업목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 지배력 강화도 동반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취지다.

■2심 재판기간 짧아질 듯

검찰 내부와 법조계 등 취재를 종합하면 항소심이 진행되더라도 1심에 비해 재판기간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주요 혐의에 대해 "이 사건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검찰이 주장한 △거짓정보 유포 △중요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계열사인 삼성증권 조직 동원 △자사주 집중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공소사실에 대한 법리와 혐의 입증에 한계가 있었다는 게 법원의 논리인 셈이다.

이 회장 측 변호인도 이날 서울중앙지법 청사를 나오면서 기자들에게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 금감원장 외에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그때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수사를 지휘했다는 점을 고려해 봐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사법독립은 분명한 명제지만, 국민의 법 감정이나 경제상황 등도 검찰이 헤아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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