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 '신뢰의 정치' 회복할 수 있을까

이재진 기자 2024. 2. 5.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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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연동형 유지 발표하며 애초 위성정당 없는 연동형 비례제 도입 약속 무산...신뢰의 정치 리더십에 의문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22대 총선 비례대표 배분 방식을 현행 '준연동형'(비례의석 47석 중 30석을 지역구 선거 결과 및 정당 득표율을 반영해 배분)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위성 정당 창당 금지는 하지 않아 소수 정당 원내 진입 취지를 퇴색시켰다.

또다른 선택지로 거론됐던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는 비례의석을 권역별로 나눠 각 권역에서 정당이 기록한 득표율만큼 의석을 가져가는 방안이지만 47석 비례의석이 권역별로 쪼개져 거대 양당이 독차지할 가능성이 높았다.

권역별 병립형을 택하면 군소정당 반발은 물론 과거로 회귀했다는 비판이 예상됐다. 그렇다고 위성 정당 창당을 금지할 경우엔 지지층 반발과 함께 당내 분열로 이어질 위험이 컸다. 이 대표의 선택은 결국 현행 유지로 '타협'을 한 셈이다.

이에 따라 여야는 위성정당 창당을 공식화하고 비례의석 차지하기 싸움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출현이 가시화되면 제3지대는 유의미한 정당비례 득표율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어 합종연횡이 예상된다.

분명한 건 이재명 대표의 신뢰의 정치가 다시 한번 금이 갔다는 사실이다. 정권 심판에 동의하는 '통합형비례정당'의 가치를 띄우겠지만 위성 정당을 금지하겠다는 이 대표의 약속은 물거품이 됐고, 리더십에도 상처를 입었다.

민주당은 지난 2022년 2월 27일 △대통령 4년 중임제 결선투표제 개헌 △위성정당 방지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을 당론으로 정했다. 2022년 9월 28일 이재명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 결선투표제 개헌 △승자독식 소선거구제 개혁 △위성정당 방지 연동형 비례대표제 확대 △국회의원 소환제 도입 등을 약속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광주 5·18 민주묘지 앞에서 선거제와 관련해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되 준위성정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이재표 대표가 이날 거듭 사과의 뜻을 밝힌 것도 과거 자신과의 약속을 못 지켰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조건에서 타협한 결과물이라고 해명할 수 있지만 정치인의 약속은 신뢰와 직결된다.

이재명 대표가 약속했지만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인 대표적인 의제는 기본소득이다. 민주당은 2021년 3월 기본소득국민운동본부 경기본부를 출범시켰다. 그해 7월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기본소득을 이재명 대표 공약 청사진으로 발표했다. 그러다 그해 12월 1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기본소득 정책도 국민들이 끝까지 반대해 제 임기 안에 동의를 받지 못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라고 했다.

그런데 2022년 1월 이재명 8대 청년공약으로 연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대선 11일 전 경기도 의정부 유세에서 “국가 사정이 너무 어려워 기본소득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약간 중복되는 면이 있어 재정상 부담이 있으니 조금 미루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대표적인 공약이었던 '기본소득'은 그렇게 흐지부지됐다.

총선 비례대표 배분 방식 결정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해 신뢰의 정치를 관철시켰느냐라고 질문을 해보면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위성정당을 금지시키라는 국민적 요구에 따라, 민주당은 위성정당 금지 입법에 노력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실패했다”며 국민의힘을 탓했지만 위성정당 창당으로 맞불을 놨던 민주당 책임도 적지 않다.

책임지는 태도로 오히려 리더십 보여줬다는 평가도

반면,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약속 번복에 대한 책임을 지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오히려 위성정당 문제에 대한 사과와 함께 정면 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신뢰의 정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전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병립형 비례제로 회귀하나, 위성정당을 만들며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나 정치개혁에 대한 약속 위반이라는 차원에서는 마찬가지”라며 “저는 정치는 국민께 늘 정직해야 하며, 어쩔 수 없이 혼나야할 일이면 혼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로 오늘 이재명 대표가 밝힌 결단은 '적어도 공당이 약속을 해놓고 국민께 아무 설명도 없이 뒤집는 정당'으로까지 내려가지 않게끔은 해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 소장은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는 정확하게 표의 등가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선거제를 개편하겠다고 했고, 그럴려면 비례의석수를 확대하거나 중대선거구제 등 실질적인 개혁이 필요했다”면서 “이런 내용이 선거법 개정 과정에서 모두 소멸해버리고 논의가 쪼그라들어 두가지 선택밖에 안 남았다. 어느쪽으로 가든 실패한 방안이었다. 실제 약속을 지킬 방법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정정당당하게 실패를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 소장은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고 당론을 채택했지만 약속을 위반했다. 이 사안은 의지의 문제이기 때문에 약속을 뒤집으면 국민이 믿겠나라고 비판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선거제 개혁은 민주당 의지만으론 이뤄지지 않는다. 약속을 했는데 못 지켰을 때 사과하고 설명하면 신뢰가 깨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대표가 오늘 그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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