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건축업자…선고 코앞 “판사 바꿔달라”

검찰, 징역 15년 구형…“재판 지연 목적” 기각 요청

지난해 10월 4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대책위 회원들이 미추홀구 전세사기 건축업자 일당의 범죄수익 몰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승욱기자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건축업자 남아무개(63)씨가 선고를 앞두고 법관 기피 신청서를 냈다. 남씨에 대한 1심 선고는 오는 7일로 예정된 상태다.

5일 인천지방법원 설명을 종합하면, 남씨는 지난 1일 “불공정 재판이 우려된다”며 법관 기피 신청서를 제출했다.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이 자신에 대한 유죄 심증을 숨기지 않았다는 이유를 달았다.

이에 검찰은 이날 “남씨의 법관 기피신청을 기각해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인천지법에 제출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소제기일로부터 변론종결일까지 약 10개월 동안 피해자들을 포함해 100명 이상의 증인들을 증인신문하고 변호인들과 협의해 공판 기일을 지정하는 등 헌법 및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에게 보장되는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했다”며 “재판지연을 목적으로 법관 기피신청을 낸 것이 명백하다. 기각을 요청한다”고 했다.

형사소송법에서는 법관 기피 신청서가 법원에 접수되면 재판은 일시 중단된다. 하지만, 기피신청의 목적이 명백한 재판 지연이라면 해당 법관이 이를 기각한 뒤 선고를 내릴 수 있다.

앞서 남씨 쪽은 증인 신문 과정에서 검찰이 제출한 피해자 진술조서의 증거 채택을 대부분 동의하지 않아 재판을 지연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남씨 쪽의 증거 채택 부동의로 피해자들은 법정에서 자신의 피해를 증언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열린 공판은 51차례에 달한다.

남씨는 2022년 1월부터 7월까지 인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세입자 191명에게서 148억원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사기 등)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달 17일 남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구형한 바 있다.

한편, 인천지법 형사합의14부(재판장 류경진)는 지난달 18일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남씨의 공범 ㄱ(50)씨와 ㄴ(48)씨에게 각각 징역 1년6개월과 징역 1년2개월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를 받는 ㄷ(53)씨와 ㄹ(47)씨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2018년 6월~2020년 3월 남씨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 145가구를 각각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자신이 넘겨받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이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함으로써 대출이 실행될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