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김용태 더에스엠씨 대표 | 연예인도 콘텐츠 커머스 합류…‘셀럽의 프로듀서화’ 부상
“나이키가 D2C(Direct to Consumer·직접 판매)에 실패한 원인은 자체 플랫폼만으로 고객 관계를 구축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입니다. 소비자가 플랫폼을 계속 방문하게 하려면 유튜브 같은 디지털 미디어 채널과 결합이 필요합니다.”
김용태 더에스엠씨(The SMC)그룹 대표는 1월 3일 조선비즈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고객과 지속해서 소통하고 매출 성장으로 이어가기 위해선 브랜드 공간보다 콘텐츠를 통한 소통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십수 년간 다양한 소셜미디어(SNS) 채널을 통해 콘텐츠 마케팅을 진행해 온 경험을 토대로 콘텐츠 커머스 사업을 꾸리고 있다. 처음엔 소기업의 블로그 마케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대기업들의 SNS 운영 대행과 영상 콘텐츠 제작 및 판매, 콘텐츠 커머스 사업 등을 전개하는 뉴미디어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했다. 2023년 매출은 1500억원대에 달했다.
최근에는 콘텐츠 커머스 지식재산권(IP)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자회사와 합작 법인 등을 통해 유튜브 콘텐츠 ‘탁재훈의 압박 면접’ ‘좋아, 자연스러웠어’ 등을 출범했고, 2023년 12월엔 자회사 스튜디오 시그마와 메리고라운드컴퍼니가 합작해 ‘슈퍼마켙 소라’를 선보였다. ‘슈퍼마켙 소라’는 첫 방송부터 방송인 옛 연인인 이소라와 신동엽을 출연시켜 화제를 모았다.
김 대표는 “리테일이든 비(非)리테일이든 콘텐츠를 잘하려면 커머스적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면서 “진정한 고객 관리를 위해선 콘텐츠 IP를 구축하고 크리에이터(콘텐츠 제작자), PD, 마케팅 담당이 하나가 돼 ‘원팀’으로 움직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 일문일답.
최근 상품 가격 흥정을 콘텐츠화한 딜(Deal) 커머스가 뜨고 있는데.
“유튜브에 딜 커머스 콘텐츠 한 편이 올라올 때마다 주문 수가 수십만 건, 주문 금액은 수억원이 발생한다. ‘탁재훈의 압박 면접’의 경우 아모레퍼시픽의 남성 화장품 비레디 제품을 노출해 완판을 끌어냈고, 개그맨 박성광이 진행하는 ‘좋아, 자연스러웠어’는 모두투어의 두바이 여행 상품을 노출해 5억원의 매출 성과를 냈다. 딜 커머스를 통해 유입된 소비자들은 제품 리뷰를 긍정적으로 달아주는 앰배서더(홍보대사)가 되고, 지인들에게 자랑한다. 이를 잘 활용하면 브랜딩과 매출 효과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다.”
유명 연예인이 출연하는 유튜브 콘텐츠도 늘고 있다.
“과거엔 ‘크리에이터의 프로듀서화’가 대세였지만, 최근엔 ‘셀러브리티(셀럽·유명인)의 프로듀서화’가 부상하고 있다. 유튜브의 중요성을 깨닫고 연예인들이 콘텐츠 커머스에 뛰어들면서다. 이들은 단순히 출연만 하는 게 아니라 제작에 참여한다. 출연료를 적게 받는 대신 광고나 협찬이 이뤄지면, 그 이익을 제작진과 나누는 식이다. 예전엔 홈쇼핑이나 라이브커머스(라방)에 연예인을 참여시키려면 많은 설득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연예인도 커머스적 마인드가 있어 설득이 필요 없다.
방송사 PD들도 유튜브로 넘어오는 추세다. 하지만 유명 연예인이나 방송에 노련한 PD가 있다고 해서 콘텐츠 커머스가 성공하는 건 아니다. 출연자, 기획, 영업, 마케팅이 ‘원팀’이 되어야 한다.”
콘텐츠 커머스의 성공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에서 가르친 설득의 3요소, ‘에토스(ethos·신뢰), 로고스(logos·논리), 파토스(pathos·감정)’가 콘텐츠 커머스에도 적용된다. 에토스는 신뢰할 만한 크리에이터, 로고스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와 지식, 파토스는 콘텐츠의 감정선이다. 이를 잘 조합해 변화구(變化球)의 공식을 찾아야 한다.”
기업들도 콘텐츠 커머스에 뛰어들고 있다. 구독자를 고객으로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가.
“기업들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채널 운영을 통해 얻고자 하는 건 결국 CRM(고객 관계 관리)이 목적 아닌가.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구독자를 모으는 데만 돈을 경쟁적으로 쓰는 거 같다. 많은 기업이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지만 구독자 수가 늘어나고, ‘좋아요’를 눌렀다고 진짜 우리 팬, 우리 고객이라 할 수 있을까. 팔로어를 수십만 명 확보했더라도 실제 콘텐츠를 보는 사람은 절반도 안 된다. 브랜드 공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팔로어들과 소통을 잘해야 한다.
SNS 채널의 콘텐츠를 본 유저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분석해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실제 구매로 연결되는 A급 구독자부터, 구독하면서 ‘좋댓구알(좋아요·댓글·구독·알림)’을 누르는 B급, 단순 팔로어인 C급 구독자까지 세분해 이들을 모두 끌어들일 수 있도록 콘텐츠를 활용해야 한다.”
구글은 유튜브 쇼핑을 개설하면서 D2C 시장을 띄우는 모양새다. 앞서 나이키가 D2C 전략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나이키의 D2C 전략이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재고 관리를 못 했다는 점도 있지만, 자체 플랫폼만으로 고객 관계를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자사 몰이 활성화하려면 소비자가 계속 플랫폼을 방문하도록 해야 하는데, 러닝 커뮤니티만으로는 부족하다. 매일 새로운 셀럽과 컬래버레이션(협업)을 할 수도 없으니, 신규 고객을 들이는 것도 쉽지 않다. 자체 플랫폼을 중심 채널로 하는 건 한계가 있다. 유튜브와 D2C를 결합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콘텐츠 커머스를 잘하는 비결은.
“최근 들어 시장이 급속히 커지는 양상이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거품이 껴 있다고 본다. 딜 커머스가 뜨고 있다고 그걸 콘텐츠 커머스의 전부로 정의할 수도 없다. 자칫 재고 정리나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등 일회성 목표 달성에 그칠 수 있다.
콘텐츠 커머스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자체 콘텐츠 IP를 구축해야 한다. 채널을 가치 있게 만들고, 지속해서 사게 만들어야 한다. 더에스엠씨그룹도 올해 상반기 중 10개의 신규 콘텐츠 커머스 IP를 출시해 200억원의 추가 매출을 거둬들일 목표를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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