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백종원은 미션에 실패해도 박수받는 걸까('장사천재 백사장2')
‘장사천재 백사장2’, 2호점부터 백반, 포차, 반찬가게까지 시도
[엔터미디어=정덕현] 백종원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tvN 예능 <장사천재 백사장2>는 마치 그 한계를 시험해보겠다고 나선 프로그램 같았다. 외국에 셰프들이 나가 한식을 선보이고 그걸 체험하는 현지인들의 반응을 들여다보는 콘셉트의 예능들은 이미 식상할 정도로 많이 나왔다. 하지만 <장사천재 백사장2>는 시즌1보다 더 강화된 미션들을 내세웠고, 이를 보게 좋게 해결해내는 백종원의 한계 없는 장사 노하우를 들여다보는 과정들을 담아냄으로써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그 과정은 마치 한 판의 게임처럼 갈수록 난관을 마주하는 미션들로 채워졌다. 애초 미슐랭 식당들이 발에 채일 정도로 많다는 스페인 산 세바스티안에서 한식당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처럼 여겨졌다. 제작진은 백종원에게 그곳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하는 한식당을 만들어낼 것을 최종 목표로 제안했다. 미리 제작진이 얻어 놓은 자리가 식당보다는 주점에 어울릴 것이라는 판단으로 '반주'라는 한식 주점을 열었지만 북적이는 주변 식당들과 달리 초반만 해도 찾는 손님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백종원의 갖가지 장사 노하우들이 시도되었다. 미끼 상품으로 폭탄계란찜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하고, 잘 나가지 않는 음료에 1+1 행사를 함으로써 오히려 손님들을 잡아끄는 유인으로 활용하고, 잘 보이는 창가에 일부러 김밥을 마는 공간을 마련해 지나는 손님들의 시선부터 잡아끌게 만드는 식의 노하우들이 시전되었다. 그건 다름 아닌 백종원의 오랜 장사 경험들에서만이 나올 수 있는 장면들일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된다 싶을 때, 프로그램은 마치 게임처럼 '스테이지2'에 해당하는 2호점 오픈을 알렸다. 오토바이를 타고 백종원이 1호점과 2호점을 오가며 두 개의 식당을 운영하는 모습이 펼쳐졌고, 그건 시즌1의 그림과는 또 다른 색다른 시즌2의 양상을 예고했다. 미슐랭 핀초거리에 들어가 있는 2호점은 1호점보다 더 어려워 보였다. 그만큼 경쟁 가게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거기서도 백종원의 마법이 시작되었다. 그들 특유의 문화인 핀초식으로 해석된 한식들을 내놓았고, 그러면서도 한국식 청년포차의 활기찬 분위기를 접목하는 등 어려울 것만 같았던 2호점도 자리를 잡아갔다.
그래서 이제 1호점과 2호점 모두 안정된 느낌이 들었지만 실제 장사가 그렇듯 위기는 그런 안도감 위에서 찾아들었다. 이장우가 이끌던 2호점에서 가장 자신있어 했던 족발을 선보이는 과정에서 염지된 족발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조리를 했다가 잔뜩 기대한 손님들이 미리 주문했던 것까지 전부 환불하는 사태를 맞이한 것. 결국 이장우는 백종원에게 SOS를 요청했고, 백종원은 소금기를 빼기 위해 족발을 끓여서 다시 활용하라는 팁을 알려줌으로써 문제를 해결했다.
그리고 위기를 기회로 만든 건 백종원이 의기소침해 있을 이장우를 위해 1호점 팀을 모두 2호점으로 데려가 완전체로 밤 장사를 하는 장면이었다. 각각 흩어졌던 팀이 하나로 뭉쳐지면서 또 다른 장면들이 연출됐다. 손님들과 활기찬 인사를 나누고 음식이 나올 때마다 손님들을 주목시키는 퍼포먼스를 하고, 전을 부쳐 거리에 냄새를 퍼트림으로써 사람들이 몰려들게 만들고 이벤트로 폭탄주까지 돌리는 등 우리네 포차에서나 봄직한 분위기가 펼쳐진 것.
마지막 날, 남은 식재료들을 모두 활용한 '반찬가게' 콘셉트의 핀초 행사가 벌어지는 것으로 시즌2는 마무리되었지만, 이처럼 <장사천재 백사장2>는 그저 외국에서 음식 선보이고 현지인들이 맛보는 단순한 서사의 틀을 벗어나 다양한 이야기의 변주들을 만들었다. 마치 게임처럼 연출된 미션 방식을 도입한 건 다름 아닌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해법을 찾아내는 백종원의 진가를 끄집어내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애초 목표를 달성했을까. 끝내 2인자에 머무르며 이번 시즌2의 도전 미션은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건 오히려 시즌3를 위한 빌드업처럼 여겨졌다. 아쉽게 실패로 돌아가야 시즌3의 도전이 더 의미있을 테니 말이다. 프로그램은 에필로그처럼 미션 실패로 '게임오버'가 선언된 게임기의 화면을 보여준 후, 그럼에도 아직 손에 남아있는 동전 하나를 보여줬다. 그 동전을 넣고 또다시 이어질 시즌3의 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여운으로 남겨 놓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Copyright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닥터슬럼프’ 박형식·박신혜, 위로와 응원이 더 필요한 우리 시대의 사랑 - 엔터미디어
- 바둑이라 더 흥미로워진 조정석과 신세경의 대결 혹은 애증(‘세작’) - 엔터미디어
- 잘 나가다 암초 만난 김동준, 과거 최수종 연기에 답이 있다(‘고려거란전쟁’) - 엔터미디어
- 이하늬의 파트너 이종원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회수하며(‘밤에 피는 꽃’) - 엔터미디어
- 이토록 과감하고 발칙한 19금 드라마가 있었던가(‘LTNS’) - 엔터미디어
- 매사 투덜대는 백일섭에게 삐딱하던 내게 이런 날이 오다니(‘아빠하고 나하고’) - 엔터미디어
- ‘경성크리처’·‘외계+인’ 죽 쑤는 사이 ‘이재, 곧 죽습니다’ 방방 뜬 이유 - 엔터미디어
- 검사나 천하장사가 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걸 해낸 장동윤(‘모래에도 꽃이 핀다’) - 엔터미디
- ‘나는 솔로’부터 ‘환승연애’까지, 욕하면서도 끊을 수는 없는 까닭 - 엔터미디어
- 이념에 유독 민감한 한국에서 이토록 도발적인 실험이라니(‘사상검증구역’) - 엔터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