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데이비드 웡 AB자산운용 주식 부문 선임 투자 전략가 | “美 대선, 증시에 영향 적을 것…거시 지표가 더 중요”
“미국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중 어느 쪽이 집권하더라도 주식시장은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11월 미 대선 결과에 너무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금리 인하 시점 등 거시 지표를 주목하는 편이 낫다.”
데이비드 웡 얼라이언스번스틴(AB)자산운용 주식 부문 선임 투자 전략가는 최근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올해 미국 주식에 투자하려는 한국인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집권당 성향과 무관하게 증시 성과는 거의 비슷했다는 게 웡 전략가의 설명이다.
그는 “올해 미국 경기가 서서히 연착륙할 것으로 보이고 금리·전쟁 등 불확실성도 여전하겠지만,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는 증시가 반등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하로 성장주 매력이 부각하면서 헬스케어 업종이 유망하다”고 내다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해 미국 경기를 전망한다면.
“최근 고용 지표가 점진적으로 둔화하고 있다. 경기도 연착륙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3분기쯤 시작될 것으로 본다. 다만 금리가 급격히 내려갈 것으로 보진 않는다.”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 결과가 증시에도 영향을 미칠까.
“딱히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지난 8년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조 바이든 행정부를 비교해 보자.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기간에 바이든 행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린 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을 높였다는 점에서 보면 대선이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팬데믹 이슈를 빼면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의 증시 성과에는 별 차이가 없다. 더 과거까지 보더라도 민주당이 집권하든 공화당이 집권하든 역사적으로 증시 성과는 거의 비슷했다. 투자자들이 올해 11월 대선 결과에 따라 자산 포트폴리오를 바꿀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올해 미국 주식에 투자하려면 어떤 부분을 눈여겨봐야 할까.
“거시 지표를 잘 봐야 한다. 지난 3년간 가치주 투자 성과가 성장주보다 좋았다. 고금리 환경에서 부진한 성장주 특성 탓이다. 올해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속해서 둔화하고, 물가와 금리도 모두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성장주가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다는 뜻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60% 이상이 성장주로 구성돼 있다. 사실상 미국 증시 자체가 성장주 시장에 가깝다는 말이다.”
올해 유망한 투자 업종을 꼽아달라.
“헬스케어 업종을 주목하면 좋을 것이다. 2023년에는 기술 기업의 이익이 2022년보다 개선되면서 주목받았다. 올해 헬스케어도 비슷한 흐름을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 2023년 미국 헬스케어 업종은 부진했다. 정부나 병원 등에서 코로나19 당시 늘렸던 예산을 정상화했고, 백신과 코로나19 치료제 등의 수요도 줄어서다. 하지만 S&P500에 포함된 헬스케어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회복하면서 올해 주당순이익(EPS)이 19%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헬스케어 업종은 미국에서 경기가 악화하는 시기마다 우수한 성과를 기록했다. 2023년 S&P500 지수 구성 종목 중 하락 폭이 유독 크기도 했다. 여러모로 투자 매력도가 올라간 상태다.”
최근 인공지능(AI) 테마에 대한 관심도 큰 것 같다.
“그렇다. 2023년 AI 관련주가 강세를 보였다. 그런데 AI 테마가 흥미로운 점은 모든 기업이 수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AI는 점점 발전하고 있다. 기업이 AI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따라 매출과 이익 면에서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투자자는 어떤 기업이 AI 차별화에 성공하는지를 주목해야 한다. 헬스케어 산업에서 생성 AI(Generative AI)를 잘 활용하는 회사는 남들보다 연구개발(R&D) 속도를 높이거나 진단 정확도를 개선해 낼 것이다. 또 의료 체계에서 불필요한 비용 지출도 줄일 수 있다.”
2023년 미국 증시는 ‘매그니피센트 7’으로 불리는 대형주가 주도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상대적으로 중·소형주는 부진했는데, 올해는 변화가 있을까.
“현재 흐름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장기적으로 보면 지난 100년간 미국 증시에서 소형주가 대형주와 비교해 2 대 1 비율로 우세했다. 시장 사이클 면에서 소형주는 경기 악화기 이후 맞는 회복기에 수익을 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미국 증시는 아직 심각한 경기 둔화를 겪지는 않았다. 또 대형주는 성장주 성격이 강하고, 중·소형주는 가치주와 경기 민감 주 성격을 띤다. 올해는 금리 하락이 유력한 만큼 금리 인하기에 강한 대형 성장주가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
한국 상장 기업이 미국 기업에 비해 주주 환원 정책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주주 환원이 중요하다고 보는가.
“주주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 미국 기업이 한국 기업보다 주주 환원율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더 중시한다는 데 동의한다.
최근 미국 기업은 자사주 매입이 다소 줄긴 했지만, 여전히 주주 환원율은 견조한 수준이다. 주주 환원율이 높으면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글로벌 투자자를 끌어당기기 쉽고, 코로나19처럼 증시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타날 때 수익을 방어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주주 환원 정책이 활발한 기업이라도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이 언제나 긍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가령 어떤 기업이 자사주 매입에 과감히 나서지만, 상대적으로 수익성 높은 투자를 줄이면 기업 가치가 떨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또 주주들이 배당금을 받게 되면 배당소득세가 발생해 오히려 세금 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다.”
한국 투자자들에게 조언을 건넨다면.
“2023년 주요 지수가 반등하면서 투자자들이 한숨 돌렸다. 하지만 소수의 대형 기술주 중심으로 상승한 탓에 어떤 면에서는 아쉬움을 느낀 투자자도 많았을 것이다. 미국 기업 실적을 보면 대체로 둔화했다. 이런 맥락에서 올해도 시장은 여전히 불확실할 것이다. 하지만 2023년보다는 전반적으로 증시가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매크로에 덜 민감하면서 펀더멘털이 탄탄하고 밸류에이션(기업 평가 가치)이 합리적인 종목을 물색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 증시에는 장기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기업이 많다. 단시간에 매매를 반복하기보다 우량주를 매수해 오랜 기간 보유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관심도 많다고 들었다. 다만 ETF 이름만 믿고 투자하는 건 위험하다. 투자하려는 펀드가 어떤 종목으로 구성됐는지 직접 살펴보고 전망을 분석해야 한다. ETF 보수 비용과 수익률도 따져봐야 한다. 액티브 펀드를 통해 펀드매니저에게 운용을 맡기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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