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조선비즈 가상자산 콘퍼런스] “비트코인 막을 수 없는 흐름…국내 당국, ETF 승인 논의 놓쳐”

김태호 조선비즈 기자 2024. 2. 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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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7일 열린 ‘2024 가상자산 콘퍼런스’에서 주현철(왼쪽부터) 법무법인 이제 선임 변호사,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파트너 변호사,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디지털자산 TF 선임 매니저, 이정수 서울대 로스쿨 교수가 ‘가상자산 투자, 법과 제도의 방향성’을 주제로 패널 토의를 하고 있다. 사진 조선비즈 DB

학계와 법조계, 금융권에서 활동하는 가상자산 전문가들이 모여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시장의 불공정 거래를 막을 순기능이 있다면서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와 발행에 대한 규제 완화 여부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

조선비즈는 1월 1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에서 ‘2024 가상자산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용범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가 진행하는 특별좌담에 나섰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 산딥 네일왈 폴리곤 공동 창업자, 도미닉 장 오아시스 한국 사업 총괄을 포함한 국내외 가장자산 업계 최고 경영진도 강연을 했다.

이날 행사의 마지막 세션은 패널 토의로 진행됐다. ‘가상자산 투자, 법과 제도의 방향성’을 주제로 한 패널 토의는 금융감독원 가상자산 정책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주현철 법무법인 이제 선임 변호사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패널로는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파트너 변호사,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선임 매니저, 이정수 서울대 로스쿨 교수가 참석해 각자의 의견을 교환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약 6개월 동안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준비하고 국회 관련 상임위에 초안을 보고했다. 해당 법안은 투자자 보호에 중점을 뒀다. 올해 시행될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대해 평가해 달라.
정재욱 “비트코인 유행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규제도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불공정거래에 대해 매듭 지은 것은 좋았다. 다만 여전히 불공정거래에 대한 형사처벌은 쉽지 않다. 또한 본질적인 논의인 가상자산 투자 제도를 어떻게 정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과제로 남았다.”

김갑래 “갈 길이 먼데 시간은 촉박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올해 발표될 2단계 법은 공시, 사업자 규제, 협회 등에 대해 여러 세부 논의를 거쳐야 한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컨트롤타워가 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간 정책 조율을 맡아야 한다.”

이정수 “2022년 5월 테라·루나 사태가 터지고 서둘러 만들어진 법이라 완벽하지 못한 상태다. 1단계 법에선 가상자산 상장(ICO) 관련 규정이 없다. 한술 밥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모자란 부분은 시장과 금융 당국이 나서 기본법을 더욱 정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용재 “사업자 입장에서 기초적인 준수 사항이 나와서 반갑다. 실물 자산이 토큰화하는 웹3.0 생태계에 맞춰 한국은행의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사업과 스테이블코인(법정화폐와 가치가 연동된 코인) 개발 사업 등을 연결하는 게 증권 업계의 무거운 과제였으나, 부담이 줄었다.”

1월 10일(현지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 거래를 승인했다. 한국도 향후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 거래를 승인해야 하는가. 만약 승인 난다면 해당 업무 소관을 금융위원회 혹은 기획재정부 등 어떤 기관이 맡아야 할까.
정재욱 “인터넷의 유해 콘텐츠를 차단하는 건 가능하지만, 인터넷 자체를 없앨 순 없다. 암호화폐도 마찬가지다.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 거래가 승인되면서 암호화폐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랐다. 한국 정부도 미국 사례를 보며 비트코인 ETF 승인을 고민하고 있다. 다만 주의할 점은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과정에 시행착오가 있었던 만큼, 한국은 우리 경제 상황에 비추어 별개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해야 한다. 한국은 개인의 암호화폐 거래만 허용하고 법인은 안 된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 일차적으로 법인이 투자할 수 있게 되고 이차적으로 법인과 함께 금융회사가 비트코인 시장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게 되는데, 이 경우 양측이 겹치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승인 여부를 법적으로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경제적으로도 따져봐야 한다.”

김갑래 “지금 단계에서는 기초자산성이나 공정거래 관련해서 법적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다만 미국에서 10년 동안 논의했던 것을 한국은 1년 내외로 압축적으로 논의해 제도화를 촉진해야 한다. 국내에도 경쟁력 있는 증권사가 많다. ETF 시장은 선점 효과가 큰 만큼 환 위험이 없는 양질의 국내산 비트코인 현물 ETF를 투자자가 이용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법인이나 기관들이 ETF를 통해 비트코인 투자 접근성을 가져가야 하는데, 이들의 의견은 언론에 나오지 않고 있다. 궁극적으로 국내 ETF 논의에 관한 법적 명확성이 높아졌을 때, 미국산 현물 ETF에 대한 직접 거래를 허용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용재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과정에서 많은 이슈가 발생한다. 어떤 나라 모델을 따를지, 수탁 기관을 어디로 할지 등에 대해 논의가 있어야 한다. 국내에서도 올해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차 입법안이 나오면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에 대한 논의가 자연스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는 130조원 이상의 ETF 시장이 있고 글로벌 플레이어들도 있어 성장 가능성이 크다. 동남아 등 해외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는 만큼, 올해 의미 있는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정수 “금융이란 자금이 필요한 곳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뜻하는데, 현재 비트코인을 금융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자본시장에 공급이 필요한 부분으로 자금이 흘러야 하는데, 다양한 투자처를 두고 비트코인으로 대량의 자금이 흘러가게 되면 구축 효과가 발생한다. 또 금융기관이 암호화폐에 투자했는데 시장이 무너지면 건전성 문제도 발생한다. 금융 당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가 경제에 순기능으로 작용할지, 주식 투자와 양립할 수 있는지, 자금세탁방지(AML)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지 세 가지 측면에서 미리 검토해야 한다. 또 암호화폐를 금융으로 볼지, 기술로 볼지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 전자로 보면 금융위원회가, 후자로 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소관 부처가 될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암호화폐 흐름을 보면 비트코인은 투자자산에 가깝다. 이에 금융위원회에서 암호화폐를 관리하는 게 합리적이다.”

좌장을 맡은 주현철 선임 변호사는 “한국 암호화폐 일평균 거래액이 11조원을 넘겼고 연평균 거래액은 1000조원이 넘는다. 비트코인 시장은 애플의 시가총액과 맞먹는다”며 “한국은 산업국가가 아니라 자본 국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본이 효율화되지 않으면 부의 창출이 늦어지고 젊은이들은 부의 사다리를 잃게 된다. 자본 효율성에 대해 정부가 각인해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 여러 이해 당사자가 가상자산 육성에 신경 써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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