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바이든·트럼프 ‘리턴 매치’ 예고] ‘2연승’ 트럼프 대세론 굳히나…헤일리 “경선 안 끝났다”

전효진 기자 2024. 2. 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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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월 23일(현지시각) 뉴햄프셔주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승리한 뒤 내슈아 선거본부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EPA연합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월 23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두 번째 경선인 뉴햄프셔주(州) 프라이머리(primary·예비 선거)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를 상대로 승리했다. 1월 15일 첫 경선을 치른 아이오와주 코커스(caucus·당원대회)에 이은 2연속 승리다. 공화당 후보 사퇴 압박을 받게 된 헤일리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프라이머리에서 배수진을 치고 싸움을 끝까지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같은 날 치러진 뉴햄프셔주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했다. 현지 언론들은 공화당에서는 트럼프가, 민주당에서는 바이든이 오는 11월 투표에서 2020년 대선과 마찬가지로 다시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1월 23일 미국 뉴햄프셔주 콩코드에서 열린 프라이머리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EPA연합

트럼프, 4년 만의 바이든과 ‘리턴매치’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지율 54.3%(17만6004표)로, 43.2%(14만96표)를 얻은 헤일리를 눌렀다. 트럼프는 아이오와주 코커스와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가 공화당 초기 경선지로 정착된 1976년 이후,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아니면서도 두 곳에서 모두 이긴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됐다. 트럼프는 이날 내슈아 선거본부에서 승리를 축하하는 연설을 통해 “우리가 이겼다”면서 “(또 다른 분수령으로 꼽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프라이머리에서 헤일리를 쉽게 이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이어 “(헤일리는) 오늘 같은 최악의 밤을 맞이하고서도 승리한 것처럼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후보 사퇴를 종용했다. 또 “지난 석 달간 우리는 짜증 나는(crooked) 조 바이든에게 모든 여론 조사에서 앞섰다”며 자신의 본선 경쟁력을 과시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경선은 2016년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헤일리는 (2016년 당시) 트럼프가 패배한 일부 지역에서만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고, CNN은 “트럼프가 2016년에 대선 후보가 된 게 아이오와주 코커스를 시작한 지 90일이 지난 시점이었는데, 이번엔 2000년대 들어 가장 짧은 시간(약 1주일)에 1인 독주 체제를 확정 지었다”고 전했다. CNN·CBS·워싱턴포스트 등 미 선거공동취재단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공화당원, 보수 성향 유권자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승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뉴햄프셔주 경선 참여자의 51%인 등록 공화당원의 74%가 트럼프를 선택했는데,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인 경제와 이민 문제에서 현 바이든 정부의 대처에 불만을 느낀 유권자가 대거 트럼프를 뽑으며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도 같은 날 치러진 뉴햄프셔주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했다. 이날 민주당 투표용지에는 원래 바이든의 이름이 없었다. 2월 3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첫 공식 경선을 하기로 한 민주당의 결정을 거부하고 뉴햄프셔주가 먼저 프라이머리를 강행하자, 바이든 대통령이 아예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용지에 수기로 ‘바이든’을 적어 65%가 넘는 득표율로 그가 승리했다.

헤일리, 3월 ‘슈퍼 화요일’서 반전 노릴 듯

다만, 트럼프의 각종 사법 리스크를 감안하면 추후 공화당 경선 레이스는 안갯속 구도로 갈 가능성도 남아있다. 트럼프는 현재 91개 혐의로 형사 기소된 상태이며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헤일리는 각종 후보 사퇴 압박에도 경선 레이스를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헤일리는 트럼프의 승리가 확정되자 연설을 갖고 “트럼프의 승리를 축하한다”면서도 “공화당 경선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만큼 선거는 끝나지 않았다. 나에 대한 부고 기사(obituary)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다. 헤일리는 2023년 2월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고 트럼프의 극우적 행보에 염증을 느낀 중도 성향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트럼프 대항마’로 떠올랐다. 또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헤지펀드의 전설’ 스탠리 드러켄밀러, 부동산 업계 거물 배리 스턴리히트 등 월가 거물들로부터 지지 선언을 받았다. 한편 공화당 후보들의 다음 격전지는 2월 24일 공화당 프라이머리가 열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다. 이곳은 헤일리가 8년간 주지사를 지낸 ‘정치적 고향’이다. 이후 ‘슈퍼 화요일’로 불리는 3월 5일 캘리포니아주(대의원 169명)와 텍사스주(대의원 161명) 프라이머리를 포함해 16곳에서 경선이 치러진다. 대의원 총 874명(전체의 약 36%)의 향방이 이날 결정된다. 공화당은 7월 위스콘신주 밀워키 전당대회에서 최종 후보를 뽑는다.

Plus Point
‘낙태권’ 이슈로 트럼프 공격 시동
바이든 “트럼프보다 더 큰 위험 없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월 23일 버지니아주 매너서스의 낙태권 관련 행사장을 찾아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될 것이 이제 분명해졌다. 이보다 더 큰 위험은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월 23일 뉴햄프셔주 공화당 프라이머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가 확실시되자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내고 “이것이 이 나라를 향한 나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올해 첫 선거 유세 주제로 낙태권 문제를 언급하고, 뉴햄프셔주 대신 버지니아주 매너서스의 낙태권 관련 행사장을 찾아 트럼프를 공격했다. 연단에 선 그는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했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이 2022년 보수 우위의 대법원에 의해 폐기된 것을 언급하면서 “트럼프가 낙태권 폐기를 공약하고, 낙태권을 행사한 여성을 처벌하겠다고 했다”며 “이는 미국 여성들에게 악몽과 같은 일이다. 미국에서 이 같은 자유를 빼앗긴 것은 도널드 트럼프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이 확실한 정치적 우위에 있는 낙태 문제를 강조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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