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 인구구조 변화가 시사하는 부동산 투자 방향

이선호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차장 2024. 2. 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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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1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사진 연합뉴스

‘출산율 0.6명, 인구 소멸 위기’,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기사 제목이다. 2023년 3분기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0.7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였고, 통계청은 2023년 4분기 출산율이 사상 최초로 0.6명대로 추락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요즘 4월 총선을 앞두고, 저출산을 타계하기 위한 공약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가운데, 여야 모두 인구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한 전담 부서 신설을 약속하면서 출산 장려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는 듯하다. 이미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대책 분야에서 올해 신생아 특별공급과 특례대출 정책을 실행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초저출산 및 초고령화 사회 등 향후 도래할 인구구조 변화는 경제성장·고용·소비 등 사회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끼칠 매크로 변수다. 경제재인 부동산 역시, 인구구조에 영향받으면서 지역 변화 및 수급 조절을 겪으며, 부동산 투자에 대한 위험과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선호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차장감정평가사, 전 DL이앤씨· 이화자산운용 근무

부동산에 영향 줄 인구구조 변화 3가지

우선 1~2인 가구 증가와 출산율 하락은 미혼 증가와 양육 부담이 원인이다. 젊은 세대의 결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 및 개인주의 성향으로 결혼을 늦추거나 비혼으로 머물기도 한다. 또한 결혼 후 양육 부담으로 자녀를 낳지 않는 딩크족도 늘어나고 있다. 결국 전체 인구수는 점점 감소하겠지만, 상당 기간 1~2인 가구의 증가가 예상된다. 더욱이 기대수명 연장으로 1~2인 시니어 가구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두번째 변화는 초고령 사회의 진입이다. 인구구조 고령화의 원인은 앞서 언급한 출산율 하락과 기대수명 연장에 있다. 죽지 않는 인구는 느는데 태어나는 인구는 줄다 보니, 2025년에는 초고령 사회(고령인구 비중 20%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17개 광역시·도 중 8곳은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초고령 사회는 실버산업(고령 친화 산업)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다. 셋째, 생산가능인구(15~64세·2020년 3738만 명) 감소도 변화다. 우리나라 총인구는 2020년 5184만 명을 정점으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다. 총인구 감소 폭은 생각보다 크지 않지만, 생산가능인구 기준으로 보면 그 폭은 심각하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의하면, 2040년 총인구는 5006만 명, 생산가능인구는 2903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총인구는 2020년 대비 약 3.4% 감소, 생산가능인구는 약 22.3% 감소로 확연히 대비된다.

인구구조 변화,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

인구구조 변화가 일으킬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국내총생산(GDP) 감소일 것이다. 경제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경제 활력이 저하되면서 GDP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물론 로봇과 인공지능(AI) 기술의 활용으로 인력 대체와 생산성 향상도 기대해 볼 수 있겠지만, 그동안 누렸던 과거의 고도성장보다는 장기 저성장 국면으로 갈 가능성에 무게를 둬야 할 것 같다. 향후 경제 저성장의 방향성을 고려한다면, 부동산의 자본 이득(가치 상승)보다는 소득 이득(임대 수익)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고, 가격 변동성보다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보장된 부동산이 선호될 전망이다.

주거용 부동산에서는 1~2인 가구 증가로 소형 주택의 공급이 뉴노멀이 될 것이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일부 수도권의 핵심 도심 지역 및 역세권 지역은 양질의 직장과 풍부한 편익 시설, 교통 인프라로 인해 수요 대비 지속적인 주택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 더욱이 1~2인 시니어 가구는 교외 지역에 세컨드 하우스를 마련할지 모르지만, 건강과 편리함을 이유로 본거지는 도시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1~2인 가구가 선호하는 안정성, 환가성 높은 대단지 내 소형 아파트가 원픽이고, 경제 저성장 흐름 속에 소형 주택의 월세화, 즉 임대 상품화가 고착화할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에서는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소비지출 약화로 이어지는 가운데, 온라인 시장의 성장 가속화까지 겹쳐 오프라인 상권은 계속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정된 파이를 가지고 상권 간 경쟁 및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고, 내국인 소비만으로는 상권의 성장에 한계를 보일 것이다. 한국관광공사는 K컬처(K-Culture) 트렌드에 힘입어 올해 외래 관광객 목표를 처음으로 2000만 명 달성으로 잡았다. 향후 지속적인 상권 유지 및 발전을 위해서는 줄어드는 내국인 소비를 대체할 외래 관광객 소비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부동산 투자 시 체크포인트

도시의 승리에 주목하자. 최근 거점 도시 집중 육성 등 메가시티 논의가 있지만, 행정적인 구획보다는 실질적으로 젊은 인재가 모이고 실버 계층이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는 첨단산업과 인프라가 어우러진 도시를 눈여겨봐야 한다. 전체 인구는 감소할지 몰라도 문명의 이기는 특정 도시에 인구 집중을 심화시킬 것이다. 특히 초고령화 시대 도심지 실버 계층의 증가는 앞으로 주거지 입지 선택에서 의료 시설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도시지역 상권은 관광객 등 외부 인구를 유인할 매력적인 요소, 이를테면 K컬처나 오프라인만의 경험 소비가 가능한 콘텐츠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임대 수익에 집중하자. 물론 코로나19 같은 유동성 장세가 또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러한 불확실한 기회에 기대지 말고 부동산의 본질적 가치인 내재 가치에 잘 부합하는 임대 수익을 눈여겨봐야 한다. 향후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경제 저성장 국면에서는 성장성에 기반한 자본 이득보다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부동산 가치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주거용 부동산에서는 1~2인 가구 증가, 전세 제도 부작용 등으로 소형 주택의 월세화가 가속화될 것이고, 상업용 부동산은 공실 관리와 임차인 신용도가 중요해지면서 안정적인 임대 수익이 창출되는지가 투자의 핵심이 될 것이다.

결혼·출산을 계획하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정책을 활용하자. 바야흐로 초저출산 시대에는 아이를 낳는 것이 재테크 무기가 될 것이다. 최근 쏟아지고 있는 출산 장려 정책을 보더라도 초당적이다. 내 집 마련을 위한 아낌 없는 정책적 지원이 예상된다. 청약, 대출, 세제, 보조금 등 전방위적인 지원을 꼼꼼히 따져보고 내 집 마련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인구 위기의 부정적 측면만 보지 말고, 누군가에게는 투자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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