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 세계경제, 아직 회복 단계 진입 못 했다

인더밋 길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개발 경제 담당 수석 부사장 2024. 2. 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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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세계경제 전망을 두고 연착륙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예상보다 비관적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1월 15일(이하 현지시각) ①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경제학자 56%는 새해 세계경제의 성장 동력이 약해질 것으로 진단했다. 원인은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 격화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같은 지정학적 갈등 때문이다. 1월 9일 세계은행 역시 ‘2024년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전년 대비 0.2%포인트 하락한 2.4%에 그칠 것으로 봤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시기를 제외하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선진국 경제성장률은 2023년보다 0.3%포인트 낮은 1.2%, 개발도상국은 같은 기간 0.1%포인트 하락한 3.9%로 전망됐다. 세계은행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맡고 있는 필자들은 특히 개발도상국의 불안정한 경제를 우려했다. 극심한 부채 부담과 식량 불안으로 개발도상국 인구의 3분의 1이 오랫동안 고통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고 한다. 광범위한 투자 조성 정책을 통해 생산성 향상과 소득 증가를 이끌고, 정부 지출을 통제할 수 있는 재정 체계를 확립한다면 개발도상국의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두 경제학자의 생각이다.
사진 셔터스톡

2024년이 시작되면서 세계경제 전망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요 경제국들은 40년 만에 가장 빠른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금융 위기나 높은 실업률이라는 흔한 상처 없이 대부분 무사히 회복하고 있다. 그동안 경기 침체를 유발하지 않고 가파른 물가 상승률을 억제하는 데 성공한 국가는 거의 없었지만, ‘연착륙’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당연히 금융시장은 축하 분위기에 휩싸였다.

인더밋 길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개발 경제 담당 수석 부사장전 듀크대 교수

하지만 주의가 필요하다. 세계은행의 최근 세계경제 전망에 따르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세계경제가 2024년과 2025년에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10년보다 훨씬 더 느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3년 연속 2.4%로 둔화하다가 2025년이 돼서야 2.7%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과 2024년의 1인당 투자 증가율은 평균 3.7%로 지난 20년 평균의 절반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대는 자칫 ‘기회를 낭비한 시대’가 될 수 있다. 2024년 말은 극심한 빈곤과 주요 감염병을 퇴치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가량 줄여야 하는 획기적인 성장을 위한 10년의 절반으로 기록되는 시점이다. 하지만 1990년 이후 반세기 중 가장 저조한 글로벌 성장률과 2024년 말 개발도상국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국가의 1인당 평균 소득이 코로나19 팬데믹 직전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비참한 전망이 나온다.

저조한 경제성장은 많은 글로벌 과제를 약화시킨다. 개발도상국이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보건 및 교육을 개선하며 기타 주요 우선순위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투자를 창출하는 것도 어렵게 만든다. 최빈국 경제는 마비될 정도의 부채 부담에 시달리게 될 것이며 식량 불안을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 인구 세 명 중 한 명의 고통은 장기화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몇몇 국가뿐 아니라 전 세계에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역사적 실패에 이르게 될 것이다.

아이한 코제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전망그룹 이사전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여전히 흐름을 바꿀 수 있다. 우리의 분석에 따르면,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이 두 가지를 실천한다면 2020년대 하반기에 적어도 코로나19 이전 10년보다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첫째, 생산성 성장, 소득 증가, 빈곤 감소, 수입 증대 등 여러 가지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광범위한 투자 붐을 조성하는 데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 둘째, 종종 경제 발전을 저해하고 불안정을 야기하는 재정 정책을 피해야 한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사례를 보면, 세계경제가 좋지 않을 때도 적절한 정책 조합을 통해 투자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전 세계 국가는 1인당 투자 증가율이 4% 이상으로 가속화된 후 6년 이상 유지된 시기로 정의되는 200여 차례의 횡재성 투자 붐을 일으킨 바 있다. 이러한 호황기에는 공공 및 민간 투자가 모두 급증했다. 정부 통합 재정, 무역 및 금융 흐름 확대, 재정 및 금융기관의 역량 강화, 민간 기업의 투자 환경 개선 등 종합적인 정책 패키지가 그 비결이었다.

2000년대와 2010년대 투자 붐을 일으킨 개발도상국들이 2020년대에도 이러한 성과를 반복한다면, 개발도상국은 경제적 잠재력의 3분의 1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개발도상국이 보건, 교육, 노동력 참여율 개선에서 지난 10년간의 최고 성과를 반복한다면 나머지 격차는 대부분 해소될 것이다. 2020년대 개발도상국의 잠재 성장률은 2010년대 성장률에 근접할 수 있다.

상품 수출에 의존하는 개발도상국의 3분의 2가 선택할 수 있는 추가적인 옵션도 있다. ‘히포크라테스 원칙’을 재정 정책에 적용하는 것이다. 그럼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우선 해를 끼치지 않는다. 이러한 경제는 이미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으며(원자재 가격이 갑자기 오르거나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재정 정책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성장률이 1%포인트 상승하면 정부는 성장률을 0.2%포인트 추가 상승시키는 방식으로 지출을 늘린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좋을 때 재정 정책은 경기를 과열시키는 경향이 있다. 반면 경기가 나쁠 때는 침체를 키운다. 이러한 ②‘경기 순응성(pro-cyclicality)’은 일반적인 개발도상국보다 원자재를 수출하는 개발도상국에서 30% 더 강하게 나타난다. 재정 정책도 다른 개발도상국보다 이들 경제에서 변동성이 40% 더 큰 경향을 보인다. 그 결과, 성장 전망에 만성적인 걸림돌이 된다. 이러한 저해 요인은 무엇보다도 정부 지출을 통제할 수 있는 재정 체계를 확립, 유연한 환율 제도 채택, 자본의 국제적 이동에 대한 제한을 피함으로써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정책 수단을 패키지로 도입하면 원자재 수출 개발도상국은 4~5년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포인트씩 높일 수 있다.

지금까지 2020년대는 약속이 깨진 시기였다. 각국 정부는 ③ 2030년까지 달성하겠다고 약속한 ‘전례 없는’ 목표, 즉 ‘모든 곳에서 빈곤과 기아를 종식시키고, 국가 내 및 국가 간 불평등을 해소하며, 지구와 천연자원을 지속적으로 보호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2030년까지 아직 반세기가 넘게 남았다. 신흥 시장과 개발도상국이 잃어버린 입지를 되찾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각국 정부가 필요한 정책을 즉시 실행에 옮긴다면 모두가 축하할 만한 일이 될 것이다.

ⓒ프로젝트신디케이트

Tip

① 전 세계 주요 기업인, 경제학자, 언론인, 정치인 등이 모여 범세계적 경제 문제에 관해 토론하고 국제적 실천 과제를 모색하는 국제 민간 회의. 매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려 다보스포럼으로 통칭한다. 올해 다보스포럼은 ‘신뢰 재구축(Rebuilding Trust)’이라는 주제로 1월 15부터 19일까지 열렸다.

② 경제지표나 금융시장의 특정 요소가 경제 사이클, 즉 경기의 확장과 수축에 따라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 가령 국민소득이 증가할 때 소비지출은 팽창하지만, 거꾸로 국민소득이 감소할 때는 소비지출이 위축되는 식이다.

③ 2015년 유엔 193개 회원국은 2030년까지 빈곤 퇴치, 기후변화 방지, 불평등 해소 등 이른바 지속가능발전목표(SDG)를 달성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목표 달성이 요원하다는 우려에 유엔은 2020년을 SDG를 달성하기 위한 ‘행동의 10년’ 원년으로 발표하고, 유엔 사무총장 주도로 각국 이행 사항을 점검하기 위한 고위급 회의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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