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만든 채로 성적 쑥쑥···상상력 넘치는 쇼트게임 기대하세요”
샤프트 업체 대표의 딸 “아빠와 동반성장”
중학생 때 송암배서 윤이나에 연장 우승
3부 투어선 3개 대회 만에 초고속 우승도
“첫승 자격으로 시상식 드레스 입고 싶어”
“어릴 때 아빠가 ‘이거 진짜 좋은 거다’라면서 써보라고 하셨는데 제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안 썼거든요. 그때부터 아빠가 ‘어디 한 번 해보자’ ‘진짜 좋게 만들어서 안 쓸 수 없게 해보자’는 마음으로 만드신 거예요.”
2024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인 박예지(19·KB금융그룹·사진)와 가진 최근 인터뷰에서는 ‘샤프트’가 주제 중 하나였다. 몬스타샤프트의 박종태 대표가 그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박예지는 “그렇게 아빠가 작정하고 만든 제품을 끼우고 쳐봤는데 정말 괜찮았다. 그게 4년 전인데 그때부터 제 성적도 쭉쭉 나왔다”며 “샤프트 바꾸고 국가 상비군도 되고 했으니 어떻게 보면 아빠의 샤프트와 함께 동반 성장한 셈”이라고 했다.
박예지는 열일곱 살에 KB금융그룹과 후원 계약을 맺고 1년 뒤에는 든든한 의류 후원사까지 얻었다. 송암배, 대한골프협회장배, KLPGA 회장배 우승 등으로 아마추어 유망주 시절부터 주목받던 그다.
돌아보면 극적인 우승이 많았다. 지난해 9월 KLPGA 점프(3부) 투어에서는 마지막 홀 3m 파 퍼트를 남기고 비로 경기가 중단되는 일도 있었다. 들어가면 우승이고 놓치면 3명 연장인 상황에서 1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긴 1시간이었을 텐데 박예지는 “1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를 만큼 빨리 지나갔다”고 했다. “너무 간절하니까 계속 퍼트 라인 살피고 볼 굴러가는 이미지를 생각하느라 앉지도 못했다”는 그는 “춥고 배고프고 힘들었지만 준비할 시간을 제공받은 것이니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1시간의 기다림 뒤 박예지는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내리막의 까다로운 퍼트를 홀 한가운데로 쏙 넣고 만세를 불렀다. 투어 3개 대회 만의 초고속 우승이었다.
중학생이던 2020년에는 아마추어 주요 대회 중 하나인 송암배에서 2라운드까지 고등학생 윤이나에게 7타나 뒤졌지만 최종 3라운드에서 다 따라잡고 연장 끝에 우승했다. 박예지는 “3라운드 경기를 마쳤는데 경기 위원님이 연장갈 수도 있다고 해서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다”고 돌아봤다. 장타자인 윤이나가 두 번째 샷으로 54도 웨지를 들 때 박예지는 9번 아이언을 잡아야 했지만 정교한 퍼트로 거리 열세를 극복했다.
3명이 출전한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는 대표 선발 포인트 4위에 그쳐 아깝게 나가지 못한 아픔도 있었다. 박예지는 “1년을 아시안게임을 바라보고 달렸다. 탈락 확정에 솔직히 얘기하자면 많이 울었다”면서 “하지만 친구들이 좋은 결과(단체전 은메달)를 얻는 모습에 자랑스럽고 기뻤다”고 했다.
아시안게임을 나가지 못한 아쉬움은 올 시즌 KLPGA 투어에서 털어낼 생각이다. 박예지에게 KLPGA 투어는 ‘꼬치구이’와 ‘고추잠자리’로 기억되는 꿈의 무대다. “부모님 따라서 대회 구경 많이 다녔거든요. 어릴 때는 경기는 잘 몰랐으니 갤러리 플라자에서 꼬치구이 먹고 되게 좋아했던 거랑 고추잠자리 잡으면서 즐거워했던 기억이 또렷해요.”
2022년에는 회장배 우승자 자격으로 KLPGA 대상 시상식에 초대받기도 했다. “그때는 바지 정장 차림이었다. 올해 또 참석할 수 있다면 불룩 솟은 승모근을 가릴 수 있는 차분한 드레스를 입고 가고 싶다”는 박예지는 “정규 투어 첫 우승자 신분으로 연말 대상 시상식에 초청받는 게 목표다. 톱10 열 차례 진입 목표도 꼭 이루고 싶다”고 했다. 쇼트게임이 강점인 그는 “그린 주변에서 ‘와, 저렇게 해서도 붙이는구나’ 같은 반응이 나오게끔 상상력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이려 한다”고도 했다.
갑자기 궁금해져 샤프트 브랜드의 뜻을 물었다. 박예지는 기다렸다는 듯 설명을 이어갔다. “‘먼데이 스타’를 줄여서 몬스타예요. 투어 대회는 보통 일요일에 끝나니까 이 샤프트와 함께하면 일요일에 우승해서 월요일에는 스타가 돼 있을 것이라는 의미죠.” 곧 몬스타가 될 것 같다는 인사에 박예지는 빙긋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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