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中, 5% 미만으로 성장률 낮추나
내수 위축에 디플레 우려 커지자
지방정부 절반 성장률 목표 낮춰
시진핑은 연일 '고품질 발전' 강조
시장선 올 4.5~5.0% 성장 점쳐
중국 정부가 올해 최소 목표치 기준으로 5.0%를 밑도는 경제성장률을 제시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내수 위축 등에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커지는 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최근 들어 성장률보다는 이른바 ‘고품질 발전’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5.0%를 밑도는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발표하면 동일 기준으로 관련 발표를 시작한 1994년 이후 30년 만의 첫 번째 사례가 된다.
성장률 목표치 낮춘 지방정부
5일 중국 관가에 따르면 중국 31개 성·시·자치구가 제시한 올해 지방정부 경제성장률 목표치 가중평균은 5.4%다. 중국 최대 경제 지역으로 꼽히는 광둥 장쑤 산둥 저장은 목표치를 5.0~5.5%로 잡았다. 베이징과 상하이는 5.0% 안팎으로 목표치를 설정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이날 ‘안정적 경제 성장’보다는 ‘고품질 발전’이 화두로 떠오르며 상하이 하이난 안후이 후난 후베이 등 16개 지방정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작년보다 낮췄다고 보도했다. 각 지방정부는 다음달 4~5일 열리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그동안 줄지어 성장률 목표치를 발표했다. 양회에서는 중국 정부의 경제 운용 방향과 예산안, 경제성장률 목표치 등이 공개된다.
중국 정부는 최근 수년 동안 지방정부 경제성장률 가중 평균치에서 0.6%포인트를 차감해 중국 전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했다. 작년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각각 5.6%, 5.0%였다. 2022년에도 지방정부(6.1%)와 중앙정부(5.5% 안팎)의 경제성장률 목표치 차이는 0.6%포인트였다. 관례에 따르면 올해 양회에서는 4.8% 수준의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제시돼야 한다. 중국 정부가 1994년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 이후 5.0%를 밑도는 성장률을 제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4.5% 이상’ vs ‘5.0% 안팎’
시장에선 올해 ‘4.5% 이상’ 또는 ‘5.0% 안팎’의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제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소치 기준으로 5.0%를 밑도는 성장률 목표가 제시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주요 글로벌 기관들은 중국이 올해 4.5~5.0%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양회에서 성장률 목표치를 5.0% 안팎으로 제시하면 목표치 5.0% 선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실제 성장률이 5.0%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5.0% 안팎의 목표치 범주에 해당한다고 방어할 수 있다. 다만 외부에선 5.0%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성장률 목표치를 4.5% 이상으로 제시하면 목표치 달성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잠재성장률(5.0~6.0% 추산)보다 못한 목표치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경제 회복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자신감 부족으로 해석될 공산이 크다.
최근 중국 정부는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도 자국 경제는 순항하고 있다는 뜻을 거듭 내비쳤다. ‘5.0% 안팎’의 성장률 목표치가 제시될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경기 부양책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했다. 지준율이 낮아지면 은행의 대출 여력이 확대돼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진다. 다만 한 중국 경제 전문가는 “중국 내 유효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 공급 측 지원을 통한 경기 부양은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중국 경제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내수 위축 속에 부동산 침체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백악관에 입성할 경우 중국에 60% 넘는 초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중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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