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불법 승계' 이재용 1심 무죄...'사법농단' 임종헌은 일부 유죄
[앵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의혹과 관련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사법 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로 당시 사법부 3인자였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는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는데요.
현장에 YTN 법조팀 취재기자들이 나가 있습니다. 부장원, 김다현 기자 나와주시죠!
[부장원]
네, 저희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나와 있습니다.
오늘 이재용 회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1심 선고가 차례로 이뤄졌는데요,
이재용 회장 선고 소식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김 기자, 오후 2시부터 이재용 회장 1심 선고공판이 열렸는데,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고요?
[김다현]
그렇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옛 미래전략실 간부들도 함께 기소됐는데요.
옛 미래전략실 간부인 최지성 전 미전실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검찰의 구형은 징역 5년에 벌금 5억 원이었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승인으로부터 8년 7개월, 2020년 9월 기소 뒤 3년 5개월 만에 내려진 사법부 첫 판단은 이재용 회장의 완승이었습니다.
[부장원]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불법,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게 공소사실인데요,
주요 혐의에 대해 재판부 판단 어떻게 나왔는지 보겠습니다.
우선 오후 2시부터 이재용 회장 1심 선고공판이 열렸는데, 50여 분 만에 선고가 끝났습니다.
당초 혐의사실이 방대한 만큼 최종 판단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거란 관측이 나왔는데, 실제 재판부 판단은 명료했죠?
[김다현]
네, 이재용 회장과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이 불법 경영권 승계를 위해 주가 조작과 회계 부정을 벌였다는 혐의 사실 모두 검찰 측 증거만으로는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우선 재판부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유일한 목적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당초 검찰은 국정농단 뇌물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근거로 이 회장을 조직적 불법행위 지시자이자 공모자로 지목했는데요.
해당 판결문에는 이 회장의 그룹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이뤄진 조직적인 승계 작업이라고 명시돼 있는데,
재판부는 당시 대법원이 삼성물산 의사를 배제한 채 합병을 강행했단 취지로 판시한 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법원은 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두 회사 간 합병비율이 불공정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그룹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경영진 합의로 추진돼 삼성물산 주주 이익이 희생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겁니다.
이 밖에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거짓공시·분식회계를 한 혐의도 재판부는 무죄로 봤습니다.
재판부는 회계사들과 올바른 회계처리를 한 것으로 보여 이 회장 등에게 분식회계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장원]
사실상 검찰 공소사실이 모두 깨진 셈인데요.
판결 직후 이재용 회장 측 반응, 담담했습니다.
이 회장은 법정에서 나오면서 무죄 판결에 소감이나 등기이사 복귀 계획 등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직접 보시겠습니다.
[이재용 / 삼성전자 회장 : (3년 5개월 만에 법원 판단 나왔습니다. 100여 차례 가깝게 직접 참여해왔는데 한 말씀 해주시죠) …. (등기 이사 복귀 계획은 혹시 있으실까요?) …. (국민들께 하고 싶은 말씀 없으실까요?) ….]
이 회장의 침묵은 재판 전 처음 법원 청사에 모습을 드러낼 때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취재진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아무 답도 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죠.
다만, 선고 도중 재판장이 피고인들은 모두 무죄라고 밝히자, 그제야 안도한 듯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었고,
이 회장을 대신해 변호인은 현명한 판단을 내려준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밝혔습니다.
[부장원]
법조계에서는 일부 혐의라도 유죄가 인정될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거란 시각이 많았는데, 검찰과 법정 다툼에서 사실상 이 회장 측이 완승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대법원 최종 판단은 남았지만 햇수로 9년 넘게 이어진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조금 걷혔다고 볼 수 있을까요?
[김다현]
과거 국정농단 재판에서는 실형 유무가 관건이었다면, 이번 재판은 특히 무죄 선고 여부가 중요하다는 관측이 선고 전부터 나왔는데요.
국정농단 재판 결과는 삼성의 도덕성에 대한 사회적 지탄과 이 회장 개인의 경영 공백에 영향을 주는 정도로 끝났다면,
이 사건에서는 무죄를 받아야 합병으로 완성된 이 회장의 승계 정당성이 입증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1심 판결로 적어도 이 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더 공고해 질 것으로 보입니다.
또, 삼성물산 주주였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제기한 국제투자분쟁에서 중재판정부는 우리 정부가 1,300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는데,
정부가 진행 중인 취소소송에, 오늘 1심 무죄 판단이 영향을 줄 수 있단 분석이 나옵니다.
[부장원]
이번에는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 내용 짚어보겠습니다.
이재용 회장과 같은 시각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일부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김다현]
네, 서울중앙지법은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기소 후 1,909일, 5년 2개월 만에 나온 1심 판단입니다.
수십 개 범죄사실 가운데 1심 재판부는 부당한 법리 검토 지시 등 일부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의 범행이 재판 공정성에 대한 국민 신뢰를 해할 수 있는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며,
법관들이 다시는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엄중히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수사 초기 제기됐던 사법 농단이나 재판 거래 등 중대 의혹은 대부분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고,
임 전 차장이 긴 시간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일종의 사회적 형벌을 받은 걸 참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임 전 차장은 선고 직후 취재진을 만났지만, 질문에 아무 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직접 보시겠습니다.
[임종헌 / 전 법원행정처 차장 : (선고 결과에 대해서 한말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 (앞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선고와 좀 다르게 유죄로 나온 것도 있는데 그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오랜 시간 재판 끝났는데 한말씀만 부탁드립니다) ….]
[부장원]
정리해보면 일부 혐의는 인정됐지만, 재판 개입 등 주요 혐의는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게 1심 결론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소송에서 청와대 비서관 부탁으로 정부 소송서류를 사실상 대필해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또, 홍일표 전 자유한국당 의원의 형사 재판 전략을 대신 세워주거나, 통합진보당 지역구 지방의원에 대한 제소 방안 검토를 지시한 혐의 등이 유죄였습니다.
다만, 주된 의혹이었던 재판 개입 등 혐의는 사법부의 대행정부 업무로 필요성이 인정되고, 재판 독립을 침해한 건 아니라고 봤는데요.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낸 소송에서 일본 기업 입장에서 재판 방향을 검토하고, 외교부 의견서를 감수해 준 혐의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또, 특정 법관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기 위한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에 가담한 혐의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거나, 일부 해당한다 해도 의무 없는 일을 시켰다고 볼 수 없다며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김다현]
임종헌 전 차장을 끝으로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피고인 14명 모두의 1심 판단이 마무리됐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전직 법원행정처장 등 사법부 최고 윗선들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유죄가 인정된 법관은 3명뿐입니다.
이 가운데 임 전 차장이 가장 높은 형량을 받은 건데요.
상급심에서도 이런 판단이 이어진다면 7년 전 나라를 들썩였던 사법 농단 사태의 몸통이 임 전 차장이란 결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검찰은 판결 직후 사실인정과 법리판단을 면밀하게 검토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짧은 입장문을 냈습니다.
[부장원]
알겠습니다, 법적 쟁점만큼이나 사회적 파장이 컸던 사건인 만큼 오늘 1심 판결에 관심이 집중됐던 두 사건, 현장에서 선고 속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전해드렸습니다.
YTN 부장원 김다현 (boojw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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