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PF 책임 회피땐 금융사 퇴출 불사"
"ELS 재가입한 고객이라도
설명 불충분땐 금소법 위반"
글로벌IB 공매도 조사도 지속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ELS 재가입자라고 해도 금융회사가 ELS 재판매 시 충실하게 설명하지 않았다면 금융소비자법(금소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잘못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책임을 회피하는 금융사 역시 퇴출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5일 이 원장은 금감원 업무계획 간담회에서 "ELS에 여러 번 가입한 소비자는 이해도가 높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구체적인 상황이 중요하다"며 금소법 위반 여부는 개인 사례별로 다르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달 말까지 ELS 판매사 11곳에 대한 검사를 마치고 문제 소지가 있는 판매 사례를 유형화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책임 분담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2015~2016년 홍콩H지수 폭락에 따른 리스크가 고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2020~2021년에) 롤오버 형태로 재가입을 권유받았다면 그 시점에서 적합성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며 "재가입을 명분으로 스리슬쩍 가입을 권유한 것은 아닌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원장은 '소비자 자산 구성이나 규모에 따른 적정한 권유'를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그는 "한정된 자산 가운데 상당한 포션을 ELS에 넣는다면 노후 자금을 관리하려는 목적에 맞는지 등을 상품을 권유하는 담당자 입장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산 규모 등에 따라 적절한 상품 권유가 이뤄졌는지가 금소법의 정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원장은 "은행 창구 중 자산관리(WM)에서 전문적인 설명을 듣고 오랫동안 금융 운영 조직의 도움을 받은 소비자는 연령과 무관하게 자기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이 원장은 불완전판매에 따른 자율 배상과 관련해 "금융사가 인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라도 (배상)할 수 있다면 소비자에게 당장 유동성이 생기니 좋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자율 배상이 어렵다는 회사에 불이익을 줄 생각은 없다"고 부연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2021년부터 작년 3분기까지 ELS를 판매해 6800억원가량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5대 시중은행에서 홍콩H지수가 편입된 ELS의 손실액은 올해 들어 지난 2일까지 3748억원에 달했으며, 일부 상품의 손실률은 58%를 웃돌았다.
이 원장은 부동산 PF를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으며 엄격한 사업성 평가를 거쳐 신속한 정상화와 정리·재구조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특히 PF와 관련된 손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는 금융사에 대해서는 "시장 퇴출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과거에는 금융사의 사정을 많이 봐줬다면 지금은 시장 원칙에 맞게 하자는 것"이라며 "시장에서 합리적으로 귀 기울여 들을 만한 일이 아니라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라면 강한 저항이 있더라도 뚫고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사업성이 악화된 브리지론 단계의 PF 사업장을 경공매로 넘겨 토지 가격을 낮추면 향후 분양가를 14%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다만 이 원장은 "올해 상반기 중에 태영건설급 충격을 줄 유동성 이슈가 눈에 보이는 건 현재 없다"며 "회사 10여 곳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데 완전히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대형 건설사 가운데 상반기 때 시장에 예상하지 못할 충격을 줄 정도인 곳은 조심스럽지만 없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대규모 불법 공매도 조사도 지속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불법 공매도 전수조사 절차를 완전히 종료하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주요 사실 관계 확인은 빠르게 하겠다"며 "2~3월 중에라도 일부 조사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글로벌 IB의 아시아본부 상당수가 홍콩에 소재한 만큼 실효성 높은 조사를 위해 이달 홍콩 금융감독 당국을 방문해 공조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채종원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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