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한동훈이 고른 ‘목련꽃’
5일 국민의힘 중앙당사 회의실 뒤편에 목련꽃 그림이 배경으로 걸렸다. 장애 예술인 최지현 작가의 작품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작품을 직접 골랐다고 한다. 그림 옆에는 ‘봄이 오면 국민의 삶이 피어납니다’라고 적혔다. 이 글귀엔 한 위원장이 이틀 전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될 것”이라고 했던 말이 겹쳐 보인다.
목련은 ‘4월의 꽃’으로 불린다. 목련은 말 그대로 나무에서 피는 연꽃이란 이름을 가졌다. 커다란 꽃잎의 자태가 우아하다. 꽃잎 색깔 따라 백목련과 자줏빛 자목련이 대표적이다. 목련은 대체로 3월 중순에 꽃잎이 피어올라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지만, 변덕스러운 날씨로 4월이 오기도 전 힘없이 져버리기도 한다.
목련에는 다양한 꽃말이 있다. 우선 ‘부귀’를 상징한다. 김포의 서울 편입론은 서울시민이 된다는 것과 부동산값 상승 욕망을 자극한다. 이를 통해 한 위원장은 2020년 총선에서 59곳 중 7석에 그쳤던 경기도 의석을 늘려 정치적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을 게다.
목련은 서양에선 ‘부활’을 의미한다.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해 말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의 반전 카드로 김포의 서울 편입을 꺼냈지만 이내 시들어버렸다. 그 후 한 위원장이 4·10 총선 이슈로 다시 들고나왔다.
백목련의 꽃말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있다. 김포 서울 편입은 국회 입법과 총선 60일 전 김포시 주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둘 다 물거품이 됐고, ‘봄에 김포가 서울이 된다’는 건 초현실적 이야기일 뿐이다. 그런데도 한 위원장은 경기도를 남·북도로 나누는 ‘경기분도’를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포·구리·고양 등을 서울로 죄다 편입시키면 경기북도가 만들어질까. 메가 서울과 경기분도는 양립하기 어려운 일이다.
박목월은 시 ‘4월의 노래’에서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목련꽃 아래서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은 걸까. 한 위원장은 미욱한 언사로 유권자의 ‘봄마음’을 흔들지 말고, 제대로 된 민생 정책으로 ‘국민의 삶이 피어나게’ 해주길 바란다.
안홍욱 논설위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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