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故정선엽 병장 유가족, 국가 상대 손배소서 승소

12·12 사태 도중 쿠데타 세력에 저항하다가 전사한 故정선엽 병장의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 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12일 정 병장의 동생인 정규상씨가 광주 동신고등학교 내 '의로운 동문 故정선엽 병장의 나무'를 살펴보는 모습. / 사진=뉴시스

1979년 12·12 군사반란 도중 전사한 고 정선엽 병장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이 국가가 정 병장의 죽음에 대해 진실을 은폐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5일 뉴스1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정 병장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냈다. 유족은 국가가 정 병장의 죽음을 은폐했다며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정 병장의 형제 4명이 참가했다. 법원은 국가가 원고 4인에 대해 각 2000만원의 배상금, 총 800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국방부 군사경찰이었던 정 병장은 12·12 사태 당시 후임을 대신해 국방부 지하 B-2 벙커를 지키는 초병으로 근무했다. 그러던 중 쿠데타 측인 공수부대원들에게 살해됐다. 당시 정 병장은 무장해제를 요구하는 반란군 병력에 "총기를 넘겨줄 수 없다"며 맞서다 반란군 총탄에 맞고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 병장은 12·12 사태를 다룬 영화 '서울의 봄'에서 조민범 병장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기도 하다.

이후 정 병장은 사망한 순직자로 분류됐다. '오인 사격'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처리된 셈이다. 하지만 지난 2022년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조사를 통해 '위법한 무장해제에 대항하다 살해'당한 사실을 인정받았다. 사망한지 43년 만에 사망 유형이 '전사'로 변경됐다.

서울중앙지법은 "국가는 정 병장이 계엄군의 오인에 의해 순직했다며 고인의 사망을 왜곡하고 은폐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의 위법한 행위로 인해 국민인 망인의 생명과 자유 및 유족들의 명예 감정이나 법적 처우에 관한 이해관계 등이 침해됐음이 명백하다"며 "국가가 유족들에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족을 대리한 김정민 변호사는 "위자료 인정 금액이 적지 않다"며 "사법부가 군사 반란에 대해 엄벌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12.12 당시 사망한 군인들에 대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라며 "후속할 수 있는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서현 기자 rina236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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