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 응시하던 JY "무죄"에 옅은 미소

"주문. 피고인들은 모두 무죄."

106차례의 재판 끝에 1심이 '무죄'로 마무리되자 비로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얼굴에도 옅은 미소가 번졌다. 판결문 낭독 50분 만에 이뤄진 선고였다. 5일 이 회장은 선고공판 20분 전인 오후 1시 40분쯤 서울중앙지밥 법원 청사에 도착했다. 짙은 회색 정장 차림에 굳은 표정으로 나타난 이 회장은 '3년5개월 만에 1심 선고인데 심경이 어떠냐'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칠 줄 몰랐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곧장 법정으로 향했다.

선고공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오후 2시가 넘자 재판부가 법정에 등장했다. 꼿꼿한 자세로 허공을 응시하던 이 회장과 나머지 13명의 피고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차례대로 고개를 숙였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의 증거 능력 인정 여부를 밝힌 다음, 가장 먼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대해 "범죄 증명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어서 "증거가 부족하다"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박정제 부장판사의 설명이 선고 내내 이어졌다.

박 부장판사가 검사의 공소사실을 반박하는 취지의 판결 내용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에도 이 회장은 표정 변화 없이 정면만 바라봤다. 선고가 끝나자 이 회장은 활짝 웃으며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과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이 회장은 재판이 끝난 후 '등기이사 복귀 계획이 있느냐' '국민께 한마디해 달라'는 취재진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법원을 빠져나갔다.

[강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