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주가조작·분식회계 혐의 없다"… 사법족쇄 벗은 삼성
"삼성 승계작업 실체 증명안돼
합병은 경영 개선 위한 선택"
檢 제출 '프로젝트-G' 문건에
"자연스럽고 필요한 업무"
檢 항소땐 수년간 재판 지속
이 회장, 7년째 사법 리스크
3년간 재판만 106차례 진행
삼성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불법행위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가 내려지면서 검찰이 완패했다. 이 사건의 수사와 기소, 1심 재판에는 5년 이상이 걸렸고,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은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소신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검찰의 기소로 인해 국가대표 기업의 경쟁력이 위협받았는데, 결국 그 혐의의 실체는 없었던 것으로 결론 난 것이다.
이 사건에서 검찰이 겨냥한 혐의의 핵심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부당하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주주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합병을 추진한 배경에 수년간 치밀하게 계획된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그룹 관계자들이 공모해 삼성물산 주가는 누르고 제일모직은 띄우는 각종 부정 거래와 시세 조종을 실행했다고 봤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도 합병 이후 제기된 승계 작업 의혹을 덮기 위해 벌인 것이라고 검찰은 판단했다.
이 회장은 당시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였지만 삼성물산에 대한 의결권은 없었다. 이 회장이 그룹 전반을 안정적으로 지배하려면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필요가 있었고, 이러한 계획의 핵심에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이 있었다는 것이 검찰이 주장한 이 회장의 범행 동기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로는 승계 작업의 실체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이 회장의 혐의를 전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서 '합병이 이재용 개인의 사익을 위해 계획된 것인지'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는데, 재판부는 '합병은 삼성물산의 경영 환경 개선을 위한 합리적 선택'이라는 이 회장 측 주장을 배척할 정도의 범죄 증명은 없었다고 봤다.
이를테면 검찰이 약탈적 불법 승계 계획안으로 규정한 '프로젝트-G' 문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기업 집단 차원에서 계열사 지배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거나 효율적인 사업 조정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필요한 업무이기도 하다"며 "내부적으로 다양한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종합 검토한 보고서일 뿐, 이 문건이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회사와 주주들을 희생시키는 승계 행위라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개별 혐의들도 유죄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삼성물산과 주주들의 이익에 반했다고 보지 않았다. 합병 시점과 비율이 주주와 회사에 불리하게 결정되도록 이 회장 등이 공모한 혐의도 무죄가 됐다.
검찰 수사의 시발점이 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도 혐의를 뒷받침하기엔 증거가 불충분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 등을 면밀히 살펴볼 때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로직스의 지배력 상실은 합병을 '사후 정당화'하는 목적과 무관하고, 회계 기준에도 부합한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애당초 '무리한 기소'였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도 당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의결한 바 있어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는 "심의위의 권고 취지를 존중한다"면서도 기소를 강행했다.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7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이 사건은 수사만 1년9개월이 진행된 끝에 2020년 9월 기소 후 지난 3년5개월 동안 총 106번의 재판이 열렸다. 이 회장은 대통령 해외순방 일정 동행 등 법원의 허가를 받은 11번을 제외하곤 95차례 법정에 출석했다. 매달 2~3번이 기본이고 일주일에 두 차례 출석할 때도 있었다. 회장 취임 당일과 취임 1주년 기념일에도 피고인석에 앉았다.
검찰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린다. 검찰이 항소하면 2심, 3심까지 또 몇 년간 재판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윤 기자 / 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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