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창옥 “소통 목마름에 강연 시작… 이젠 나를 지켜주는 시간 됐죠”

이복진 2024. 2. 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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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옥쇼2’로 컴백 ‘국민 멘토’ 김창옥
강연 자부심에 그동안 쉼 없이 달렸는데
결국 탈 나… 알츠하이머 증상 의심 진단
꾸준히 치료받고 있어 강연엔 무리 없어
사람들 시선도, 내 자신 마음가짐도 변화
“너무 충분히 이해합니다” 공감 더 다가와
예전엔 남편·직장… 관객 주변 얘기 대부분
최근엔 ‘어떻게 살아야하나’ 자신에 집중
역할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야
“제 경우 불통을 너무 많이 겪어서 소통에 대한 목마름이 생겼습니다. 따뜻한 시선을 한 번이라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고, 편안하고 신뢰감을 느낄 수 있는 대상이 있기를 바랐죠. 그런 목마름이 많았던 저에게 소통되는 일이 생기니까, 나 같은 사람들이 또 있다면 이런 소통을 소개해 줘야 하겠다는 생각에 (강연 등을) 시작한 거죠.”

‘국민 멘토’ 김창옥 김창옥아카데미 대표는 최근 세계일보와 진행된 전화 인터뷰에서 소통 전도사로 활동하게 된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김창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이던 2020년 4월 tvN을 통해 강연쇼 ‘김창옥쇼’를 진행한 바 있다. 그런 그가 지난해 9월 tvN ‘김창옥쇼 리부트’란 이름으로 다시 국민들 앞에 섰다. 국민 멘토란 수식어처럼 그는 또다시 국민들의 아픈 마음을 치유했고, 그의 말은 SNS 등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회자됐다.

하지만 정작 김창옥 자신은 문제가 생겼다. 지난해 11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알츠하이머 증상 의심이 있다”고 전격 발표한 것.

“그동안 강연을 하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쉼 없이 달려왔어요. 마치 축구에서 쉬는 시간 없이 전후반전을 뛰는, 4000m를 100m 달리기처럼 뛴 것 같았죠. 거기다 소통학을 전공하지 않은 내가 뭐라고 TV를 통해 강연하다 보니 부담감을 많이 느꼈어요. 그럴(강연할) 만한 자격이 나에게 있는가. 나도 내가 말한 것에 자유로울 수 있는가. 그런 부담이죠.”
오는 8일 tvN ‘김창옥쇼2’로 시청자와 만나는 ‘국민 멘토’ 김창옥은 “불통에서 오는 목마름 때문에 자기개발서, 강연 등이 인기”라며 “지금 가지고 있는 조건과 환경 속에서 나를 더 잘 알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tvN 제공
결국 탈이 생겼고, 김창옥은 억지로 쉬어야 했다. 알츠하이머 진단 결과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오는 8일 방송하는 ‘김창옥쇼2’에서 밝힐 것”이라며 “병원에서 꾸준히 치료는 받고 있지만 강연하는 데 무리는 없다”고 말했다.

사람들 앞에서 강연하는 사람으로서 치명적일 수 있는 병증을 이야기한 게 두렵지 않았냐는 질문엔 “전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숨길 일도 아니고 오히려 내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유튜브 영상을 두 달에 한 번 올리는 등 현 상황에 맞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증 공개 이후 바뀐 점이 있냐는 질문에 “청중들의 시선”이라고 답했다.

“30~50대가 제 강연을 많이 듣는데,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지나 동무 같이 느껴집니다. 예전에는 해결법을 많이 이야기해줬는데 힘든 시간을 겪고 나니 질문한 분들에게 공감부터 하는 것 같아요. ‘당신의 상황을 이해합니다’, ‘얼마나 힘드셨을까’란 마음이 먼저 들죠.”

스스로의 마음가짐도 바뀌었다고 한다. “제 말에 누군가는 웃거나 울기도 하고, 인생에 도움이 됐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영광스러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세상을 조금씩 더 알아갈수록 저의 모자람을 깨닫게 되고, 강연에 대한 피로감도 생기고…. 예전에는 돈이 있으면 직장을 그만둔다고 하는 사람들에 대해 ‘천직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너무 충분히 다 이해합니다. 저도 그렇게 느끼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강연을 관두고 싶지는 않단다. 그는 “운동과 같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지만 우리를 지켜주는 것들이 있다”며 “이번 기회(‘김창옥쇼2’)를 통해 사람들이 나를 찾아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너무 감사하고 나를 지켜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욱 잘 해야겠다는 의욕도 자랐다. “방송을 시작하면서 제작진에게 부탁한 것은 두 가지였어요. 관객과 사전에 합을 맞추지 말고 최소한의 룰(틀)만으로 자연스럽게 하자는 것이었죠. 마치 현장에서 재료를 가지고 볶음밥을 해먹는 것처럼, 거기에 불맛까지 나는 그런 생생함이 담기길 바랐죠.”
그러면서 ‘김창옥쇼2’가 이전 강연과 다른 점에 대해 “관객 자신과 관련된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남편, 자식, 가족, 직장, 사회 등 주변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반면 최근에는 나와의 관계에 더 집중합니다. 예컨대 그전에는 ‘남편이 은퇴를 하는데 어떻게 해야 같이 잘 지낼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면, 요즘에는 ‘갱년기가 됐는데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라고 묻는 식이죠. 내가 중심이 된 인간관계입니다.”

김창옥은 “개인에 집중하면서 (해답이) 서로 다를 것 같지만, 결국 모두 비슷하다”며 “지금 가지고 있는 조건과 환경 속에서 마음이 쏠리는, 좋아하는 것에 사랑의 씨앗이 있다”고 조언했다.

“당신의 소망은 뭐요. 당신은 뭐 할 때 즐거워요. 당신의 마음은 어디에 있어요. 당신 영혼의 숨구멍은 어디에 있나요. 이런 질문들은 결국 ‘나의 이름은 무엇인가요’입니다. 우리는 우리 이름을 그대로 부르지 않아요. 아빠, 엄마, 선생님 등 역할로 부릅니다. 그런데 역할이 끝나면 어떻게 될까요. 그때도 행복할까요. 역할보다 나를 더 잘 알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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