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쏟아지는 교통비 정책… 마일리지 감액·지연 재발 우려

안경준 2024. 2. 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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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동행카드·K패스 등 잇단 출시
정책 중복에 이용자 수 예측 난항
2024년 연말 예산 초과 땐 재연 불가피
2023년 알뜰교통카드 마일리지 감액
12월엔 전국 평균 9.5% 적게 지급
강원도민, 23.4%나 줄어 환급받아
매달 8만원 정도 나오는 교통비를 절약하기 위해 알뜰교통카드를 이용하던 권은정(28)씨는 지난해 11월 알뜰교통카드 환급액으로 300원을 받았다. 황당한 액수에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하니 11월과 12월 마일리지 지급이 감액·지연된다는 공지가 보였다. 권씨는 “고물가 시대에 교통비라도 줄여보려고 새로 발급받았는데, 기존에 쓰던 신용카드 혜택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 들어오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푸념했다. 알뜰교통카드는 문재인정부 시절 교통비 절감을 위해 2019년 도입된 정책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도보 등으로 이동한 거리에 비례해 마일리지를 지급하고 이를 환급해 준다.
지난 1월 28일 서울 시내 한 지하철역에서 한 시민이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하고 있다. 뉴스1
알뜰교통카드처럼 기존 교통비 지원 정책의 환급 감액·지연 사태로 이용자가 불편을 겪는 가운데 최근 교통비 지원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를 선보여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고, 정부는 5월부터 알뜰교통카드를 개선한 K패스를 내놓는다. 서울시 외에도 지방자치단체 가운데는 세종시가 이응패스, 부산시가 동백패스 등 정책을 별도로 마련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대중교통비 지원 정책을 선보이는 양상이 이어지면 일부 환급 방식의 정책은 연말에 다시 감액·지연 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5일 국토부가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2월 알뜰교통카드 마일리지 지급분은 전국 평균 9.5% 감액 지급된다. 서울시민의 경우 앱에 적립된 마일리지보다 8.6%가 감액되며 전북도민의 경우 24.9%, 강원도민의 경우 23.4%가 감액 지급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지급분은 다각도로 예산확보 방안을 마련해 추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감액·지연 지급의 원인은 이용자 수 예측 실패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당초 계획된 예산은 대부분 확보했지만 지난해 하반기 신규 이용자가 급등해 감액 사태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이다. 2022년 말 48만7000명이던 알뜰교통카드 이용자는 지난해 말 109만명으로 급증했다. 현재는 약 112만명 수준까지 늘었다. 전북도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까지 전북도에서 약 6000명 정도 가입할 것으로 보고 예산 편성을 했다”며 “(하지만) 실제 가입자가 약 6400명으로 지난 하반기 급격하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용자 증가 폭이 많아 지급액이 낮아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부연했다.

정책 중복으로 이용자 수 예측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교통시스템공학과)는 “최근 교통정책들은 관심도가 높기 때문에 예산 부족 염려는 적긴 하다”면서도 “서울시같이 기후동행카드를 앞세우는 지자체의 경우 K패스와의 이용자 예측에 실패해 예산 분배 실패로 지급 지연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지자체와 정부가 국민 교통비 부담 감소를 위해 경쟁적으로 내놓은 정책이 혜택 구간이 중복되어 일부 정책의 실패가 예측된다”고 지적했다.

예상 이용자 수가 엇갈리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시는 월평균 6만5000원이 넘는 교통비를 지불하는 시민을 90만명으로 추정했다. 이들 중 K-패스 등 다른 교통카드 이용자를 제외한 50만명가량을 기후동행카드 이용자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장 의원실 측에 따르면 티머니(구 한국스마트카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서울권역에서 월평균 약 6만5000원 이상을 지불하는 이용자 중 K-패스 사용가능 구간과 기후동행카드 사용가능 구간을 겹쳐 지나간 인원은 약 98만명이다. 장 의원실 측은 이 중 기후동행카드만 활용 가능한 구간을 이용한 인원은 18만여명에 그친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따라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 간 통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준호 한양대 교수(도시공학과)는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려는 취지가 있는 만큼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며 “지자체들이 통합해서 중복되지 않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이용자 수를 면밀하게 살펴 감액 지급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185만명까지 이용자 수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예산을 잡은 상태”라며 “알뜰교통카드처럼 이용자가 예상보다 훨씬 늘게 되면 지자체와 협의해 예산을 추가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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