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지 교사들은 왜 ‘교사노조’에 가입했을까
교육 현장 문제에 기민하게 대응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 환경 만들고
‘정치적 기본권 확보’ 궁극적 목표
최근에 엠지(MZ) 세대 교사의 절반 이상이 이직 의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30일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이 발표한 ‘서울교원종단연구’에 따르면, M세대의 54.8%, Z세대의 66.6%가 ‘이직을 현재 준비하거나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엑스(X)세대의 70% 이상은 이직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이 연구는 지난해 초·중·고 교사 2079명을 대상으로 코호트 연구(동일집단 추적 조사)를 실시했으며, 세대별로 교사 집단을 나눠 이직 희망 의사를 분석했다. X세대는 1965∼1979년생(45∼59살), M세대는 1980∼1989년생(35∼44살), Z세대는 1990년생 이후(34살 이하)로 분류됐다.
이직을 희망하는 이유에 대해선 MZ세대는 ‘임금이 낮다’는 이유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이직 희망 직군으로 M세대는 ‘학원 강사 등 사교육 분야’를, Z세대는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 교육계 이외의 전문직’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직 동기를 낮추기 위한 요소로 모든 세대에서 ‘임금인상 및 추가 수당 확보’가 가장 많이 꼽혔다.
지난해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통해 드러난 교권 추락과 교사들의 비관적 현실 인식은 이같은 높은 이직 희망률에서도 드러난다. 이뿐만 아니라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의 급성장 역시 교사들의 절박한 현실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17년 창립된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자율적인 교사노조들의 분권형 연합체로서 현재 17개 시·도 단위 교사노조와 9개 전국 단위 교사노조 등 26개 교사노조가 가맹한 전국적인 조직이다. 교사노조는 출범 6년 만에 조합원 12만명을 돌파하며 제1의 교원단체로 부상했다. 이는 교사노조 쪽도 예상하지 못한 급성장이었다. 조합원의 대부분은 MZ세대로 이들은 코로나 시기에 앞다퉈 노조에 가입했다. 지난해 5월 기준 조합원의 약 73%가 MZ세대이고, 집행부 역시 20∼30대의 비중이 높다. 다른 조직들과 달리 여성 조합원의 비율도 높고, 집행부의 여성 비율도 높다. 즉 현장 교사들의 비율이 집행부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이들이 전교조나 교총 등 기존의 조직이 아닌, 이름도 낯설었던 교사노조로 달려간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용서 교사노조연맹 위원장은 “2019년까지는 신생 조직인 우리 노조가 과연 신뢰할 만한지를 탐색하는 시기였다가 그 뒤 우리 노조가 현장 목소리를 가장 많이 대변한다는 게 알려지면서 폭발적인 성장이 일어난 거 같다”며 “오프라인 중심의 기존 조직들과 달리 온라인 실시간 소통 등을 통해 노조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고 느껴진 점도 성장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황유진 정책처장은 “20∼30대 교사들은 현재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분들인데 현재 교직 생활이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며 “교총이나 전교조는 기성세대가 주축이다 보니 젊은 교사들의 문제의식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면이 있어서 집행부 자체가 20∼30대가 주축인 교사노조를 자신을 대변할 조직으로 신뢰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장 목소리 중심의 교사노조의 특징은 출범 때부터 배태된 것이기도 하다. 전교조 전임자 출신의 김용서 위원장은 전교조에 중앙집권적 운영에서 탈피해 분권형 노조로 전환할 것을 주장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새 노조를 만들었다. 현재 교사노조연맹에 소속된 지역별 노조들은 각자의 규모에 맞게 예산과 사업을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조합원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지난해 4월 조합원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사들은 ‘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가장 원했고, 다음으로 ‘경제적 보상 등 교육 전문가로서 받아야할 정당한 대우’ ‘교육정책의 중심에서 교육 전문가로 존중’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 등을 원했다. 이에 대해 황유진 정책처장은 “교사들이 원하는 것은 제발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정상적으로 가르칠 수 있게 교육 여건을 바꾸고 정책에 반영해달라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교사들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서 위원장은 “노조가 생긴 지 6년 만에 12만 조합원을 모은 사례는 대한민국 노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급성장에 대해 황유진 정책처장은 “시기가 문제일 뿐 언젠가 제1 노조가 될 것이라고 예상은 했고, 다만 이렇게 빨리 될 줄은 몰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제1 노조를 예상한 이유에 대해선 “교사들이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는데다 누가 봐도 비정상적 교육 환경이기 때문에 이같은 교육 현실을 바꾸기 위해선 노조에 가입할 수밖에 없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김용서 위원장은 “교사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교사 출신들이 국회에 들어가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게 일차적인 목표이고 교사들의 정치적 기본권을 확보하는 게 장기적 목표”라며 “앞으로 남은 2년간의 위원장 임기 동안 정치적 기본권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또 “노조는 기본적으로 조합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이익단체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이해를 반영해야 하지만, 교사노조는 학생·학부모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이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 있기 때문에 학생·학부모들과도 함께 호흡하며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교사노조연맹은 최근 집행부들의 활동기를 모은 ‘선생님이 왜 노조 해요?’(살림터)를 펴냈다. 책에는 노조 경험도 전무하고 노조가 뭘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교사부터 아이를 셋 둔 워킹맘 교사까지 왜 이들이 만사를 제치고 노조 설립에 뛰어들고 어떻게 분투했는지 절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주말도 반납하고 회의를 하고 출장을 다니는 등 치열한 노조 활동기야말로 현장 교사들이 그토록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생생한 육성이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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