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반도체 위기 돌파"… 글로벌 경영 '李리더십' 탄력
하만 인수후 멈췄던 인수합병
다시 속도감있게 전개할 듯
미국 차기 대선 앞두고 못푼
보조금 집행등 불확실성 극복
李회장 등기이사 복귀 여부
컨트롤타워 재건 논의될 듯
◆ 이재용 1심 무죄 ◆
5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 합병·회계 부정 재판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며 부담을 내려놓은 삼성이 다시 글로벌 경영 활동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심 재판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지만, 법정 인신 구속 등 급격한 경영 공백에 대한 가능성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미래전략실(미전실) 해체 이후 와해된 컨트롤타워 복구부터 글로벌 대형 인수·합병(M&A)까지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현안이 다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 회장의 재판이 시작된 2021년부터 사실상 반쪽짜리 경영을 해왔다. 앞서 이 회장은 국정농단 재판 이후 4년여간 법원을 오갔다. 2021년 8월 국정농단 건 사면으로 경영에 복귀한 후에도 부당 합병·회계 부정 공판이 이어졌다.
부당 합병·회계 부정 재판이 시작된 뒤 이 회장은 106번의 공판 중 95회를 직접 출석했다. 10여 회의 공판에 불출석한 것도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해외 순방에 동행하는 일정 등 불가피한 사유에서였다. 공판 1회에 평균 6~7시간이 걸린다고 가정하면 총 600여 시간을 법원에서 보낸 셈이다.
이 같은 사법 리스크는 실제로 글로벌 경영의 족쇄가 됐다. 사법 리스크가 발생하기 전 이 회장은 한 해에 미국 출장만 5회 가는 등 해외 일정을 활발하게 소화했다. 2014년 7월에만 2주 차이로 미국을 두 번이나 다녀오며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 합의를 끌어낸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재판이 시작된 이후로는 경영상 중요한 순간에 일정을 수행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지난해 5월, 22일 동안 진행된 미국 출장에서 CEO 20여 명을 숨 가쁘게 만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공판 일정을 고려해 출장이 가능한 기간에 최대한 많은 일정을 몰아넣어 소화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고객사가 아닌 법원 일정에 맞춰 미팅을 진행하면 최상의 경영 성과를 끌어내기 어려운 게 당연한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1심 무죄 판결로 한숨 돌리게 된 삼성은 다시 경영 시계를 돌릴 수 있게 됐다. 이번 사법 리스크 해소를 계기로 삼성은 '기술 초격차'를 위한 미래 경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핵심 사업에서 글로벌 라이벌에 1위 자리를 내주며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스마트폰 판매량에선 13년 만에 처음으로 애플에 왕관을 내줬고, 반도체 분야에서도 2년 만에 인텔에 재역전당하며 매출 1위 자리를 뺏겼다.
경영 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만큼 올해는 반전의 카드가 필요하다.
우선 대형 M&A 성과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주도로 2016년 80억달러를 투자해 하만을 인수했다. 하만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면서 반도체 업황 부진 속에 삼성의 숨은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만 이후 이 회장의 부재로 멈춰 있던 M&A가 8년 만에 속도감 있게 전개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한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하며 조직도 선제 정비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도 연초 미국 국제 가전·정보통신 박람회(CES)에서 "'(대형 M&A에 대해) 올해에는 뭔가 계획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주축 사업인 반도체가 지정학적 리스크에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것도 이 회장의 중요한 과제다.
특히 미국 차기 대선을 앞두고 아직 매듭짓지 못한 보조금 집행에 변수가 없도록 하는 게 급선무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2조8000억원)를 투자해 500만㎡(약 150만평) 규모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만약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반도체지원법(Chips Act·반도체법) 역시 기업에 대한 지원 규모를 축소하거나 지원 규모는 유지하더라도 새로운 조건을 걸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국내에 건설 중인 평택공장의 네 번째 팹인 4공장(P4)과 5·6공장(P5·6)에서 최고의 시너지가 나도록 이끄는 것도 중요하다. 앞서 이 회장은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지만, 1위인 대만 TSMC와의 점유율 차이를 유의미하게 좁히지 못한 상태다.
이 회장이 애정을 가지고 있는 6G 네트워크 선점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 회장은 올해 첫 경영 행보로 6G 통신 기술 개발 현장을 찾으며 네트워크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다양한 미션을 속도감 있게 해결해 나가기 위해선 유기적인 그룹 운영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그동안 조심스러웠던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와 컨트롤타워 재건 문제도 재논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찬종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아이 낳으면 1억 드려요”…회장님이 ‘파격’ 출산지원금 준다는데 - 매일경제
- “평형 같은데, 우리집은 왜 앞동보다 싸지”…아파트 실거래가, ‘동’ 공개 - 매일경제
- [단독] LG엔솔, 미국에서 1조4000억 ‘초대박’…한화와 배터리 동맹 성과냈다 - 매일경제
- “결혼하고 싶어 한국왔다”…쯔양먹방 등장女 ‘인종차별’ 논란, 필리핀 발칵 - 매일경제
- “주식 그만하고 적금 들어라” 잔소리하는 엄마…금리 떨어지는데 왜? - 매일경제
- 日매체 “요르단 기세 예사롭지 않아…한국도 결승진출 방심 말아야” - 매일경제
- “648만원 내고 2.2배 돌려받는다”…국민연금 ‘이 제도’ 가입자 급증 뭐길래 - 매일경제
-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1심 무죄 - 매일경제
- 강북 아파트가 한 채에 180억…작년 최고가 거래, 어디인가 봤더니 - 매일경제
- 동기 이정후의 빅리그행 지켜 본 김혜성 “결국은 내가 잘해야” [MK인터뷰]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