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더는 없게… 국민 98% “필수의료인력 확충 찬성” [심층기획]
이정한 2024. 2. 5. 17:44
세계일보·엠브레인퍼블릭 ‘의대 증원’ 설문
85% “19년째 동결 의대 정원 늘려야”
10명 중 4명은 “2000명 이상 확대를”
필수의료 붕괴·의사수 연관성에 공감
지역·필수의료 살리기 시급한 정책으로
“지역 의사제·공공의대 설립” 26% 최다
의학교육 質저하 등 우려 15% “증원반대”
85% “19년째 동결 의대 정원 늘려야”
10명 중 4명은 “2000명 이상 확대를”
필수의료 붕괴·의사수 연관성에 공감
지역·필수의료 살리기 시급한 정책으로
“지역 의사제·공공의대 설립” 26% 최다
의학교육 質저하 등 우려 15% “증원반대”
정부가 6일 2025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민 10명 중 약 7명은 의대 정원을 현재보다 1000명 이상 늘려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 증원 규모가 2000명 이상이어야 한다는 국민도 40%를 넘어섰다. 국민 상당수는 국내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고’나 ‘소아과 오픈런’ 등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필수·지역의료 위기 상황을 이유로 의대 증원에 공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5일 세계일보·엠브레인퍼블릭이 실시한 의대 정원 관련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4.6%는 2006년 이후 19년째 3058명으로 묶인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연령대별로는 40대(88.7%)가 가장 높았고 60대 이상(87.7%), 50대(86.3%), 19∼29세(79.3%), 30대(79.2%) 순이었다. 가족 구성원 중 초등학생 자녀(91.0%)나 중고등학생 자녀(91.1%)가 있는 경우 증원 찬성률이 높았다. 지역 규모별로는 의료취약지가 많은 군지역(읍·면) 찬성률이 89.3%로 가장 높았고, 중소도시(시) 85.3%, 대도시(특·광역시) 83.3%였다. 의사가 없어 제때 진료를 받지 못했던 경험이 있는 경우는 91.5%, 없는 경우엔 82.3%로 나타났다.
증원을 바라는 응답자의 83.2%는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도 증원을 지지한다고 답했는데, 나이가 많을수록 지지율이 높았다. 60대 이상이 89.3%로 가장 높았고, 50대 86.1%, 40대 85.1%, 30대 78.1%, 19∼29세 73.9%였다. 가족 중 영·유아(만 0∼6세)가 있는 응답자의 찬성률(89.7%)이 높았다. 의대 증원 규모로는 응답자의 72.4%가 ‘1000명 이상’, 42.4%는 ‘2000명 이상’이라고 답했다.
국민은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 지역의료 불균형 등 붕괴하는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선 의사 수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봤다. 의대 증원이 필요한 이유(중복응답)로는 ‘필수의료 인력 확충’에 98.2%, ‘수도권·비수도권 간 의료이용 불균형’에 96.8%, ‘고령화로 인한 의료수요 증가’에 96.5%,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유행 위기 대비’에 91.5%가 공감했다. 가족 중 의사가 있는 응답자의 97.0%도 앞으로 의료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데 동의했다.
OECD 평균과 비교해 ‘한국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예시에 대한 공감도는 가장 낮았다. 증원 이유로 ‘OECD 평균치에 밑도는 의사 수’를 꼽은 응답자는 86.5%로 각 문항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반대율(13.5%)을 나타냈다. 국민 상당수가 국제적 지표보다는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필수의료 문제와 의사 수 사이의 연관성에 더 공감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측면에선 의학교육 질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경우가 많았다. 의료계에서 의대 증원에 따른 부작용으로 부각한 의료비 증가와 의대 쏠림 현상에 대해선 공감대가 비교적 작았다.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1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의대 증원 시 ‘의학교육이 부실해지고 실력이 떨어지는 의사가 양성돼 의료 질 하락이 우려된다’는 데 85.7%가 동의했다. ‘필수의료 위기는 처우 개선과 배분의 문제’라는 응답이 81.8%, ‘의대 쏠림으로 이공계 약화’가 70.1%, ‘경쟁 과다로 불필요한 의료이용이 늘어 진료비 증가’는 68.8%였다. 가족 중 의사가 있는 국민의 41.2%도 의대 증원에 따른 진료비 증가에 동의하지 않았다.
의대 증원으로 늘어난 정원은 국립대(63.8%·중복응답)와 지방 대학(56.7%) 위주로 배분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소규모 의대(15.3%)나 신설 의대(11.9%)와 차이가 컸다. 수도권에 있는 국립대가 적다는 걸 고려하면 비수도권에 있는 일정 규모 이상의 국립대 중심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자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필수의료를 살리는 데 가장 시급한 정책으로는 ‘지역의사제 및 공공의대 설립’이 26.1%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응급 중환자 전문의 확충’(21.7%), ‘국립대병원 등 각 지역 최상급 병원 강화’(19.2%), ‘건강보험 등 보상체계 개편으로 필수의료 보상 강화’(18.7%), ‘의대 정원의 획기적 확대’(10.2%), ‘미용 등 비급여 관리 제도 개선’(4.1%) 등 순이었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역·성·연령별 인구 구성비를 고려한 비례할당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최대허용오차 ±3.1%포인트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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