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없었다…'이재용 무죄' 판결문 살펴보니

박가영 기자, 정진솔 기자 2024. 2. 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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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 증명이 없다. 주문, 피고인 모두 무죄."

이른바 '삼성물산 부당합병 의혹'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가 5일 이재용 삼선전자 회장 등 14명의 피고인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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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사진=머니S


"검찰의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 증명이 없다. 주문, 피고인 모두 무죄."

이른바 '삼성물산 부당합병 의혹'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가 5일 이재용 삼선전자 회장 등 14명의 피고인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불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게 재판부의 결론이다.

과거 국정농단 사건에서 대법원이 이 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에게 86억원의 뇌물이 전달됐다고 판단한 것과 별도로 이번 사건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자체가 불법적으로 이뤄졌는지가 근본적인 쟁점이 됐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그동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시세 조종·허위 호재 공표 등 각종 불법 행위(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가 있었는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작업(외부감사법 위반)이었는가 △이를 통해 삼성물산 주주들이 손해를 보고 이 회장은 이득을 봤는지(업무상 배임) 등을 두고 맞섰다.

재판부는 먼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경영권 승계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변호인단의 손을 들어줬다. 경영 차원에서 사업적 목적이 고려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가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었다고 볼 수 없고 합병은 필요성 검토 등을 거쳐 의결을 통해 추진된 것"이라며 "합리적인 사업적 목적이 존재해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수반됐다 하더라도 합병 목적이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미래전략실의 부적절한 개입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오래전부터 예상되던 시나리오 중 하나로 미래전략실 또한 지배구조 개편 관점에서 여러 방안과 함께 검토한 적 있다"고 했다. '프로젝트G' 문건에 대해서도 "미래전략실 자금파트에서 다양한 그룹 지배구조 강화 방안을 검토한 종합 보고서일 뿐이지 대주주 이익에 삼성 물산 주주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승계 문건이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유리한 방향으로 합병하기 위해 거짓 정보를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등을 동원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는 "거짓 기재나 은폐 있었다고 볼 수 없으며 부정한 수단이 동원됐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합병 시기와 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했다는 주장에 관해서는 "당시 다수의 증권사 리포트와 배치되는 등 인정할 증거가 없고 경영권 안정화는 물산 주주들에게도 이익된 측면이 있다"고 봤다.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거짓 공시·분식회계를 한 혐의 역시 무죄로 판단했다. 콜옵션 누락에 대해서는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은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바이오로직스 모회사) 설립 초기 리스크를 회피하고 안정되면 사용하는 것으로 2011~2013 회계연도에서는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로 얻을 이익이 크지 않았다"며 "반드시 공시해야 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했던 상황 등을 고려하면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에 대한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분식회계 혐의도 회계사들과 올바른 처리를 한 것으로 보이며 의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의 변호인단은 이날 판결 직후 취재진과 만나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며 "현명한 판단을 내려준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검찰의 항소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지금은 더 말씀드릴 상황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17일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정진솔 기자 pinetr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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