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부족·불법행위 없었다” 결론… 이재용 사법리스크 일단락 [‘불법 승계’ 이재용 1심 무죄]
박진영 2024. 2. 5. 17:42
법원, 19개 혐의 모두 무죄 배경은
“상속·순환 출자 등 규제에 대응해
제일모직과 협의 거쳐 합병 추진”
‘李회장이 관여’ 검찰 주장도 배척
삼성물산 주주 등 재산상 손해 관련
“추상적 가능성… 배임 아니다” 지적
“韓정부 합병 개입” 엘리엇 분쟁 촉각
“상속·순환 출자 등 규제에 대응해
제일모직과 협의 거쳐 합병 추진”
‘李회장이 관여’ 검찰 주장도 배척
삼성물산 주주 등 재산상 손해 관련
“추상적 가능성… 배임 아니다” 지적
“韓정부 합병 개입” 엘리엇 분쟁 촉각
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통한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삼성 전·현직 경영진 11명, 삼정회계법인과 회계사 2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증거가 부족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무리한 기소”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판결의 파장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대법원 확정판결까진 수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박정제)는 5일 검찰이 이 사건의 최종 책임자이자 수혜자로 지목한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불법행위가 없었다고 결론 내리면서 기소의 전제 사실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삼성그룹의 옛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만을 위해 합병을 결정한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삼성물산 주주들의 손해를 의도·감수한 약탈적 불법 합병”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삼성물산은 성장 정체 및 위기 극복을 위한 여러 시도를 하던 상황에서 제일모직 경영진과 협의 등을 거쳐 직접 합병을 추진했다”고 일축했다. 검찰이 근거로 든 ‘프로젝트-G’(Governance·지배 구조) 문건은 “이건희 회장 사망 시 막대한 상속세 납부에 따른 지분 감소와 상속에 따른 지분율 변화, 순환 출자 등 외부 규제 환경 변화에 따른 지분율 변화를 상정하고, 이에 대응해 그룹 지배 구조를 유지·강화하는 다양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보고서”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2019년 삼성그룹 차원의 경영권 승계 작업의 존재를 인정한 대법원의 ‘국정 농단’ 사건 판결로 합병 불법성이 확인됐다는 검찰의 전제도 부정했다. 재판부는 “대법원은 합병 과정에서 불법적 방법이 사용됐거나 삼성물산과 그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개별 공소사실은 줄줄이 무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하는 삼성물산과 주주들에 대한 손해는 추상적 가능성에 불과해 그 자체로 업무상 배임죄의 손해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수사의 시발점이 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 역시 “회계 기준 위반이란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들 고의도 인정할 수 없다”면서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이었다는 논란을 피하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 보유 사실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후 회계에 부채로 반영하며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혐의(외부감사법 위반)를 적용했다.
또 삼성바이오에피스 압수수색 자료,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문자 등은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이날 법정에서 재판장의 판결 이유를 무표정으로 듣다가, “피고인들은 모두 무죄”라는 주문이 낭독되고서야 얼굴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재판이 끝난 뒤엔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등과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이날 무죄판결이 정부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간 국제투자분쟁(ISDS)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법무부는 한국 정부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압력을 행사해 손해를 끼쳤다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정에 불복해 지난해 영국 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 사건 수사는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며 시작됐다. 2020년 들어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을 둘러싼 본격적인 수사로 확대됐다.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으나, 검찰은 그해 9월 이 회장 등 11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 수사 기록이 23만쪽이 넘는다.
금융감독원장인 이복현 당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가 수사를 매듭지었다. 국정 농단 특별검사팀 시절부터 호흡을 맞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각각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수사를 지휘했다.
박진영·백준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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