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판 호날두?… 4만여 현지팬들, 메시 '노쇼'에 분노

리오넬 메시가 소속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인터 마이애미와 홍콩 프로축구 올스타팀 친선 경기에서 '노쇼'하자 홍콩 팬들이 분노했다. 사진은 지난 4일 홍콩의 홍콩스타디움에서 열린 홍콩 베스트11 대 인터 마이애미의 경기 중 벤치에 앉아 있는 리오넬 메시. /사진=로이터

리오넬 메시가 소속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인터 마이애미와 홍콩 프로축구 올스타팀 친선 경기에서 후보 명단만 이름을 올린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홍콩 팬들이 분노했다.

미국 프로축구 인터 마이애미는 4일(현지시각) 홍콩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리시즌 친선 경기에서 홍콩 베스트11팀을 4-1로 꺾었다. 이날 경기에는 메시와 루이스 수아레스 등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이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메시는 연신 다리를 주무르며 벤치에만 머물렀다.

메시의 경기를 직접 보기 위해 모인 약 4만명의 홍콩 팬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후반 35분이 지나고도 메시가 출전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메시 나와라" "환불, 환불, 환불" 등을 외치며 야유했다. 경기 후 인터 마이애미의 공동 구단주인 데이비드 베컴이 마이크를 잡자 팬들은 메시의 출전 불발에 거센 항의의 목소리를 냈다.

해당 경기를 주최한 태틀러 아시아는 메시를 내세워 이번 경기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티켓 가격은 최대 5000홍콩달러(약 85만원)까지 치솟았다. 태틀러 아시아는 "우리도 메시와 수아레스가 출전하지 않는다는 것을 경기 직전까지 몰랐다"라며 팬들과 마찬가지로 실망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행사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거액의 보조금까지 대준 홍콩 정부조차 메시의 '노쇼'를 사전에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정부는 성명을 내고 "정부는 주최 측의 조치에 극도로 실망했다"라며 "메시가 출전하지 않음에 따라 지원금 삭감 가능성 등 계약 조항을 검토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홍콩 정부는 이번 경기를 주요 스포츠 행사로 지정하고 주최 측에 1500만홍콩달러(약 26억원), 경기장 사용 보조금으로 100만홍콩달러(약 1억7000만원)를 지원했다.

헤라르도 마르티노 인터 마이애미 감독은 경기 후 "많은 팬이 실망한 걸 알지만, 용서를 구한다. 잠깐이라도 뛰게 할까 고민했지만, 리스크가 너무 컸다"고 말했다. 이어 "구단 의료팀으로부터 메시와 수아레스가 경기에 출전한다면 부상이 악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소견을 들었다"며 "메시는 내전근이, 수아레스는 무릎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엑스(X·옛 트위터)에는 한 관객이 이번 경기를 홍보하는 대형 입간판의 메시 얼굴을 발로 걷어차 부수는 영상이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건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한국에서 일으킨 '노쇼' 사건도 유사점이 있다. 2019년 당시 호날두 소속팀이었던 유벤투스는 K리그 올스타팀과 친선 경기를 위해 한국에 왔다. 그러나 호날두는 부상을 이유로 단 1분도 그라운드를 밟지 않았다. 호날두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던 축구 팬들은 주최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기도 했다.

차화진 기자 hj.cha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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