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상승 매직' 자사주 매입 … 韓상장사, 美기업 10분의 1 수준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2024. 2. 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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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상장사들이 시가총액 대비 자사주를 매입한 금액이 미국 상장사 대비 10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매일경제신문이 한국 코스피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소속 상장사들의 연도별 자사주 매입액 추이를 분석한 결과 2022년 기준 한국 기업 자사주 매입액은 4조9020억원으로 나타났다.

최근 4년 동안 미국 S&P500 상장사들의 배당금 지급액은 1조9932억달러(약 2659조원)로 같은 기간 자사주 매입액(2조9002억달러)보다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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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주주환원 극과극
韓기업 자사주 5조원 매입할때
S&P500 기업 1230조원 사들여
시총 대비 비중 미국 2.87%
한국은 고작 0.28%에 그쳐
전문가들 "韓 저평가 해소 위해
美처럼 자사주 소각까지 해야"

◆ K증시 밸류업 ◆

한국 상장사들이 시가총액 대비 자사주를 매입한 금액이 미국 상장사 대비 10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배당금보다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이 주가 상승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만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사주 매입에 이어 소각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5일 매일경제신문이 한국 코스피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소속 상장사들의 연도별 자사주 매입액 추이를 분석한 결과 2022년 기준 한국 기업 자사주 매입액은 4조9020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미국은 9227억달러(약 1230조원)에 달했다.

증시 규모를 고려한 자사주 매입액 비중도 10배가량 차이가 난다. 2022년 미국 S&P500의 시총은 32조1300억달러(약 4경2800조원) 수준으로 자사주 매입액은 시총 대비 2.87%로 집계됐다. 같은 시기 코스피 시총은 1767조원으로 이를 고려한 자사주 매입액 비중은 0.28%에 불과하다.

팬데믹 발발 후 유동성 장세가 시작된 2020년부터 2023년 3분기까지 합산한 자사주 매입액도 미국은 2조9002억달러(약 3866조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한국은 19조2719억원 수준이다. 특히 미국의 자사주 매입액은 2020년 5198억달러(약 693조원)에서 2년 새 2배가량 급증했다. 반면 한국은 2020년(5조6536억원)보다 오히려 2022년 자사주 매입액이 줄었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 상승의 마법'이라고도 불린다. 미국에서는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즉각 이어져 유통주식 수가 줄며 주당순이익(EPS)이 자연스레 개선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보통 주당순이익이 좋아지면 주가는 상승하는 편이다.

상장사가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사들이면 향후 실적에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상장사들이 펼치는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는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매입 두 가지가 있다.

과거에는 배당금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자사주 매입을 선호하는 추세다. 배당금은 배당소득세 15.4%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소득이 많은 자산가들은 금융소득종합과세에 걸려 최대 49.5%에 달하는 세금 폭탄을 맞게 될 우려도 있다.

미국 증시에서는 배당금 지급액보다 자사주 매입액이 많다. 최근 4년 동안 미국 S&P500 상장사들의 배당금 지급액은 1조9932억달러(약 2659조원)로 같은 기간 자사주 매입액(2조9002억달러)보다 적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상장사들에 자사주 매입뿐 아니라 적극적인 소각까지 요구하고 있다. 자사주를 소각해야 발행주식 수가 감소해 순이익이 증가하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미국에서 워싱턴주 등 일부 지역은 법적으로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돼 있다"며 "미국에서는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하지 않으면 이사의 충실 의무 위반으로 여겨지고 이사회 안건 통과도 어렵다"고 밝혔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요인은 주주환원 미흡인데, 자사주 매입도 중요하지만 소각까지 이어져야 효과가 있다"며 "자사주 의무 소각 전면 시행이 어렵다면 단계별 시행이라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MSCI에 따르면 2011~2017년 한국에서 자사주 매입·배당금 지급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은 18%로 전 세계 평균(73%)에 크게 못 미친다.

증권업계에서는 정부가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계기로 그동안 수동적이던 상장사들이 실질적인 변화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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