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선거제' 결정에 소수정당 '환호'...'떴다방 정당' 또 난립?

민동훈 기자, 김성은 기자 2024. 2. 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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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에서 적용할 비례대표 배분 방식에 대한 당론을 현행 '준(準) 연동형' 유지로 정했다. 위성정당인 통합형비례정당을 추진해 이른바 '민주개혁선거대연합'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경우 지역구 의석은 적고 정당 득표율은 높은 군소 정당들에 유리한 선거제도다. 따라서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의석만을 노리는 소위 '떴다방' 형태의 정당이 우후죽순으로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지역구 의석과 상관없이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정당 별로 의석을 나누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해온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결정에 "의석 나눠먹기"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도 준 연동형 제도 아래에서 비례의석수 손해를 최소화기 위해 21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위성정당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이재명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통합형비례정당 창당"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직후 현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22대 총선에 적용될 선거제와 관련 "과거 회귀가 아닌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지난해 11월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 비례제로의 회귀를 시사, 논란에 불을 붙인 지 약 3개월 만의 선택이다.

그러면서 "정권 심판과 역사의 전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며 준연동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 비례정당을 준비하고 민주개혁선거대연합을 구축해 민주당과 국민의 승리를 이끌겠다"고 했다. 사실상 민주당과 한 편인 범야권 연합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의석수 손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선거법상 비례대표 선출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각 당의 의석 수를 미리 나눠 정한 뒤 △전체 지역구 당선자 수가 여기에 못 미칠 때 모자란 의석 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만 적용하고, 나머지 17석은 병립형을 적용하기에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부른다. 지역구 의석수가 많은 정당일 수록 비례대표로 선출될 가능성이 적어진다.

반면 정당 득표율은 높지만 지역구 의원 배출엔 어려움을 겪는 군소정당 입장에선 비례의석수를 추가로 배정받을 수 있어 유리하다. 군소정당의 원내진입이 수월해 지는 만큼 일부 다당제의 효과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1대 총선에서 여야 거대 정당이 각각 위성정당을 세워 비례대표를 대거 배출한 뒤 추후 합당하면서 당초 소수정당 배려라는 취지는 상실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野 "최선의 선택" vs 與"이재명 개리맨더링"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경동시장을 방문해 구매한 상품을 들어보이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 2024.2.5/뉴스1 ·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형해화하는 위성정당의 해악을 막겠다며 위성정당 금지법을 공약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대표가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들어오고 제1야당의 대표가 됐지만 위성정당 금지법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국민의힘이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인데, 그 사이 민주당은 양곡관리법이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등 정부 여당이 극렬하게 반발하는 법안에 대해 본회의 처리를 밀어붙인 바 있다. 이날 이 대표는 "약속드린 위성정당 금지 입법을 하지 못한 점을 사과한다"면서 "결국 준(準)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된 점을 사과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야권에서는 대체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당초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를 반대하며 불출마까지 선언했던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지난 2년간의 사회적 토론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에 대해 제도적인 보완책을 찾고 정치개혁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겸 새진보연합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정권 심판과 역사의 진보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통합비례정당을 추진해 승리를 만들어 내자는 이 대표의 제안에 환영한다"고 했다.

반면 여당과 일부 제3지대 정당에서는 "의석 나눠먹기" "망국적 발상" 등의 비판들이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든 것이 이 대표 입맛대로 게리맨더링(자기 정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변경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에서) 병립형으로 돌아가자고 전제한 뒤 상황이 바뀐 이유는 당의 내부 싸움 말고는 없다. 그것에 왜 국민이 영향을 받아야 하나"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도 "왜 5000만 국민이 이재명 한 사람의 기분과 눈치를 봐야 하느냐"고 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도 "국민도, 정작 국회의원도 산식을 모르는 선거제가 무슨 혁신인가"라며 "위성정당을 창당하겠다고 본인이 했던 약속을 어기면서 병립형은 퇴행, 준연동형제는 혁신이라고 포장하는 이재명 대표의 언어도단 앞에 탄식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구상은) 기존 양당독점 정치구조와 정치양극화의 폐해를 극대화하는 망국적 발상"이라며 "위성정당은 국민을 속이는 꼼수"라고 했다.
21대 총선서 비례정당만 35개 난립…조국당·송영길당 등도 합세할 듯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촌 히브루스에서 열린 '개혁연합신당, 총선 승리와 진보 집권을 구상하다' 토크쇼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왼쪽부터 천호선 사회민주당 사무총장,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조 전 장관. 2023.12.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날 이같은 민주당의 결정으로 21대 총선에서 유권자의 혼란을 야기했던 위성정당 난립 사태의 재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자체가 군소정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돼서다. 21대 총선에선 최소 득표율(3%)만 달성하면 원내 진입이 가능하다는 점을 노린 비례정당이 35개나 나왔다. 당시 투표용지 길이가 역대 최장인 48.1cm로, 기존 개표기(34.9cm)로 판독이 불가능해 비례대표 개표는 100% 수개표로 진행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당시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창당해 비례의석수 손해를 최소화한 바 있다. 이번에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을 만들 계획이다. 이미 국민의힘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대비해 지난달 31일 '국민의 미래'라는 위성정당 창당 발기인 대회까지 마친 상태다.

소위 '빅텐트'를 구상하고 있는 제3지대도 비례의석수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위성정당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도 이날 "개혁 신당도 위성정당을 만들 수 있다. 자신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 뿐 아니라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 뿐 아니라 이원욱·조응천 등 민주당 탈당파도 민주당의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에 비판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실제 위성정당 창당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군소정당은 비례의석 확대를 목표로 민주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이미 정의당과 녹색당은 선거연합정당인 녹색정의당을 결성하고 민주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기본소득당·열린민주당·사회민주당 등 군소 정당이 참여하는 새진보연합도 민주당에 비례연합정당 추진을 제안했다.

여기에 '조국 신당'이나 '송영길 신당'까지 합세할 수도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주도하고 있는 리셋코리아행동은 지난 1일 공식 출범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이끄는 가칭 정치검찰해체당도 창당 작업 중이다. 여기에 정재훈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창당 작업을 진행 중인 대한소상공인당 등이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통한 원내 진입을 노리고 있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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