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反尹 비례연합' 띄웠지만 … 결국 도로 위성정당

전경운 기자(jeon@mk.co.kr)위지혜(wee.jihae@mk.co.kr), 안정훈 기자(esoterica@mk.co.kr) 2024. 2. 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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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준연동형 유지 발표
"칼에 맞서 냄비뚜껑이라도"
정당방위 호소하며 창당선언
지역구는 민주당 단일화하고
군소정당에 비례 앞순번 줄듯
한동훈 "전국민 李 눈치봐야"
이준석 "우리도 비례당 창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의원 의석 300석 중 47석이 걸려 있는 비례대표 선거제 방식이 현행 '준연동형'을 유지하는 쪽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이에 따라 지난 총선에 이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위성정당 창당을 이번에도 막을 수 없게 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5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준연동제는 비록 불완전하지만 한 걸음 진척된 소중한 성취"라며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대선 공약을 지킨 셈이지만 위성정당을 막을 방법은 내놓지 않았다.

이 대표는 나아가 "정권 심판과 역사의 전진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통합형 비례정당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진보성향 군소 정당들과 비례연합정당을 창당해 의석을 나누겠다는 뜻이다. 군소 정당들은 비례 의석의 대가로 지역구 출마를 최소화하는 등 민주당과 사실상 선거 공조에 나설 전망이다. 또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에 따라 의석수를 최대로 늘리기 위한 제3지대의 이합집산은 물론 조국·송영길 등 '반윤(반윤석열)'을 내건 외곽 위성정당 난립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앞서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와 병립형 비례제 회귀를 두고 내부에서 의견이 대립하자 이 대표에게 결정권을 위임한 바 있다. 이 대표가 고심 끝에 준연동제를 유지하기로 결론을 내고 이를 직접 발표한 셈이다.

2020년 21대 총선 때 민주당 주도로 도입된 준연동제는 전국 정당 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의석수가 적을 때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 의석으로 채워주는 제도다. 21대 총선에서는 부칙에 따라 47석의 비례대표 의석 중 30석은 준연동형으로, 17석은 병립형을 적용해 배분했다. 현행 선거제에 변동 없이 올해 총선이 치러진다면 47석 모두 준연동제가 적용된다.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도와 다당제 기반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지만 당시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창당하면서 그 취지가 완전히 무력화됐다.

이 대표는 위성정당 창당의 이유로 여당 탓을 했다. 이 대표는 "위성정당 금지법을 거부한 여당은 이미 위성정당을 창당하고 총선 승리를 탈취하려고 한다"며 "같이 칼을 들 수는 없지만 방패라도 들어야 하는 이 불가피함을 조금이나마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여당의 위성정당 창당에 맞대응해서 민주당의 위성정당을 창당하는 것은 반칙에 반칙으로 대응하는 것이어서 정당방위"라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위성정당 창당의 명분으로 사실상 '반윤 연합'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성정당에 준한다는 의미로 '준(準)위성정당'이라고 칭했다. 그러나 21대 총선에서도 위성정당의 비례대표 순번 1~10번을 기본소득당·시대전환 소속 인사와 시민사회 추천 인사로 채웠던 만큼 당시 비례연합정당과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미향 의원, 최강욱 전 의원 같은 인사들이 금배지를 달았다.

올해 총선판이 상당히 혼탁해질 우려가 커졌다. 구속 중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정치검찰해체당' 창당을 옥중 선언하고 창당 절차를 밟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주도하는 '리셋코리아행동'도 본격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조 전 장관이나 송 전 대표도 대연합 범위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지금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특정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상식적인 판단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최소한의 국민 선택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다만 이 대표는 "불완전한 입법을 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 약속드린 위성정당 금지 입법을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국민의힘은 준연동형 비례제가 유지될 경우를 대비해 위성정당 창당 작업을 밟아왔다. 국민의힘은 당 명칭을 '국민의미래'로 정하고 지난달 31일 온라인 창당 발기인대회까지 마쳤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왜 5000만 국민이 이재명 대표 한 사람의 기분과 눈치를 봐야 하느냐.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물론 국민의힘도 눈치만 보면서 적극적으로 제도 변경의 정당성을 주장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개혁신당도 위성정당을 만들 수 있다. 자신 있다"면서도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고심의 흔적이 보이지도 않는다. 직무 유기"라고 비난했다.

'새로운미래'를 이끌고 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훨씬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기존 양당 독점 정치구조와 정치 양극화의 폐해를 극대화하는 망국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는 2~5석을 진보 계열에 나눠주고 명분 있게 위성정당을 만들 수 있게 됐다"며 "비례제는 진보끼리 의석을 나눠 먹는 제도로 전락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전경운 기자 / 위지혜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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