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손으로 웬만한 술 다 만드는데…대기업도 “이건 어렵네요”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lee.sanghyun@mkinternet.com) 2024. 2. 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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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위스키 수입량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가운데 새해 들어서도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수제맥주도, 와인도 그랬듯이 위스키 열풍 역시 (기업들이) 무리하게 투자할 만큼 오래가지는 못할 것으로 다들 보고 있다"며 "(위스키는) 특성상 오래 숙성해야 해 최소 10년은 수익이 나지 않으면서 투자만 해야 하는 사업이다.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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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스카치·버번·라이 등 위스키류의 수입량은 3만586t을 기록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지난해 위스키 수입량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가운데 새해 들어서도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자체 제품 개발과 연구 등에 쏟는 시간·비용이 막대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기업들이 ‘K위스키’ 사업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5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스카치·버번·라이 등 위스키류의 수입량은 3만586t을 기록했다. 전년(2만7038t)보다 13.1% 증가한 것인데 위스키 수입량이 3만t 이상으로 집계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눈여겨볼 것은 이 기간 위스키 무역적자가 약 2억5749만달러였다는 점이다. 3만t 이상을 수입할 동안 수출하는 양은 193.2t에 그쳤다. 기업 대부분이 스코틀랜드 등 해외에서 위스키 원액을 들여와 국내에서 병입, 해외로 다시 판매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주류업계가 국산 위스키, 일명 ‘K위스키’ 제조에 좀처럼 나서지 않는 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시중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국산 위스키 브랜드는 극히 제한적인데 위스키 열풍이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이란 보장마저 없는 상황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팬데믹을 전후로 위스키에 앞서 와인이 급부상했다가 다시 위축된 사례를 봐야 한다”며 “시장이 커질 거란 전망에 기업마다 수입량을 늘리고, 직원도 대거 새로 뽑고, 더러는 빈야드까지 인수했지만, 누구 하나도 그 수혜를 못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제맥주도, 와인도 그랬듯이 위스키 열풍 역시 (기업들이) 무리하게 투자할 만큼 오래가지는 못할 것으로 다들 보고 있다”며 “(위스키는) 특성상 오래 숙성해야 해 최소 10년은 수익이 나지 않으면서 투자만 해야 하는 사업이다.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덧붙였다.

주류업계에서는 투자하는 기간과 비용 대비 실익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에 ‘K위스키’ 사업에 미온적인 분위기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실제로 신세계그룹의 경우 신세계엘앤비를 중심으로 K위스키 사업을 본격화하려다가 최근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 제주 지역에서 위스키를 생산하고자 전담 조직 ‘W비즈니스팀’을 한때 운영하기도 했으나, 조직 개편이 이뤄지면서 팀은 해체됐다.

신세계엘앤비 관계자는 “K위스키 사업은 잠정 중단”이라며 “지난해 9월 (신세계엘앤비 대표가 교체되면서)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와인 사업에 더 집중하고자 그렇게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유독 고연산 위스키를 높게 평가하는 국내 시장의 특성도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3~4년은 물론, 12년 숙성 제품도 종종 저평가되기에 기업들이 실익을 내려면 최소 15년 숙성 원액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수입사 관계자는 “당장 원액을 생산해도 국내 시장에서 원하는 (숙성 연도) 숫자가 라벨에 찍히려면 2040년은 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미 늦었다. 지금 원액이 없으니 사다 파는 방법뿐이고, 수년 뒤 국산 제품이 확보됐을 때는 유행이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유통기업 중에서는 현재 롯데칠성음료만이 K위스키 사업을 놓지 않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최근 주민 반대에 부딪혀 제주 지역 내 위스키 증류소 부지를 변경하기로 한 것과 관련, “다른 부지를 계속해서 검토 중이다. 검토가 끝나면 그제야 착공하거나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위스키 마니아들이 국내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라며 “국산 위스키에 대한 니즈 등을 확인하면서 이를 충족시키고자 (K위스키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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