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전 대통령 “정치는 안 하겠지만, 국민에게 받은 사랑 커 보답하겠다”
바라는 대한민국의 모습은 “신뢰 인프라 구축된 사회”
文정부 한일 위안부 합의 사실상 백지화 비판
“합의 하루 아침에 뒤집으면 어떤 나라가 한국 신뢰하겠나”
박근혜 전 대통령은 5일 “정치를 다시 하지는 않겠지만, 국민에게 받은 사랑이 너무 크고 감사하다”며 “조금이라도 제가 할 일이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해서 보답해드리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대구 한 호텔에서 열린 회고록 ‘어둠을 지나 미래로’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제가 재임 중 하지 못했던 일에 대한 아쉬움은 있고, 누가 그것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바라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묻자 “개인이나 사회, 국가 간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대화도 불편하고, 어떤 일을 같이 도모할 수도 없다”며 “신뢰 인프라가 확고하게 구축된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신뢰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2015년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백지화하고,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엔(약 100억원)으로 만들어진 ‘화해·치유재단’을 해산시켰다. 다만 위안부 합의 파기 선언은 하지 않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한일 관계가 최악의 상황이 되자 임기 후반에 “양국 정부간의 공식적인 합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를 이뤄내려 외교부가 할머니들 의견을 전부 수렴해 반영하려 노력했고, 국제적으로도 (일본을) 압박했다”면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도 일본에서 ‘당신 일본인 맞느냐’는 항의를 받을 정도였지만 역사적인 결단을 내려서 합의가 이뤄졌다”고 했다. 이어 “위안부 합의가 새 정부에서 없던 일이 됐는데, 어렵게 맺어진 합의가 하루 아침에 뒤집어지면 어떤 나라가 한국을 신뢰하겠나”고 했다. 그러면서 “대안도 없었고, 더 좋은 방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반발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기로 한 점도 비판했다. 지소미아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지난해 정상화됐다. 박 전 대통령은 “지소미아는 우리 안보를 위해 필요했고, 동맹국인 미국도 강력히 요청했다”며 “그래서 오죽하면 제가 탄핵을 앞두고도 제 소임을 다하려고 했고, 그래서 협정이 맺어지고 제가 감옥에 갔다”고 말했다. 지소미아는 탄핵 정국이 시작된 2016년 11월 23일 체결됐다.
박 전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북이 핵을 포기하면 사드를 배치하지 않아도 되지만, 핵이 있어서 최소한의 방어조치를 해야 한다. 공격용이 아니라고 (중국을) 설득했다”면서 “서로 반대 의견으로 부딪히더라도 굴종적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외에는 정치적 발언은 거의 하지 않았다. 재임 당시 역점 과제로 추진한 정책을 묻자 “정치의 궁극적 목적은 국민의 삶이 안정되고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살게 하는 것)”이라며 창조경제센터 구축과 스타트업 육성 등의 성과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런 정책들이 진행 중이었는데, 제가 중도에 퇴임을 해 완성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북콘서트가 열린 행사장 단상에는 유영하 변호사와 허원제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올랐다.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와 서상기 전 의원, 김재수 전 농림부 장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박 전 대통령이 펴낸 회고록은 두 권으로 각각 400쪽 정도 분량이다. 책에는 18대 대선 이후인 2012년 말부터 2022년 3월 대구 달성군 사저에 입주하기 전까지 약 10년간 박 전 대통령의 정치 일대기가 담겼다. 회고록에는 ‘내가 재계 로비를 받은 것처럼 비난한 김종인’, ‘유승민의 연락 두절’ 등 소제목을 달아 대선 캠프에서 함께 했던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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