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현의 금융과 경제] 부의 외부효과와 금투세 폐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영어로 '폐를 끼치다'는 'impose'라는 표현을 쓴다.
공교롭게 경제학에서 나오는 부의 외부 효과(negative externality)란 개념이 생략된 목적어로서 적합하다.
부의 외부 효과란 누군가의 행위로 특정 또는 불특정 타인에게 수고로움이나 해를 끼치게 되지만 이에 대해 금전적 대가를 요구할 수 없는 경우를 지칭한다.
대표적인 예로 기업이 생산 과정에서 공해 물질을 발생시키는 것을 들지만 이외에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게 되는 민폐 역시 부의 외부 효과라 할 수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은행뱅크런 외부효과처럼
주식시장 큰 손 빠져나가면
주가급락 영향 일반투자자에
韓증시 체력 다진 뒤 부과를
영어로 '폐를 끼치다'는 'impose'라는 표현을 쓴다. 처음 이 용법을 접했을 때 대부분 타동사로 쓰이는 이 단어는 목적어가 너무 명확하다 보니 생략되면서 자동사로도 활용된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다면 생략된 목적어는 무엇일까?
공교롭게 경제학에서 나오는 부의 외부 효과(negative externality)란 개념이 생략된 목적어로서 적합하다. 부의 외부 효과란 누군가의 행위로 특정 또는 불특정 타인에게 수고로움이나 해를 끼치게 되지만 이에 대해 금전적 대가를 요구할 수 없는 경우를 지칭한다. 대표적인 예로 기업이 생산 과정에서 공해 물질을 발생시키는 것을 들지만 이외에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게 되는 민폐 역시 부의 외부 효과라 할 수 있다.
부의 외부 효과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것이 은행 파산(뱅크런)이다. 만약 예금자들이 앞다퉈 예금을 일시에 인출하지 않는다면 뱅크런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일부 예금자들이 대규모 인출을 시작하고 이에 위기감을 느낀 타 예금자들까지 인출하게 되는 전염 효과(contagion effect)가 촉발될 경우 은행은 유동성이 고갈되면서 파산하게 되고 그 피해는 미리 인출하지 못한 남은 예금자들의 몫이 된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조정 실패(coordination failure)라고 한다. 즉 예금자 사이에는 일종의 공동 이해관계가 형성되는데, 조정이 유지되면 뱅크런이 발생하지 않는 우월한 균형이 성립되지만 조정이 실패하면 뱅크런이란 열악한 균형이 발생한다.
최근 정부가 양도세 문턱을 대폭 낮춰 주식의 경우 5000만원의 투자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발표한 이후 이를 두고 말이 많다. 5000만원의 주식 투자소득은 주식 투자자의 약 1%에 해당하는 투자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대부분 일반투자자들은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는 근거에서 이번 유예를 두고 일부에서는 '부자 감세'라고 비판한다.
그렇다면 일반투자자들은 정말 금투세 부과에서 자유로울까. 바로 이 부분에서 부의 외부 효과가 등장한다. 5000만원 이상의 투자소득을 얻는다 해서 모두 부자는 아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들 큰손들이 시장에서 빠져나가면 주가는 하락하고 이러한 주가 하락이 다른 투자자들의 손절을 유발하게 될 경우 주가 급락이 발생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그러한 주가 급락으로 인한 손실, 즉 부의 외부 효과는 떠나는 큰손이 아닌 남은 일반투자자들의 몫이 된다는 데 있다.
예금과 마찬가지로 주식 역시 수요자인 투자자들 간에 암묵적인 공동 이해관계가 형성된다. 그런데 일부 투자자들이 이 대열에서 이탈할 경우 이를 대체할 잠재 투자자들이 많다면 충격이 크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주가 급락은 피할 수 없다. 위의 뱅크런과 유사한 조정 실패가 일어나는 것이다. 조정 실패는 초기 예금 인출 규모나 투자 회수 금액이 클수록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동학개미들이 국내 시장을 버리고 양도세를 내더라도 미국 증시로 갈아타는 상황에서 금투세를 부과한다면 이러한 추세가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 금투세를 부과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지금이 적절한 시기인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우리 증시에 장기투자자 비중이 높아지고 지배구조 개선 및 벤처기업들의 엑시트 다변화를 통해 상장으로 인한 공급과잉 문제가 해소되어 장기적으로 주가가 우상향한다는 신뢰가 형성되었을 때, 그때 도입해도 늦지 않다. 그 이전에는 금투세 폐지가 어떤 충격으로 나타날지 예단이 어려우며 만약 충격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투자자들의 몫이 된다는 얘기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아이 낳으면 1억 드려요”…회장님이 ‘파격’ 출산지원금 준다는데 - 매일경제
- “평형 같은데, 우리집은 왜 앞동보다 싸지”…아파트 실거래가, ‘동’ 공개 - 매일경제
- [단독] LG엔솔, 미국에서 1조4000억 ‘초대박’…한화와 배터리 동맹 성과냈다 - 매일경제
- “주식 그만하고 적금 들어라” 잔소리하는 엄마…금리 떨어지는데 왜? - 매일경제
- 배아픈 일본 “한국, 4강에서 탈락할수도”…‘충격의 탈락’ 후 질투하나 - 매일경제
-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1심 무죄 - 매일경제
- “648만원 내고 2.2배 돌려받는다”…국민연금 ‘이 제도’ 가입자 급증 뭐길래 - 매일경제
- “결혼하고 싶어 한국왔다”…쯔양먹방 등장女 ‘인종차별’ 논란, 필리핀 발칵 - 매일경제
- 강북 아파트가 한 채에 180억…작년 최고가 거래, 어디인가 봤더니 - 매일경제
- 동기 이정후의 빅리그행 지켜 본 김혜성 “결국은 내가 잘해야” [MK인터뷰]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