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당합병' 무죄, 기업자유 옥죄는 일 더는 없어야 [사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불법이 없었다는 법원의 1심 판결이 나왔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두 기업이 시너지를 내기 위해 합병한 것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승계 목적이라는 음모론적 꼬리표를 달아 검찰이 수사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인수·합병 같은 경영상의 판단은 기업의 자율을 최대한 보장하는 게 원칙이다. 검찰이 기업인보다 기업 합병을 더 잘 판단한다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기 때문이다. 법원도 기업의 경영상 판단을 존중해 "두 회사의 합병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합병 비율이 잘못됐다는 증거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대한민국 1등 기업 삼성을 수사하고 기소했다. 3년6개월 동안 이 회장 재판만 100차례 넘게 했다. 애플·TSMC 같은 세계적 강자를 추격하기 위해 분초를 아껴 써야 하는 기업인을 몇 년간 괴롭힌 꼴이 됐다. 이로 인해 삼성은 경영 활동에 차질을 빚었으니 그 피해는 누가 책임질 건가. 특히 이번 사건으로 대한민국의 기업가정신이 훼손된 것까지 감안하면 그 피해는 상상 초월이다. 경영상 판단까지 검찰이 수사하는데 기업 할 의욕을 잃는 건 당연하다. 예비 기업가의 창업 의욕이 확 꺾였을 것이다. 검찰이 제기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 역시 기업가정신을 죽이는 역효과를 냈다. 삼성은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고 막대한 투자를 했다. 그러나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가치를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다행히 법원이 "적법한 회계기준이 적용된 것"이라고 판단했으나, 검찰이 하는 식으로 기업을 옥죄면 어느 기업이 새로운 성장산업을 발굴하기 위해 대규모로 투자하는 용기를 내겠는가.

이참에 기업에 대한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통제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검찰 기소의 적정성을 심의하는 대검찰청 수사 심의위원회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이 회장 수사를 중단하라는 결정을 내렸으나 검찰은 무시해 버렸다. 다시는 이런 식으로 기업과 기업인을 옥죄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