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꺾이나…"올 건자재 수요 감소"
수요 1~3% 줄어 자재난 완화
AI 수급 예측·시장조사 필요
2020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3년간 국내 건설용 원자재 가격이 36%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관련 연구단체들은 건설자재 수급 불균형을 줄이고 가격 변동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건설자재 예측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과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은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건설자재 수급 여건과 정책 개선 방안'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국내 건설용 원자재 가격은 최근 3년간 역대 최고 수준의 상승폭을 기록한 것으로 발표돼 국내 건설 시장 악화의 가장 큰 요인임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2015년 수치를 100으로 두고 파악한 건설 공사비 지수는 2020년 11월 120.2에서 지난해 11월 153.4로 27.6% 올랐다. 건설 공사비 지수는 원자재 가격을 비롯해 인건비, 장비 도입비 등 건설 공사에 투입되는 자원 비용을 한국은행 산업연관표와 생산자물가지수, 대한건설협회 시중 노임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다. 전반적인 공사 비용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건설용 중간재 물가지수(2015년 100 기준)는 2020년 12월 106.4에서 지난해 12월 144.2로 35.5% 급등했다. 전반적인 공사비 상승률과 비교해 자재 가격 상승률이 높아 인건비보다는 역시 자재 비용 상승이 최근 건설 경기 악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2020년 10월~2021년 6월 철근 부족, 2022년 3~5월 1차 시멘트 부족, 지난해 3~5월 2차 시멘트 부족 사태 등 일련의 공급 충격도 심심찮은 영향을 미쳤다. 주제발표에 나선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2021년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피해 공사가 급증하며 여기저기서 철근 부족이 발생했고 중국산 철근 수입 감소까지 덮쳐 공급 차질이 극심해졌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봄철 시멘트 수급도 불안해지는 등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부터 전반적으로 자재 공급량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건설투자액(건설기성) 감소율은 2.5%로 추정되고 있어 이 가정 아래 주요 건설자재 수요는 1~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신축 공사가 감소할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올해 GTX와 가덕도신공항 등 대형 건설 간접자본 투자가 이어질 예정이라 건설자재 수요는 일부 회복될 수 있지만 그런 대형 공사가 있더라도 총수요 감소는 피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날 박선구 건정연 연구위원은 국내 건설 시장이 역대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만큼 시장 정상화를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4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건설자재 수급 불균형 최소화를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건설자재 예측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봤다. 이는 중장기적 과제이지만 반드시 도입해야만 수급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또 관급 자재 수급 정상화를 위해 공사용 지급 자재를 사급으로 전환하는 비율을 늘리고 불량 자재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건설자재 수급과 가격 변동에 따른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건설자재 수급 협의체 운영을 제시했다. 이는 건설자재 시장 정기 조사 도입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결국 건설업체와 자재업체가 수급 문제로 갈등을 빚는 일은 신규 아파트 입주를 원하는 국민 등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충재 건산연 원장은 "건설업체와 자재업체가 어느 한쪽의 이익을 극대화하면 결국 국민 부담만 가중되고 장기적으로 모두가 손해를 본다"며 "안정적인 자재 수급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희수 건정연 원장도 "올해는 건설 경기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강조했다.
[서진우 기자 / 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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