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인구절벽에 맞서자

2024. 2. 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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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사라질 것인가.

인구 소멸 제1호 국가, 이러한 경고와 전망이 해외로부터 제기됐다.

인구문제는 20~30년 후 미래의 문제로 여길 수 있지만 대책과 계획을 세우는 것은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급한 현안이다.

인구문제 해결을 헌법상의 책무 수준으로 격상시킬 경우 여러 가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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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사라질 것인가. 인구 소멸 제1호 국가, 이러한 경고와 전망이 해외로부터 제기됐다. 일회성 충격으로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지난해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저출생과 관련해 지난 17년간 380조원을 투자했음에도 현실은 악화일로다. 곧 합계출산율이 0.6명대로 떨어질 거라는 예상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23년 18.4%에서 2030년에는 25.5%를 넘어 초고령사회가 될 전망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인구절벽이 지역 소멸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3년 2월을 기준으로 전국 228개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중 절반 이상인 118곳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비수도권 지역 대부분이 심각한 소멸 위험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 화두는 '인구절벽'이다. 최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첫 번째 총선 공약으로 저출생 문제를 다뤘다. 종전에 실패했던 정책을 단기적으로 보완하는 수준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그래도 정치적 어젠다를 주도하는 양당이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저출생 대책에 두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현 정부도 인구문제의 심각성을 이전 정부보다 더 절실히 느끼고 해법을 모색하느라 전력을 쏟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인구문제는 20~30년 후 미래의 문제로 여길 수 있지만 대책과 계획을 세우는 것은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급한 현안이다.

그런 점에서 국회의장이 신년사를 통해 밝힌 대한민국 미래 의제 중 인구절벽 대응 방안은 상당히 눈여겨볼 만하다. 인구문제를 정권의 편의, 정치권의 유불리를 떠나 장기적 국가 과제로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이다. 특히 개헌안에 최우선 국가 과제로 보육, 교육, 주택 등 인구 관련 대책을 명시해야 한다는 제안은 주목할 만하다.

인구문제 해결을 헌법상의 책무 수준으로 격상시킬 경우 여러 가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헌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의결과 국민투표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국민이 인구 감소에 대한 위기의식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될 것이다. 혹자는 '인구가 줄어드는 게 왜 문제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인구가 줄면 자원 분배도 쉽고 경쟁도 치열하지 않아 더 나은 거 아니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의 인구 구조는 지방 소멸 문제만 야기하는 게 아니다. 계층과 지역, 세대 간 격차와 불평등이 커지고 사회적 갈등도 높아지게 된다. 일례로 청년 한 명이 노인 네 명을 책임져야 한다면 그 사회는 지속가능할 수 없을 것이다. 사회적 연대성이 약화돼 종국에는 공동체를 위협하는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다. 국가 소멸이라는 경고가 과장된 위협만은 아닐 것이다.

국회의장은 미래 제안에서 '정치는 시점이 중요하고 일은 실효성이 중요하다'는 율곡 선생의 '만언봉사' 한 구절을 인용했다. 약 550년 전의 이 말은 지금 우리의 시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인구절벽이라는 위기는 예상된 미래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를 모든 국민이 모아야 할 때다.

[이보형 마콜컨설팅그룹 총괄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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