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위 불기소 권고 무시했던 검찰…이재용 '무리한 기소' 비판도

2년여간 대대적 수사에도…법원 판단은 '무죄'
檢 제시 주요 자료 법정에선 "증거능력 없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2.5/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 합병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56)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검찰의 기소가 무리했던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은 외부전문가들의 불기소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를 택했는데 법원은 피고인들의 손을 들어줬다. 사건의 출발점이 됐던 '삼성바이오로직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위법했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외부전문가 "불기소" 의견…검찰은 기소 강행

이번 사건은 지난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고발로 시작됐다. 제일모직 자회사 로직스의 분식회계 정황을 확인한 검찰은 한 달 뒤 로직스 본사를 비롯해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후 검찰은 분식회계를 넘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까지 정조준했지만 이 회장은 구속을 피했다. 이 회장 측은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수심의) 소집 요청으로 반격을 꾀했고 2020년 6월 수심위는 '10대3'이라는 과반이 넘는 표차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의결했다.

그러나 1년9개월간의 수사 끝에 검찰은 결국 기소를 택했다. 당시 검찰은 "학계와 판례의 다수 입장, 증거관계로 입증되는 실체의 명확성, 사안의 중대성과 가벌성, 사법적 판단을 통한 국민적 의혹 해소 필요성, 수사전문가로 구성된 부장검사회의 검토 결과 등을 종합해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2018년 1월 제도 시행 이후 8차례의 수심위 권고를 모두 이행했지만 이 회장 사건에서 수심위 권고를 처음으로 무시했다. 그런데도 이날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밀어붙인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검찰은 이 회장이 공짜로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했다고 주장했지만 100차례 넘게 진행된 공판에서도 검찰의 주장과 증거는 재판부를 설득하기에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대적 압수수색 벌였던 檢…법원 "위법해 증거로 못 써"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아 이 회장이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검찰은 수사의 출발점이 된 로직스 분식회계를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으로 보고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로직스 공장 내 바닥 마루를 뜯어 덮는 방식으로 은닉한 서버와 노트북 등에서 2270만건 상당의 디지털자료를 선별해 압수·분석하는 등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다. 검찰은 2270만건 중 1만7000개만 증거로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주요 증거를 두고 압수수색 과정이 위법했으므로 증거의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자정보가 임의 제출된 경우 수사기관은 복제·출력 과정을 거쳐야 하고 혐의 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검찰은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로직스에 대한 압수수색은 위법하고 위법하게 취득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며 "2차 증거들도 모두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1심에서 완패한 검찰은 항소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par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