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독재자’ 부켈레, 압도적 승리로 재선 성공
조직폭력배를 소탕한다는 명목으로 공권력을 가혹하게 휘둘러온 중미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43) 대통령이 4일 치른 대선에서 압도적 표차로 재선에 성공했다. 엘살바도르 선거 관리 당국에 따르면 부켈레는 개표가 32%까지 진행된 5일 0시 현재 83%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권 후보와의 표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사실상 당락이 결정됐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부켈레는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전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이라며 승리를 선언했다.
팔레스타인계 이민자 후손으로 2019년 6월 취임한 부켈레는 공권력을 동원해 조직폭력배 소탕에 팔을 걷어붙이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공식석상에 캐주얼 옷차림에 스포츠 모자를 뒤집어 쓰고 나오는 등 파격적인 이미지를 앞세운 그는 2022년 3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공권력을 대거 동원해 조폭을 소탕하는 ‘마노 두라(mano dura·철권 통치)’ 작전을 전개했다. 이 작전이 시작된 뒤 전체 인구의 2%에 해당하는 7만여 명이 교도소에 수감됐다. 부켈레는 경찰이 조직폭력배로 의심하는 사람은 누구든 체포할 수 있도록 했고, 체포된 피의자들을 수용할 중남미 최대 규모의 교도소도 신설했다.
가혹한 인권 탄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던 악명 높은 살인율이 뚝 떨어지는 등의 가시적 변화로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게 됐다. 부켈레에 대한 열광적 지지는 ‘부켈리스모(Bukelismo·부켈레주의)’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면서 치안 문제로 고민하던 이웃 나라들이 앞다퉈 부켈레 따라 하기에 나서기도 했다. 엘살바도르 대통령직은 5년 단임이지만, 부켈레는 자신을 ‘엘살바도르의 독재자’라고 칭하면서 노골적으로 연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6개월간 스스로 대통령직을 휴직한 뒤 헌법재판소로부터 “임기 만료 6개월 전 휴직하면 재선 도전이 가능하다”는 유권 해석을 받아내는 편법을 이용해 출마했다.
부켈레는 2021년 9월 전 세계 국가중 최초로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했다. 부켈레는 재선에 성공할 경우 비트코인의 법정화폐 지위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공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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