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뇌물공여죄 처벌 받았는데…‘이재용 불법승계 아니다’는 법원

이재호 기자 2024. 2. 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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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 합병을 통한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두 회사의 합병이 이 회장 승계 및 지배력 강화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으며 삼성물산과 주주에게도 이익'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2015년 이 회장이 최소 비용으로 그룹을 승계받도록 하기 위한 계획안 '프로젝트 지(G)'에 따라, 이 회장이 최대주주(23.2%)인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불공정하게 흡수·합병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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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 등 1심
“범죄 증명 없다” 모두 무죄 판단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전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법원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 합병을 통한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두 회사의 합병이 이 회장 승계 및 지배력 강화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으며 삼성물산과 주주에게도 이익’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에서 확정된 이 회장의 합병 관련 뇌물 공여 혐의와 두 회사 합병의 불법성은 별개 사안이라고도 밝혔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재판장 박정제)는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에 대해 “검찰의 공소사실이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2020년 9월1일 이 회장을 기소한지 3년5개월 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17일 결심공판에서 이 회장에 대해 징역 5년, 벌금 5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2015년 이 회장이 최소 비용으로 그룹을 승계받도록 하기 위한 계획안 ‘프로젝트 지(G)’에 따라, 이 회장이 최대주주(23.2%)인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불공정하게 흡수·합병했다고 봤다. 합병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높게, 삼성물산(이 회장 지분 0%)의 주식은 낮게 평가됐는데, 이를 위해 삼성이 주가조작, 분식회계, 거짓공시 등 부정거래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두 회사 합병에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합병의 주된 목적이 이 회장의 경영권 강화 및 승계라는 점을 단정할 수 없다”며 “기업 집단 차원에서 계열사 지배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거나 효율적인 사업 조정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필요한 업무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친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선 “삼성그룹의 경영권 안정화는 삼성물산과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2016년 불법 승계 의혹을 검찰에 고발한 참여연대는 “뇌물을 줘 처벌을 받았지만 정작 그 뇌물의 목적은 없었다가 되는 셈”이라며 “선행 판결들을 두고도 무죄 판단한 법원의 행태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삼성그룹은 “글로벌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경영 판단이 매우 중요한데 다행히 사업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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