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한국증시 도약,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으로

박만원 기자(wonny@mk.co.kr) 2024. 2. 5. 17: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외국인이 거침없는 '바이 코리아'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9000억원을 순매수하며 사상 최대치 기록을 세웠다.

1일까지 포함하면 이틀간 순매수 규모가 3조원에 달한다.

일본은 지난해 제도 도입 후 상장 기업들이 앞다퉈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등 주주가치 환원에 나선 결과 지난 1년간 주가지수가 30% 넘게 올라 최근에는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PBR 등 공시해 주주환원 유도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기대
日도 'PBR 마법'에 증시 부활
韓 내년부터 초고령사회 진입
자산 키워놔야 경제충격 완화

외국인이 거침없는 '바이 코리아'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9000억원을 순매수하며 사상 최대치 기록을 세웠다. 1일까지 포함하면 이틀간 순매수 규모가 3조원에 달한다. 2017년과 2021년의 대세 상승장에서도 한국 주식에 이 정도로 베팅한 적은 없었다. 이런 움직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한국 증시의 제값 받기와 중산층 자산 축적의 마지막 기회로 삼아야 한다.

최근 모처럼 한국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은 당국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다. 상장 기업들의 적극적인 주주환원과 자본 효율화를 유도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결과적으로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현상을 해소한다는 정책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투자지표를 업종별로 공시하고 지표가 부진한 기업들에 대해 기업가치 개선을 권고하는 게 핵심이다. 주가가 기업가치를 밑돌면 일부러 주가 수준을 낮게 유지하거나 주주이익 제고에 불성실한 것으로 간주해 '제재 대상 기업'으로 분류한다는 의미다. 일본이 지난해 초부터 시행해온 정책을 벤치마킹하는 것이다. 일본은 지난해 제도 도입 후 상장 기업들이 앞다퉈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등 주주가치 환원에 나선 결과 지난 1년간 주가지수가 30% 넘게 올라 최근에는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기금을 동원한 관제 증시 부양도 없었고, 공매도 폐지와 같은 반시장적 조치도 없었다.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30년'을 겪으며 증권시장도 오랜 침체를 겪어왔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부터 극단적인 양적 완화와 엔화가치 약세 정책을 폈지만, 증시를 살려낸 건 'PBR의 마법'이었다. 우리나라도 공매도 규제, 증권거래세 인하 등 선심성 정책의 약발이 먹혀들지 않다가 PBR 공시 방안이 거론되고 나서 증시가 급반등했다. 이쯤 되면 당국이 그동안 몰라서 안 한 건지 알고도 모른 체한 건지 의심이 들 정도다. 'PBR<1'. 기업가치만큼 주가를 유지할 수 없으면 좋은 기업이 아니라는 뜻이다. 단순하지만 너무 명쾌한 메시지 아닌가.

밸류업 프로그램은 한국 증시를 키울 마지막 기회다. 우리나라는 내년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노동인구가 급감할 때 자산소득으로 근로소득 감소분을 상쇄하려면 자산을 키워놔야 한다. 그런데 한국 증시는 상장 기업 10개 중 4개가 PBR 1을 밑돌 정도로 저평가 상태다. 상장 기업들이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는 인색하면서 기업분할과 유상증자는 서슴없이 해버려 투자자 신뢰를 상실한 결과다. 2030이 "국장은 답이 없다"며 미국 주식과 가상화폐에만 투자한다면 국내 증시 침체와 자산소득 감소 악순환을 깰 수 없다. 국민연금 고갈 위기도 고려해야 한다. 보험료를 올리거나 수령액을 낮추지 않고 이대로 내버려두면 2055년 연금 고갈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기업가치 제고로 한국 증시 제값 받기에 성공한다면 운용자산의 15%를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국민연금 재정이 확충돼 고갈 시점을 늦출 수 있다.

'한국 증시 제값 받기'가 구호로 끝나지 않게 하려면 당국의 확실한 의지가 필요하다. 이달 발표될 것으로 거론되는 조치는 대부분 권고사항이고, 혜택에 관한 것이다. 장기간 주주이익을 방치하거나 훼손한 기업에 대해선 일본처럼 상장폐지 규정을 둘 정도로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국민연금 투자와 연동하는 것도 실효성을 배가할 수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은 눈앞에 닥친 현실이다. 한국 증시가 도약에 성공한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우아하게 늙어갈 수 있는 밑천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박만원 논설위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