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검찰 항소는 관성인가 오기인가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4. 2. 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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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심에서 무죄를 받고 검찰이 이에 항소하면서 5년 가까이 걸린 '사법농단 의혹'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를 밀어붙였고 양 전 대법원장 개인에게 직권남용 등 47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사법농단 의혹의 또 다른 핵심으로 꼽힌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5일 1심에서 일부 유죄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지만 재판 거래 등 핵심 혐의는 대부분 무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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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심에서 무죄를 받고 검찰이 이에 항소하면서 5년 가까이 걸린 '사법농단 의혹'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검찰은 2심에서는 '일반적 직권남용'과 '권한 유월형 직권남용'에 대한 법리를 따져 보겠다고 했다. 아무리 대법원장이라도 다른 판사의 재판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처벌할 수 없다는 1심 재판부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양 전 대법원장이 직권 한도를 넘어 남용했다는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사건은 초반부터 '검찰의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미 법원이 2017~2018년 세 차례 자체 조사를 진행했지만 '문제 삼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를 밀어붙였고 양 전 대법원장 개인에게 직권남용 등 47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당시 사법부 수장이었던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지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처음부터 뱀꼬리였던 사건이 용머리로 둔갑할 수 있었던 것은 '사법 적폐 청산'이라는 자체 목적에 매몰된 무리한 수사 때문이다. 그 뒤에는 수사를 압박한 문재인 정권이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9월 대법원에서 대뜸 "사법농단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는 말을 꺼냈다. 당시 김명수 대법원장이 "적극 협조하겠다"고 호응하면서 사법부가 법원 자료를 검찰에 넘겨주는 촌극이 벌어졌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필두로 한동훈 3차장 검사가 이끄는 '정예 수사팀'은 296쪽의 공소장을 쓰고 211명의 증인을 신청하며 14명의 전현직 법관을 기소했지만 4년11개월이 걸린 재판은 결국 용두사미가 됐다. 사법농단 의혹의 또 다른 핵심으로 꼽힌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5일 1심에서 일부 유죄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지만 재판 거래 등 핵심 혐의는 대부분 무죄를 받았다.

검찰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수사가 남긴 사법부의 상처와 국민 분열을 생각해야 한다. 봉합의 길을 외면하고 항소로 따져 보겠다는 건 무죄가 나면 늘상 하던 대로 하자는 '관성'이거나 오로지 검찰 조직만 지키겠다는 '오기'가 아니면 무엇인가.

[박민기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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