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 확대 운영, 한달도 안 남았는데…우려·과제 산더미
교육부 "큰 학교 늘봄실장이 다른 학교까지 겸임할 예정"
늘봄학교 안전사고·학교폭력 관리·책임 소재도 불분명해
[세종=뉴시스]성소의 김정현 기자 = 교육부가 3월부터 약 2700개교 학교에 늘봄학교 운영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한달 뒤에 늘봄학교 운영이 시작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늘봄학교 업무를 담당할 기간제 교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교사들 우려도 여전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방직 공무원까지 반발에 가세하며 늘봄학교 추진 계획을 비판하고 있다.
5일 교육부에 따르면 신학기가 시작되는 다음 달부터 늘봄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는 2700개교 안팎으로 늘어난다.
늘봄학교는 기존의 돌봄과 방과후 학교를 통합한 형태로, 희망하는 모든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최장 오후 8시까지 원하는 교육 프로그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올해의 경우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늘봄학교 도입 확대를 예고해왔고, 이날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공개했다. 내년에 늘봄지원실 업무를 책임지는 늘봄지원실장으로 지방공무원 약 2500명을 발령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나머지 학교는 늘봄지원센터 소속 공무원이나 교감이 맡도록 했다.
그러나 교원단체들은 교육부 계획이 '교원과 분리된 늘봄 운영' 원칙을 뒤엎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규모가 큰 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들은 교감이 돌봄지원실장을 겸임해야 할 수 있고, 이는 결국 늘봄학교 업무가 교사에게 전가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교육부가 전임 발령을 고려한 큰 학교가 2500개라면 나머지 4100여개 초등학교는 교감에게 대부분 떠맡기겠다는 것이냐"라며 "작은 학교가 많은 도 지역의 경우 교감이 늘봄지원실장을 맡게 된다면 그게 무슨 교원 분리 운영체제인가"라고 했다.
초등교사노동조합(초등노조)도 "나머지 약 4000개 학교는 교감이 늘봄지원실장을 겸임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여전히 늘봄업무를 교사가 맡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2500개 학교에 큰 학교 중심으로 늘봄지원실장(전임)이 배치되면, 다른 학교들에 대해서는 큰 학교의 늘봄지원실장이 겸임하거나 교육지원청의 공무원이 겸임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소규모 학교 등 여건상 겸임이 어려운 학교를 위해 교감 겸임도 열어놓은 것이라는 게 교육부 입장이다.
늘봄학교 업무 부담을 둘러싼 교사들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지방직 공무원들까지 가세해 교육부의 계획을 비판하고 있다.
교사의 행정업무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들이 지방직 공무원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안이라는 것이다.
교육부는 2학기부터 늘봄학교 행정 업무를 전담하는 늘봄실무직원 약 6000명을 배치하기로 했는데, 이를 공무원, 공무직, 단기계약직, 퇴직 교원 등으로 채우겠다고 했다. 교사가 맡고 있는 방과후, 돌봄 업무도 2학기부터 이들이 담당한다.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교육청노조)은 이날 세종시 교육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원 눈치보기, 땜질식 늘봄학교 정책"이라며 "교원을 배제한 늘봄학교 운영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는가"라고 했다.
늘봄학교 수업 동안 안전사고와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관리와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원단체들은 늘봄학교 운영시간 중 벌어지는 사고 처리를 자칫 담임교사가 맡게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늘봄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 활동도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 활동이기 때문에, 사고를 입은 아이들에 대한 보상은 학교안전공제회법에 의한 보상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현행법에 따라 교육 활동 중 발생한 안전 사고로 신체에 피해를 입은 학생, 교직원 등은 학교안전공제회에서 치료비 등을 보상해주고 있는데, 늘봄학교도 이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교육부는 학교폭력 사안 조사와 처리 과정도 기존과 동일한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 학기 시작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교육부가 구체적인 대상 학교와 기간제 교사 채용 상황에 대해 뚜렷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는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 교육청마다 지금 학교를 최종 완성하는 속도가 조금씩 다르다"라며 "준비된 시도교육청에서는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부산, 경북 등은 이미 발표를 했고 다른 곳도 조만간 발표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늘봄학교 도입을 희망하는 학교가 적어 추가 모집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A 시도 교육청 관계자는 "1차 모집은 마감했지만, 신청 학교 숫자가 많지 않아 이번 주까지 들어오는 대로 (신청을) 받으려고 한다"며 "더이상 기다릴 수 없어서 일단 (늘봄학교) 연수를 시작하고, 절차를 진행하면서 추가로 들어오면 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청 학교 모집이 늦어지면서 아직 기간제 교사 채용 공고를 내지 못했다"며 이제 공고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달 중순쯤 기간제 교사 채용을 완료하겠다는 교육부 설명과 달리 채용 공고조차 내지 못한 곳도 있는 것이다. 도서, 산간 지역에서도 기간제 교사 구인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시도 교육청과 함께 학생, 학부모뿐만 아니라 교원도 함께 만족하는 늘봄학교를 만들어 나가겠다"며 "이를 위해 앞으로도 학생, 학부모, 교원단체 등과 긴밀히 소통을 지속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soy@newsis.com,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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