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증시 폭파시켜 달라” 美대사관 웨이보 몰려간 中네티즌들

이철민 기자 2024. 2. 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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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에 대한 불만 쏟아놓는 ‘통곡의 벽’으로 변해
1년간 상하이지수 16%, 선전지수는 33% 빠져

지난 2일 베이징 소재 미국 대사관은 중국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웨이보에 위성을 통해 아프리카의 야생 기린들을 추적해 집단 서식지를 보호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기린 보호 재단과 미국 버지니아주의 스미스소니언 생물보존연구소가 협력해 야생 기린들의 귀에 GPS 추적 장치를 부착하고 기린들의 이동 상황을 위성으로 추적함으로써 최적의 서식지를 확인하고, 무리에서 이탈하는 기린들은 현장 감시원들에게 연락해 기린들을 안전한 곳으로 유도할 수 있게 됐다는 자연과 과학기술을 결합한 기사였다.

그런데 이 기린 기사에는 5일 오후까지 16만1000여 건의 댓글이 달리고, 1만8000여 명이 이를 퍼날랐다. 70만 명이 넘는 네티즌이 ‘좋아요’를 눌렀다.

지난 2일 베이징 소재 미국 대사관이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린, GPS 추적 장치와 위성을 통한 아프리카 야생 기린 서식지 보호를 다룬 과학 기사. 이 게재물의 댓글 창은 중국 증시 폭락을 비판하는 중국 투자가들이 몰려가 불만을 토로하는 '통곡의 벽'이 됐다./웨이보 스크린샷

중국의 웨이보 이용자들이 갑자기 야생 기린 보호에 대해 깊은 관심이라도 갖게 된 것일까. 그런데 달린 댓글은 대부분 기린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미국은) 미사일을 좀 아껴서, 상하이 증시를 폭파할 수는 없나요?” “미국 정부여, 제발 중국 증시 투자가들을 도와주세요” “미국을 사랑해요. 중국인들을 도와주세요” “미국은 우리의 적이 아니고, 우리는 서로 친구다”…

중국 주식시장의 폭락으로 돈을 잃은 개미 투자가들이 달리 좌절감을 표출할 통로를 찾지 못하고, 미국 대사관 웨이보 계좌에 몰려가 하소연한 것이었다. 한 중국 웨이보 이용자는 “베이징의 중국대사관 웨이보 계좌가 개미 투자가들에게 ‘통곡의 벽’이 됐다”고 썼다.

웨이보 이용자는 중국의 주식시장이나 경제에 대해 의견을 올릴 수는 있지만, 중국 검열 당국은 ‘부정적’으로 간주하는 댓글이 인기를 끌면 수시로 삭제한다.

또 경제나 시장에 대한 콘텐츠는 게재돼도, 댓글 기능이 꺼지거나 선별된 일부 댓글만 노출된다. 결국 불만을 표출할 채널이 제한된 중국 투자가들이 미국 대사관이 올린, 정치ㆍ경제와 같은 민감한 주제와는 거리 먼 야생 기린 보호 콘텐츠에 댓글을 달며 울분을 터뜨린 것이다. 물론 이 미국 대사관의 댓글도 상당 부분은 삭제됐다고 한다.

중국 본토의 상하이 증시와 선전 증시에서 거래되는 300개 우량 종목을 대상으로 산출되는 지수인 CSI 300 인덱스는 지난 5년간 최하로 내려갔고, 1월에 6.3% 더 떨어졌다. 2022년 4분기에 비해서는 26% 떨어졌다.

1492개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구성된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5일에도 오후 3시(중국 시간)까지 1.02%가 또 빠지는 등 지난 1년 동안 16.57%가 하락했다. 또 선전 종합지수도 5일 1.13%를 포함해, 지난 1년 동안 33.14%가 빠졌다.

중국 정부는 4일에도 “비정상적인 변동”을 막기 위한 여러 부양 조치를 내놓겠다고 약속했지만, 부동산ㆍ소비 침체, 물가 하락 압박 속에서 시장은 계속 무너지고 있다.

1월말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가 주재한 회의는 시장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중국의 관영 매체들은 투자가들을 안정시키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확산하려고 애쓰고 있다.

지난 2일 대표적인 관영매체인 인민일보는 2일 “전국이 희망(optimism)으로 가득 찼다”는 황당한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그러나 이를 조롱하듯이, 한 웨이보 사용자는 미국 대사관 웨이보의 야생 기린 보호 기사 댓글 창에 인민일보 기사 제목을 패러디해 “전체 기린 공동체가 희망으로 가득 찼다”고 썼다.

한편, CNN 방송은 자체 조사 결과, 지난 3년 동안 중국과 홍콩 증시에서 약 6조 달러의 시가 총액이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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