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부끄러운 일 없어, 文정부 굴종적"…유영하 '눈물' 눈길
"제가 돌아봐도 재임 중에 사소한 실수는 있었을지라도 의도적으로 제게 부끄러운 일이라든가, 국민 앞에 부끄러운 일은 한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떳떳하고 당당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5일 대구 수성구 호텔인터불고에서 열린 '박근혜 회고록: 어둠을 지나 미래로' 출판기념회에서 '감옥에서의 인고의 세월을 견딜 수 있게 한 희망이 무엇이었나'란 참석자의 질문에 "힘들지 않았고 억울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좌중에선 큰 박수가 터져나왔다.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열린 이날 행사에서 박 전 대통령은 정치 현안에 대한 발언은 자제했지만, 본인의 건재함을 과시하며 재기를 알렸다. 1000명 가까이 수용 가능한 행사장엔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빼곡히 자리해 그의 여전한 영향력을 드러냈다.
22대 총선 달서구갑에 도전장을 낸 유영하 변호사와 허원제 전 의원은 박 전 대통령과 함께 무대에 올라 '저자와의 대화'에 참석했다. 이밖에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와 서상기 전 의원,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역 의원은 보이지 않았다.
행사장 정 중앙엔 윤석열 대통령의 화환이 눈길을 끌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장동혁 사무총장,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최경환 전 부총리,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한광옥 전 대통령 비서실장, 제19대 국회의원 '약지회' 등의 화환도 자리했다.
박 전 대통령은 특유의 올림머리에 검은 재킷, 흰 바지의 수수한 복장으로 환호성 속에 입장했다. 그간의 건강 관리와 재활, 식물 가꾸기 등 일상을 나지막히 전하던 그는 한일 위안부 합의와 지소미아, 사드 배치 등 외교적 성과를 밝히면서 단호한 목소리를 냈다.
박 전 대통령은 "역사는 상대가 있기 때문에 100% 하려면 합의될 수 있는 게 없다. 합의가 있기까지 막후에서 실무자들이 전쟁에 가까울 정도로 문구, 자구 하나하나를 싸워서 만들어낸 결과"라며 "지금 생각해도 그(위안부) 합의는 최선이 아니었나"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번복한 데 대해선 "세계가 다 지켜보고 있는데 어렵게 이뤄진 협의가 하루아침에 뒤집어지면 어떤 나라가 한국을 신뢰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지소미아에 대해서도 "우리 안보를 위해 필요했고 미국도 강력히 요청한 것이었다. 오죽하면 탄핵을 앞두고도 제가 소임을 다하려 했던 것이고 협정 맺어지고 감옥에 가서 안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사드 배치에 대해선 "물론 중국이 반대했다. 그러나 나라간 관계란 것이 서로 존중하면서도 국익의 문제에 부딪히면 우리 뜻을 관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 넓지도 않은 어깨에 5000만 국민 생명이 달려있다"며 "이걸 굴종적인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저 생활 내내 곁을 지킨 유영하 변호사는 '특히 인상 깊었던 순간이 언제였나'란 질문을 받고 "돌아보면 제가 박 대통령을 모신 지가 한 20년 됐다. 때론 아주 멀리서 때론 아주 가까이서"라며 눈물을 훔쳤다. 박 전 대통령은 유 변호사를 바라보며 "그동안 하도 기막힌 일들이 많아가지고"라며 거들었다.
유 변호사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을 때 이게 현실인가 꿈인가 생각했다"며 "언젠가는 저희 변호인단이 부족해서 박 대통령을 프로텍트(보호) 못한 죄값을 저희가 두고두고 치러야겠지만 세월이 지나면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이어 "8시간이 넘는 영장 심문을 거치고 영장 발부를 기다리면서도 보통의 사람들은 초조하고 두려울 텐데 아무일 없는 듯 평정심을 유지하셨다. 새벽 3시에 영장발부 소식을 말해도 미동도 없었다"며 "이 어둠의 과정이 반드시 지나가리라 확신하고 있고, 이 과정의 끝에선 박 대통령이 받을 모든 대우를 다 받으실 거라고 믿고 있다"고 했다. 박수가 터졌다.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7시간', 정윤회와 관련된 각종 루머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루머란 것은 어느 시대에나 있는데 제게 주로 제기된 건 성적인 것과 관련됐다. 제가 미혼이고 여성이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법적 조치도 생각을 안 한 건 아닌데 너무 터무니없는 일이라 대응할 가치도 못 느꼈다"고 했다.
유 변호사는 "대선 경선 때 제가 네거티브를 총괄했는데 숨겨놓은 아이가 있단 얘기가 있어서 후보에게 직접 여쭸더니 '그럼 DNA 검사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해서 DNA 얘기가 언론에 나온 것이다. 세월호와 관련해선 시간대별 행적이 다 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저는 정치 일선을 떠났고 정치를 다신 하지 않을 것"이라며 "물론 제가 재임 중에 하지 못한 일에 대한 아쉬움은 있고 누군가가 그것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고 했다. 이어 "국민들로부터 받은 사랑이 너무 크고 감사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할 일이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해서 보답해 드리겠다"고 밝혔다.
대구=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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