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기업성장 고려한 판단···주주 손해 끼친 증거 없다"
'프로젝트-G문건'은 단순 검토안
경영권 안정, 되레 주주에 이익
거짓공시·분식회계도 입증불가
3년 5개월에 걸친 공방 끝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배경에는 ‘삼성 불법 승계의 주요 쟁점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위법 행위가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법원은 합병 과정에서 이뤄졌다고 제기한 부당 행위를 검찰이 제대로 입증치 못했다고 봤다. 특히 두 회사 합병의 목적이 기업 승계에만 있는 게 아닌 향후 성장도 고려했다는 점에서 주주들에 대한 피해를 끼친 의사가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지귀연·박정길 부장판사)는 5일 삼성의 합병 작업이 미래전략실의 전단적 결정에 따라 추진된 주주들에 대한 약탈적 합병이라는 검찰의 주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은 합병 전부터 성장 정체와 위기 극복을 위한 여러 방안을 협의했고 이 과정에서 미전실과 합병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심도 있게 검토해왔다”며 “(합병에 따른) 경영권 안정은 오히려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결국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의 주된 목적이 단순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승계를 위한 것으로만 이뤄졌다고 할 수 없고 설사 합병 과정에 지배력 강화 목적이 수반됐더라도 이를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회장이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려 했다는 검찰 측의 주장과 관련해서는 “최소 비용은 이 회장의 현금 출연 없이 합병을 통해 삼성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합병 추진 과정에서 위법하게 비용을 최소화하거나 주주들의 이익을 탈취해 대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이 삼성 대주주의 불법 승계를 위한 계획안이라고 주장한 ‘프로젝트G’ 문건 역시 향후 사업 조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보고서라고 봤다. 기업집단 차원에서 계열사 지배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거나 여러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업무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어 “이건희 전 회장의 사망으로 막대한 상속과 아울러 순환출자 등 외부 규제 등에 대응해 종합적으로 검토한 것”이라며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약탈적 불법 구조 합병 과정, 승계 과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과 시점이 불공정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점에 관련해서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합병 비율과 시점을 정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에 불리하고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정했다는 증거가 없고 평가 결과를 조작했다고 볼 수 없다”며 검찰 측의 주장은 추상적인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으로 업무상 배임이라 할 수 없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제일모직의 주가 악영향을 우려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4년 회계연도 공시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바이오젠의 합작 계약에 대한 주요 사항을 은폐했다는 검찰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했던 상황을 고려하면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우선매수청구권)을 반드시 공시해야 한다 볼 수 없으며 피고인들에게 분식회계 의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거짓 공시 및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또 ‘국정 농단 사건’에서 대법원이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도움을 받으려고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 측에 말 3필 등 뇌물을 건넨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고 하더라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합병은) 양 사 이사회 의결을 통해 추진됐으므로 피고인의 경영권 강화와 삼성 승계만이 이 사건의 유일한 합병 목적이라 단정할 수 없다”며 “삼성물산의 사업적 목적 또한 이 사건 합병의 목적이라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 밖에 재판부는 검찰 측이 제기한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계열사 삼성증권 조직 동원, 자사주 집중 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의 혐의 모두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어 무죄를 선고했다.
김선영 기자 earthgir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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