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NCIAL TIMES 제휴사 칼럼] 세계 경제에 숨어있는 위험
필자는 글로벌 경제를 좌우할 다섯 가지 장기적 요인으로 인구와 기후 변화, 기술의 진보, 지식의 세계적 확산 및 경제 성장을 제시했다. 이번 글에서는 쇼크와 위험 요인, 취약점을 다루려 한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경제를 만들기 때문이다.
질병·전쟁…치명적 충격 남기는 위험
'쇼크'란 위험이 이미 실현된 것이다. 그렇다면 '위험'은 대부분 우리가 가늠할 수 있는 것들이다. 도널드 럼즈펠드 전 미국 국방장관의 말을 빌리자면 위험은 곧 '알려진 무지(known unknowns)'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위험이 실현될지,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를 둘러싼 위험은 질병의 유행과 사회 불안정, 혁명, (내전을 비롯한) 전쟁, 초대형 테러, 금융위기, 경제 성장 둔화, 세계 경제 통합의 역행, 사이버 범죄, 이상 기후 현상, 생태 붕괴, 대지진, 초대형 화산 폭발 등 다양하다.
이 모든 위험은 예측 가능한 것들이다. 하나의 위험이 현실화한다면 또 다른 위험 역시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이러한 취약점이 알려져 있으면 위험이 충격이 될 가능성, 혹은 적어도 그 충격이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세계경제포럼은 '2024년 글로벌 위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세계가 매우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예측 가능한 다수의 사건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최근 이 같은 경험을 한 바 있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이어진 일련의 금융위기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세계는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전염병의 대유행을 겪었으며, (우크라이나 및 중동) 두 번의 전쟁, 전례 없는 물가 폭등과 생계비 위기가 뒤를 이었다.
인플레 회복 추세…전쟁 악화될 수도
이들 충격의 여파는 치명적이었고, 불안정을 가져왔다. 이후의 장기 비용은 특히 취약국과 그 국민이 감당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한편 다행스럽게도 인플레이션의 충격은 상대적으로 빨리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2023년 1월 대비 거의 그대로다. 2024년 1월 유럽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2.2%이며 미국과 영국은 각각 2.6%와 2.7%이다. 섣부른 통화 완화라는 실수를 피해야 하는 중앙은행은 오히려 완화 기조를 늦게 시작할 수 있다. 2024년 성장률 전망치는 낮지만, 역성장 신호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현재 진행 중인 전쟁의 미래는 더욱 불확실하다. 향후 종전하거나, 약화하거나, 또는 확전해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전쟁의 본질은 불확실성이었다. 게다가 종전의 방식 역시 더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두 전쟁 모두 평화 합의로 끝날 수 있지만, 전황의 악화를 막기 위한 휴전에 그칠 수 있다는 또 하나의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시스템 결함:환경·금융·정치·지정학
다가올 미래는 이러한 요인들이 작용하는 방식과 최근 일련의 충격이 발생한 시기(와 방식), 그리고 현실화한 위험 요인 외에도 시스템적으로 취약한 부분에 의해 결정된다. 그중 네 가지의 취약점이 두드러진다.
첫 번째는 환경이다. 우리는 생물권(생물이 살아가는 지구 표면과 대기권)에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가하고 있다. 대부분 기후 변화 때문이다. 경제 성장에 따라 생물권의 취약성 역시 커졌다. 환경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지 않으려면 큰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세계는 흐름을 거스르지 못했고, 환경의 취약성은 커질 것이다.
두 번째는 금융이다. 민간과 공공 모두 부채 규모가 증가하는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 부채 증가는 때로는 합리적이었고, 필요하기도 했다. 문제는 부채의 건전성과 자금 조달 능력, 그리고 필요할 때면 그 부채를 재융자할 수 있는 능력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는 채무자에 대한 채권자의 신뢰가 좌우한다. 이러한 기대에 큰 충격을 주는 요인이 발생하면, 대량 파산에 따른 경제 불황이 초래돼 끔찍한 경제 및 정치적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부채율이 높을 때 장기간 고금리는 이러한 충격을 일으킬 수 있다.
세 번째는 국내 정치다. 래리 다이아몬드 스탠퍼드대 교수 겸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현대 정치를 '민주주의의 침체기'에 빗댄 바 있다. 서방 세계에서도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적 가치에 대한 적대감이 높아졌다. 이는 경제 불황과 정치 실패, 사회 혼돈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기득권 정치인의 정당성이 낮아졌고, 이를 포퓰리즘 선동가가 차지하면서 정치가 취약해지고 있다.
네 번째는 지정학적 역학 관계다. 세계의 분열이 오늘날 분쟁의 형태로 굳어진 배경에는 상대적 경제력의 변화와 중국 등 권위주의적 국가의 출현이 혼재돼 있다. 이에 따른 국가 간 불신은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의 5대 원칙 중 '번영, 평화, 지구' 실현에 필요한 협력을 저해한다. 작금의 세계는 분쟁 위험과 협력 실패로 인한 대가가 매우 크기 때문에 이 마지막 취약점이 가장 중요하다. 협력하지 않아 많은 위험 요인을 관리하지 못한다면, 대응하기 어려운 더욱 큰 충격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세계 문제 풀려면 근본 원인 이해해야
세계는 복잡하고 예측 불가하다. 인류가 무지해서가 아니다. 인류는 오히려 세계의 예측 불가능성과 복잡다단함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취약점을 해소하고, 외부 충격을 관리하며 위기를 계획하고, 근본 원인을 이해해야 한다. 또한 세계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고방식의 세계화가 필요하다. 관성과도 같은 근시안적 사고와 종족주의는 더는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가까운 시일 내에 인류가 이를 극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글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실린 마틴 울프의 칼럼 'The dangers lurking in our messy and unpredictable world'를 매일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마틴 울프 FT 수석 경제평론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아이 낳으면 1억 드려요”…회장님이 ‘파격’ 출산지원금 준다는데 - 매일경제
- “평형 같은데, 우리집은 왜 앞동보다 싸지”…아파트 실거래가, ‘동’ 공개 - 매일경제
- 日매체 “요르단 기세 예사롭지 않아…한국도 결승진출 방심 말아야” - 매일경제
- “결혼하고 싶어 한국왔다”…쯔양먹방 등장女 ‘인종차별’ 논란, 필리핀 발칵 - 매일경제
- “주식 그만하고 적금 들어라” 잔소리하는 엄마…금리 떨어지는데 왜? - 매일경제
- 강북 아파트가 한 채에 180억…작년 최고가 거래, 어디인가 봤더니 - 매일경제
- “648만원 내고 2.2배 돌려받는다”…국민연금 ‘이 제도’ 가입자 급증 뭐길래 - 매일경제
- [단독] 분당서 분상제 아파트 ‘깜짝 등장’…청약 대기자 관심 폭발 - 매일경제
-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1심 무죄 - 매일경제
- 동기 이정후의 빅리그행 지켜 본 김혜성 “결국은 내가 잘해야” [MK인터뷰]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