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3채 전세보증금 453억 가로채곤 `법관 기피` 신청?

450억대 전세사기 혐의 '건축왕', 판결 앞두고 법관 기피신청
검찰 "10개월 동안 증인 100여명 신문…방어권 충분히 보장"
"재판을 지연하겠다는 목적이 명백…신청 기각해달라" 요청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연합뉴스]

총 450억대 전세 사기 혐의로 재판 중인 이른바 '건축왕'이 판결 선고를 앞두고 담당 법관 기피신청을 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 측이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명백한 의도라며, 신청을 기각해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인천지검은 사기 등 혐의로 기소한 A(62)씨의 재판부 기피신청을 기각해 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5일 밝혔다.

검찰은 "법원은 지난해 3월 A씨 기소 이후 지난달 17일 변론 종결(결심 공판)까지 10개월 동안 피해자를 포함해 100명이 넘는 증인들을 신문했다"며 "변호인들과 협의해 공판기일을 정하는 등 헌법과 형사소송법상에 따른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했는데도 재판부 기피신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의 재판부 기피신청은 재판을 지연하겠다는 목적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신속히 (신청을) 기각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A 씨는 오는 7일 선고 공판을 앞두고, 최근 변호인을 통해 "담당 법관으로부터 공정한 판단을 받기 어려운 명백한 사유가 있다"며 인천지법에 법관 기피 신청서를 제출했다.

변호인은 "담당 법관은 심리 중 이번 사건과 전혀 차원이 다른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와 깡통전세를 예로 들었다"며 "피고인들에게 적의와 유죄 심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A씨 일당은 지난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563채의 전세 보증금 453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현재 453억원대 전세 사기 사건 재판은 두 건으로 나눠서 진행 중이다.

검찰은 지난달 17일 148억원대 전세 사기 사건의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추가 기소된 나머지 305억원대 전세 사기 재판은 따로 진행 중이다.

A씨는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서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2700채를 보유해 건축왕으로 불렸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 지연을 목적으로 한 기피신청 등 피고인의 방어권 남용에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죄에 상응하는 형이 신속하게 선고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